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시트
Term Sheet
산출물
투자 금액과 기업가치, 주식에 붙는 조건을 한두 장으로 요약해 양쪽이 먼저 합의하는 문서입니다.
등장 배경
투자 계약서는 수십 장짜리 서류이고 양쪽 변호사가 붙어 몇 주를 씁니다. 그 작업을 먼저 시작해 놓고 중간에 핵심 조건이 안 맞는 것을 발견하면 그때까지 쓴 시간과 비용이 전부 버려집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대표와 심사역이 몇 주 대화하며 좋은 분위기로 계약서 작성에 들어갔는데, 조항을 하나씩 적다 보니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던 것이 드러나는 식입니다. 한쪽은 기업가치 150억을 투자금이 들어오기 전 값으로 알고 있었고 다른 쪽은 들어온 뒤 값으로 알고 있었거나, 회사가 팔릴 때 투자 원금을 먼저 회수하는 배수를 한쪽은 1배로 다른 쪽은 2배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쪽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는데 협상이 처음으로 돌아갔습니다.
텀시트는 그 순서를 바꾼 문서입니다. 긴 계약서를 쓰기 전에 값이 큰 조건만 골라 한두 장에 적고 양쪽이 서명합니다. 이 종이가 맞으면 변호사가 그것을 계약서 문장으로 옮기는 일만 남고, 안 맞으면 그 자리에서 헤어집니다. 대부분의 항목에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구속하려고 만든 문서가 아니라 오해를 미리 걷어내려고 만든 문서입니다.
구성 항목
한두 장 안에 들어가는 것은 값이 큰 순서로 다섯 덩어리입니다.
- 금액과 기업가치입니다. 투자 금액, 프리 머니, 곧 투자금이 들어오기 전의 기업가치, 그리고 그 둘에서 계산되는 지분율이 적힙니다. 프리인지 포스트인지를 명시하는 것이 이 줄의 핵심입니다.
- 주식의 종류와 조건입니다. 투자자가 받는 것은 대개 우선주이고, 여기에 청산 우선권의 배수와 원금을 회수한 뒤 남은 돈도 함께 나누는지, 다음 라운드가 낮은 값일 때 기존 투자자를 보정하는 조항이 들어가는지가 적힙니다.
- 지배구조입니다. 이사회를 몇 명으로 구성하고 그중 투자자 몫이 몇 자리인지, 회사 매각이나 신규 주식 발행처럼 투자자 동의를 받아야 하는 항목이 무엇인지를 목록으로 적습니다.
- 창업자에 관한 조항입니다. 창업자 주식에도 재직 기간에 따라 권리가 확정되는 방식을 걸어 두는 경우가 있고, 회사를 그만둘 때 주식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여기서 정해집니다.
- 절차와 기한입니다. 실사에 걸릴 기간, 마감 예정일, 그리고 독점 협상 기간이 들어갑니다. 서류 작업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도 이 자리에 적힙니다.
구속력이 있는 항목은 보통 둘뿐입니다. 정해진 기간에 다른 투자자와 협상하지 않겠다는 독점 협상 조항과, 주고받은 자료를 밖으로 내지 않겠다는 비밀 유지 조항입니다.
작성자와 독자
초안은 회사가 아니라 투자자가 씁니다. 라운드를 주도하는 벤처캐피탈의 심사역이 내부 검토를 마친 뒤 자기 회사의 표준 양식에 숫자와 조건을 채워 보냅니다. 여러 투자자가 참여하는 라운드에서도 텀시트는 주도하는 한 곳이 내고 나머지는 같은 조건에 붙습니다.
받는 쪽은 대표와 공동창업자입니다. 그리고 회사 쪽 변호사, 이미 주식을 가진 기존 투자자가 함께 읽습니다. 기존 투자자가 읽는 이유는 자기 지분이 얼마나 희석되는지와 자기보다 나중에 들어온 투자자가 앞 순서에 서는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읽는 요령은 금액부터 보지 않는 것입니다. 금액과 기업가치는 이미 대화에서 오간 값이라 새로울 것이 없고, 처음 보는 것은 조건 쪽입니다. 청산 우선권 배수, 참가 여부, 동의권 목록의 길이가 나중에 손에 쥐는 금액을 크게 바꿉니다.
서명한 뒤에는 정해진 순서가 따라옵니다. 실사에서 회사가 낸 숫자가 사실인지 검증하고, 문제가 없으면 본계약서를 쓰고, 그 뒤 투자금이 들어옵니다. 여기까지 보통 한두 달이 걸립니다. 이 앞 단계에서 투자자에게 회사를 설명하는 데 쓰인 것이 IR 자료이고, 텀시트는 그 설명이 끝난 뒤에 나오는 문서입니다.
실무 용례
"텀시트 받았습니다. 프리 120억에 30억, 1배 비참가입니다."
투자 전 기업가치와 투자 금액, 청산 우선권 조건을 한 번에 전한 말입니다.
"독점 협상 조항이 4주라 그 기간에는 다른 투자자와 얘기할 수 없습니다."
서명하는 순간 다른 선택지를 잠시 닫는다는 뜻입니다.
"텀시트는 구속력이 없지만 여기서 합의한 걸 본계약에서 뒤집으면 신뢰가 깨집니다."
법적으로 가능한 것과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이 다르다는 지적입니다.
페이지덱이 시리즈 A 텀시트를 받았을 때 문서는 두 장이었습니다. 규원이 가장 오래 본 줄은 금액이 아니라 동의권 목록이었습니다. 처음 온 안에는 연간 예산 승인과 일정 금액 이상의 채용까지 동의가 필요하도록 적혀 있었는데, 그대로 두면 사람을 뽑을 때마다 투자자에게 확인을 받아야 합니다.
협상 끝에 목록은 회사 매각과 신규 주식 발행, 큰 금액의 대출 셋으로 좁혀졌습니다. 기업가치는 처음 제시된 값에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규원이 나중에 이 라운드를 설명할 때 조건 협상이 금액 협상보다 오래 걸렸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흔한 오해
텀시트에 서명하면 투자가 확정된다고 읽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양쪽이 서명한 문서이니 계약처럼 보이고, 그 자리에서 축하를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항목에 구속력이 없고 그 뒤에 실사가 남아 있습니다. 매출 인식 기준이 잘못돼 있었거나 곧 끝날 계약이 매출에 섞여 있었던 것이 드러나면 합의했던 기업가치가 내려가거나 거래 자체가 멈춥니다. 서명한 날에 채용 공고를 올리고 사무실 계약을 하는 것은 이른 판단입니다. 돈이 통장에 들어온 날부터 세는 편이 안전합니다.
금액과 기업가치만 맞으면 좋은 텀시트라고 보는 오해도 흔합니다. 두 숫자가 가장 눈에 띄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도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손에 쥐는 금액은 조건이 정합니다. 프리 머니 120억에 합의했어도 청산 우선권이 2배이고 원금을 받은 뒤 남은 돈까지 함께 나누는 조건이면, 회사가 중간 규모로 팔릴 때 창업자 몫은 1배 비참가 조건에서보다 훨씬 작아집니다. 값을 조금 낮추고 조건을 단순하게 하는 쪽이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 용어 | 무엇을 하는 단계인가 | 텀시트와의 차이 |
|---|---|---|
| 실사 | 회사가 낸 숫자와 계약을 검증 | 텀시트 다음에 옵니다. 여기서 사실이 어긋나면 합의된 조건이 다시 열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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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