실사

Due Diligence

방법

돈을 넣기로 한 쪽이 서명 전에 회사의 장부와 계약서를 직접 확인해, 들은 말과 실제 서류가 맞는지 대조하는 절차입니다.

등장 배경

투자가 말과 인상으로 결정되던 때가 있었습니다. 창업자가 매출이 얼마고 특허가 있고 핵심 개발자가 계속 남는다고 말하면, 듣는 쪽은 그 말을 믿을지 말지만 정했습니다. 말이 거짓이어서가 아니라, 말하는 사람도 자기 회사를 정확히 모르는 일이 잦아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는 돈이 들어간 다음에 드러났습니다. 월 매출 8천만 원이라 들었는데 뜯어보니 절반이 한 번 받고 끝나는 구축비였고, 반복해서 들어오는 돈은 4천만 원이었습니다. 창업 초기에 나간 동업자가 지분 15퍼센트를 그대로 들고 있다는 사실도 입금 뒤에 알려졌습니다. 이쯤 되면 투자자는 처음 계산과 다른 회사에 돈을 넣은 셈이고, 남은 방법은 소송뿐입니다.

그래서 순서가 하나 끼어들었습니다. 조건에 합의한 다음, 돈이 나가기 전에 말한 내용을 서류로 확인하는 구간입니다. 실사는 회사를 심판하는 자리가 아니라 이미 기울어진 판단의 근거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대조하는 자리입니다. 여기서 대조할 것이 없으면 투자는 다시 인상 싸움이 됩니다.

사용 절차

조건 합의가 끝난 뒤 시작해 보통 3주에서 8주가 걸립니다. 다섯 단계로 흐릅니다.

  1. 비밀유지계약을 맺고 자료실을 엽니다. 회사가 넘길 파일을 한 폴더에 모아 두고 투자자 쪽 담당자에게만 열어 주는 공간입니다. 메일로 하나씩 주고받으면 무엇을 이미 줬는지가 금세 헝클어집니다.
  2. 요청 목록을 받습니다. 보통 60~150개 항목짜리 표가 오고, 항목마다 어떤 문서를 언제까지 올려 달라는지가 적혀 있습니다. 첫 주에 절반을 못 올리는 회사가 많은데, 자료가 없어서가 아니라 흩어져 있어서입니다.
  3. 항목별로 확인이 돌아갑니다. 재무는 장부의 매출이 계좌 입금과 맞는지 보고, 일 년 기준으로 환산한 반복 매출인 연 반복 매출을 회사가 어떤 기준으로 셌는지 다시 계산합니다. 법무는 누가 지분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정리한 주주명부와 주요 계약서를 확인합니다. 인사는 핵심 인력의 근로계약과 스톡옵션 부여 내역을, 기술은 코드의 소유권과 외부 라이선스를 봅니다. 투자자에게 회사를 설명한 발표 자료인 IR 자료에 적었던 숫자와 장부가 어긋나는 일이 여기서 가장 자주 나옵니다.
  4. 어긋난 것에 질의가 들어옵니다. 대부분은 설명으로 정리되고, 일부는 서명 전에 고쳐 두라는 조건으로 바뀝니다. 계약서가 없는 거래처와 계약을 새로 맺어 두는 식입니다.
  5. 결과를 계약에 반영합니다. 큰 문제가 없으면 원래 조건대로 서명하고, 뭔가 나왔다면 금액을 낮추거나 진술보장 조항을 붙입니다. 진술보장은 회사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약속이고, 나중에 거짓으로 드러나면 배상 책임이 따라옵니다.

기관 투자자는 이 절차를 남의 돈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더 깐깐합니다. 벤처캐피탈은 연기금이나 기업에서 받은 돈을 대신 굴리는 곳이라, 나중에 출자자에게 왜 이 회사에 넣었는지를 서류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적합한 상황과 한계

금액이 크고 되돌릴 수 없는 결정 앞에 둡니다. 시리즈 A처럼 수십억 원이 오가는 라운드, 다른 회사를 통째로 사는 인수합병, 그리고 공급사를 들이는 대기업 쪽에서 보내는 보안 점검표가 모두 같은 성격의 확인입니다. 반대로 개인이 수천만 원을 넣는 초기 투자에서는 이 절차가 거의 생략됩니다. 확인에 드는 변호사 비용과 시간이 투자 금액에 비해 커지기 때문입니다.

한계는 볼 수 있는 것이 서류로 남은 것뿐이라는 데 있습니다. 계약서와 장부는 확인되지만 핵심 개발자가 반년 뒤에 나갈 마음인지, 최대 고객이 재계약을 망설이고 있는지는 문서에 없습니다. 고객 몇 곳에 직접 전화를 걸어 물어보는 절차를 따로 두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렇게 해도 사람의 마음까지는 확인되지 않아서, 투자자는 핵심 인력이 남을 이유를 계약으로 만들어 두는 쪽을 택합니다.

시간도 비용입니다. 대표와 재무 담당이 6주 동안 자료 정리에 매달리면 그동안 영업과 채용이 멈춥니다. 자료실이 늘 정리돼 있는 회사는 이 구간을 3주로 줄이고, 그렇지 않은 회사는 8주를 쓰고도 빠진 서류 때문에 조건을 깎입니다.

실무 용례

"텀시트는 받았고 이번 주부터 실사 들어갑니다. 자료실 권한부터 열어 주세요."

조건 합의가 끝났고 이제 서류 확인 구간이라는 뜻입니다.

"실사에서 주주명부가 걸렸어요. 퇴사자 지분 정리가 안 돼 있어서요."

서류와 설명이 어긋나 서명 전에 고쳐야 할 것이 나왔다는 말입니다.

"저쪽 실사 항목이 120개인데 우리 쪽 담당 한 명으로는 6주 걸립니다."

확인 요청의 양이 회사가 감당할 일정을 넘는다는 경고입니다.

페이지덱이 시리즈 A를 받을 때 규원이 가장 오래 붙잡은 일이 이것이었습니다. 요청 목록 110개 중 재무와 법무 항목은 외부 회계사와 변호사가 맡았지만, 제품 쪽 질문은 지현이 답했습니다. 사용자 수를 어떤 기준으로 세는지, 무료로 쓰다 돈을 내는 팀의 비율을 어느 시점에 측정하는지 같은 질문이 반복해서 들어왔습니다.

가장 시간을 잡아먹은 것은 숫자가 아니라 초기 외주 계약서였습니다. 첫 버전을 만들 때 맡긴 개발사와의 계약에 결과물 소유권 조항이 빠져 있었고, 그 한 줄을 다시 받아 오는 데 2주가 들었습니다.

흔한 오해

실사를 형식적인 통과 의례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건까지 합의했으니 남은 건 서류 도장이라고 여기기 쉽습니다. 실제로는 이 구간에서 거래가 깨지거나 조건이 바뀌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회사 값이 실사 뒤에 내려가는 경우도 있고, 지분 정리가 안 된 것이 나오면 그것부터 해결하고 오라며 몇 달이 미뤄지기도 합니다. 도장을 찍기 전까지는 확정이 아니라고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실사가 회사의 잘못을 찾는 절차라는 오해도 흔합니다. 질문이 많고 서류를 뒤지니 조사받는 기분이 드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확인하는 쪽이 보는 것은 잘못 자체가 아니라 말과 서류의 거리입니다. 문제가 있어도 미리 밝히고 정리 계획을 함께 내면 대개 넘어가고, 작은 문제라도 숨겼다가 발견되면 그때부터는 나머지 답변까지 다시 검증받습니다. 감출수록 기간이 길어집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용어무엇을 하는 자리인가실사와의 차이
텀시트투자 금액과 조건을 한두 장으로 합의실사보다 먼저 옵니다. 텀시트가 무엇을 약속할지 정하고, 실사는 그 약속의 전제가 사실인지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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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