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

Multiple

방법

회사의 매출이나 이익 같은 기준 숫자에 배수를 곱해 기업가치를 매기는 평가 방법입니다.

등장 배경

투자를 받으려면 언젠가 "그래서 이 회사가 얼마짜리입니까" 라는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문제는 답할 재료가 마땅치 않다는 데 있었습니다. 아직 적자라 이익으로 셈할 수 없고, 앞으로 얼마를 벌겠다는 계획은 만든 쪽도 반쯤은 바람인 줄 압니다.

그래서 초기 협상 자리는 자주 이런 모양이었습니다. 대표가 "저희는 200억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면 투자자가 "어떻게 나온 숫자인가요" 하고 되묻고, 돌아오는 답이 "작년에 비슷한 회사가 그쯤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정도에 그쳤습니다. 근거가 전해 들은 이야기뿐이니 상대는 반박할 수도 동의할 수도 없었고, 협상은 서로 부른 숫자의 중간에서 대충 끝났습니다.

멀티플은 그 자리에 양쪽이 같이 검산할 수 있는 한 줄짜리 식을 놓습니다. 기준으로 삼을 숫자 하나와 거기에 곱할 배수 하나면 계산이 끝나고, 배수는 지어내는 값이 아니라 비슷한 회사들이 실제로 얼마에 거래됐는지에서 끌어옵니다. 그래서 이 방법이 답하는 질문은 이 회사가 본래 얼마짜리인가가 아니라 지금 시장이 이런 회사에 얼마를 매기고 있는가입니다.

사용 절차

기준 숫자를 고르고, 비교할 회사들에서 배수를 뽑고, 우리 회사 사정에 맞춰 그 배수를 조정한 뒤 곱합니다. 네 단계입니다.

  1. 기준 숫자를 고릅니다. 구독으로 파는 회사는 대개 연 반복 매출, 그러니까 매달 반복해 들어오는 돈을 일 년치로 환산한 값을 씁니다. 이익이 꾸준히 나는 회사라면 EBITDA 같은 이익 지표를 쓰기도 합니다.
  2. 비교군을 모읍니다. 사업 모델과 단계가 닮은 회사를 다섯에서 열 곳쯤 추립니다. 이 작업 자체가 유사 기업 비교와 맞물립니다.
  3. 배수를 뽑습니다. 비교군 각 회사의 기업가치를 그 회사의 기준 숫자로 나눕니다. 기업가치 1200억인 회사의 연 반복 매출이 150억이면 배수는 8입니다. 이렇게 나온 값들 가운데 중앙값을 씁니다. 평균을 쓰면 유난히 높게 거래된 한 곳이 전체를 끌어올립니다.
  4. 조정해 곱합니다. 우리 회사가 비교군보다 빠르게 크고 고객이 덜 떠나면 배수를 위로, 반대면 아래로 움직입니다. 여기서 근거로 쓰이는 것이 성장률과 처른, 그리고 기존 고객이 남기고 늘린 매출까지 합쳐 보는 순 매출 유지율입니다.

연 반복 매출 30억인 회사가 비교군 중앙값 8을 그대로 받으면 240억이 나옵니다. 성장이 비교군보다 느려 6으로 깎이면 180억이 됩니다. 같은 매출에서 60억이 갈리니 협상의 무게가 배수 한 칸에 실립니다.

적합한 상황과 한계

비교할 회사가 충분히 있고 기준 숫자가 매달 비슷하게 반복될 때 잘 맞습니다. 구독형 소프트웨어가 대표적인 자리입니다. 매출이 계약으로 묶여 다음 달에도 비슷하게 들어오고, 같은 모델로 상장한 회사가 여럿 있어 배수를 어디서 가져올지가 분명합니다.

반대로 맞지 않는 자리도 뚜렷합니다. 매출이 아직 거의 없는 초기 회사는 곱할 기준 숫자 자체가 없습니다. 사업 모델이 어디에도 없는 회사는 비교군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매출의 절반이 한 번 받고 끝나는 구축 대금인 회사도 곤란합니다. 반복되지 않는 돈에 배수를 곱하면 한 해의 운을 여러 해치 가치로 부풀리게 됩니다.

한계는 셋입니다.

  1. 시장 분위기에 통째로 흔들립니다. 2021년에 20배를 받던 구독형 회사들이 2023년에는 6배 근처로 내려왔습니다. 그 사이에 각 회사가 나빠진 것이 아니라 값을 매기는 쪽의 기준이 바뀐 것입니다.
  2. 배수는 근거가 아니라 요약입니다. 8이라는 숫자는 시장이 8을 매겼다는 사실만 알려 주고 왜 8인지는 말해 주지 않습니다.
  3. 기준 숫자를 부풀리기 쉽습니다. 일회성 대금을 연 반복 매출에 섞어 넣으면 배수를 건드리지 않고도 결과가 올라갑니다. 이 대목은 실사에서 매출 인식 기준을 뜯어볼 때 대부분 드러납니다.

그래서 배수 하나만 들고 가지 않습니다. 성장률과 이익률을 더해 40을 넘는지 보는 40의 법칙 같은 기준을 함께 놓고, 그 회사가 지금 배수를 받을 만한지를 따로 확인합니다.

실무 용례

"요즘 구독형 멀티플이 6배까지 내려왔어요. 작년 기준으로 준비하시면 안 됩니다."

시장이 매기는 배수가 바뀌었으니 목표 금액을 다시 잡자는 말입니다.

"연 반복 매출 기준 8배면 240억인데, 프리로 말씀하시는 거죠?"

같은 숫자가 투자금을 넣기 전 값인지 뒤 값인지를 확인하는 질문입니다.

"그 배수는 매년 두 배씩 크는 회사들 얘기예요. 저희는 40퍼센트입니다."

비교군을 잘못 골랐다고 지적하는 말입니다.

페이지덱이 다음 라운드를 준비하던 자리에서 규원은 연 반복 매출 30억에 10을 곱한 300억을 들고 들어갔습니다. 마주 앉은 심사역이 꺼낸 것은 비슷한 회사 일곱 곳의 거래를 정리한 표였고, 중앙값 7을 적용하면 210억이었습니다.

두 숫자의 차이를 메운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비교군 일곱 곳의 평균 성장률이 페이지덱보다 높았다는 점, 그리고 페이지덱의 순 매출 유지율이 118퍼센트여서 기존 고객만으로도 매출이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협상은 결국 배수를 얼마로 적을지가 아니라 이 두 항목 가운데 어느 쪽을 더 무겁게 볼지의 문제였습니다.

흔한 오해

업종마다 정해진 배수가 있다고 믿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기사나 뉴스레터가 "구독형은 10배" 같은 문장으로 숫자 하나만 옮겨 적으니 표준값처럼 읽힙니다. 실제로는 같은 구독형 안에서도 3배에서 20배까지 벌어집니다. 성장 속도, 고객이 남는 정도, 회사 규모가 배수를 만들고, 이 숫자를 고정값으로 믿고 자금 계획을 세우면 라운드를 열었다가 반년을 허비하고, 그만큼 런웨이가 줄어든 채로 다시 협상에 앉게 됩니다.

여기서 나온 값을 회사의 진짜 값어치로 읽는 것도 흔한 오해입니다. 계산이 딱 떨어지니 확정된 수치처럼 보이지만, 이 값은 지금 시장이 매기는 가격을 요약한 것이지 회사가 그만큼을 벌어들였다는 뜻이 아닙니다. 회사가 똑같이 굴러가는 동안에도 시장 배수가 내려가면 다음 라운드의 값은 지난번보다 낮게 적힙니다. 지난 라운드 값을 회사의 바닥값으로 여기고 계획을 세워 둔 팀일수록 이 상황에서 받을 조건이 나빠집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용어무엇으로 값을 만드는가멀티플과의 차이
현금흐름 할인법앞으로 벌어들일 현금을 예상해 현재 가치로 당겨 더합니다근거를 회사 안에서 찾습니다. 시장 분위기에 덜 흔들리는 대신 5년 뒤 예측이 두 배만 틀려도 결과가 두 배로 흔들려, 스타트업에서는 참고용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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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