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찰
Friction
개념
사용자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를 망설이거나 포기하게 만드는 걸림돌로, 전환이 새는 자리의 원인을 하나씩 짚을 때 씁니다.
등장 배경
전환이 낮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숫자로 보였습니다. 가입 화면까지 온 5,000명 가운데 1,200명만 계정을 만들었다는 것은 누구나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읽히지 않는 건 그다음이었습니다. 왜 3,800명이 나갔는지를 가리키는 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개선 회의는 취향 싸움이 됐습니다. 누군가 "화면이 복잡해 보인다" 고 하면 다른 사람이 "버튼 색을 바꿔 보자" 고 답하고, 한 달 뒤 같은 숫자를 다시 보며 같은 대화를 반복했습니다. 나가는 이유를 하나씩 떼어 부를 이름이 없으니 고칠 목록도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마찰은 그 이름으로 들여온 말입니다. 물리에서 움직이는 물체를 붙잡아 세우는 저항을 가리키던 단어인데, 사용자를 굴러가는 물체로 보면 셈이 맞습니다. 제품에는 사람을 앞으로 밀어 주는 힘과 붙잡아 세우는 힘이 함께 있고, 미는 힘이 아무리 세도 붙잡는 힘이 더 크면 그 자리에 멈춥니다. 이 말이 생기고 나서 회의 기록에는 "가입 화면 개선" 대신 "회사명 입력 칸 제거, 인증 문자 대기 3분, 카드 번호 선요구" 같은 목록이 남기 시작했습니다.
작동 방식
마찰은 한 단계를 통과하려고 사용자가 치러야 하는 값으로 쌓이고, 그 값은 셋으로 나뉩니다.
- 시간. 입력 칸 아홉 개를 채우는 데 드는 2분, 인증 문자를 기다리는 3분, 화면이 뜨기까지 걸리는 3초가 여기 들어갑니다. 재기 쉬워서 가장 먼저 발견되는 종류입니다.
- 생각.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항목 이름,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는 선택지, 다음에 어디를 눌러야 할지 보이지 않는 화면입니다. 사용자가 멈춰 서서 판단해야 하는 자리마다 값이 붙습니다.
- 불안. 아직 써 보지도 않았는데 카드 번호부터 받는 화면, 왜 필요한지 알 수 없는 회사명 칸, 나중에 해지할 수 있는지 안 보이는 결제 단계입니다. 앞의 둘과 달리 화면을 빨리 만들어도 줄지 않습니다.
찾는 방법은 순서가 있습니다. 먼저 단계별 통과 비율을 보고 유독 낮은 칸을 고른 다음, 그 칸 하나만 놓고 화면 기록을 열 건쯤 돌려 봅니다. 사람들이 어디서 멈추고 무엇을 지웠다 다시 쓰는지가 거기 보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 다섯 명에게 같은 화면을 시켜 보면 기록만으로는 안 보이던 이유가 말로 나옵니다.
덜어 내는 순서도 정해져 있습니다. 없앨 수 있으면 없애고, 못 없애면 뒤로 미루고, 미룰 수도 없으면 쉽게 만듭니다. 회사명 칸은 대개 없앨 수 있습니다. 팀 규모처럼 언젠가는 필요한 정보는 가입 화면에서 빼고 제품을 쓰는 중에 나눠 묻는 점진적 정보 수집으로 미룹니다. 비밀번호를 만들어 기억하는 일은 없앨 수도 미룰 수도 없으니, 이미 쓰는 계정으로 바로 들어오게 하는 소셜 로그인으로 대신합니다. 페이지덱이 가입 화면의 아홉 칸을 세 칸으로 줄였을 때 통과 비율은 24퍼센트에서 38퍼센트로 올랐습니다.
쓰이는 곳
모든 사용자가 반드시 지나는 좁은 목에서 가장 먼저 다룹니다. 계정을 만들기까지 거치는 화면 순서인 가입 흐름, 결제 단계, 새 사용자가 제품에 자리 잡도록 돕는 온보딩이 그런 자리입니다. 여기는 통과 비율이 1퍼센트포인트만 올라도 뒤쪽 모든 단계의 사람 수가 함께 오릅니다.
줄인 효과는 전환율로 확인합니다. 같은 기간 방문 대비 목표 행동을 한 비율인데, 이 값은 계절이나 광고 집행에도 흔들리기 때문에 마찰 하나를 덜어 낸 효과를 따로 보려면 A/B 테스트로 확인합니다. 방문자를 무작위로 반씩 나눠 예전 화면과 새 화면을 보여 주고 두 집단의 통과 비율을 비교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다 덜어 내는 게 목표는 아닙니다. 일부러 남기는 마찰이 있습니다. 문서를 영구 삭제하기 전에 한 번 더 묻는 화면, 연간 결제 전에 금액을 다시 보여 주는 단계, 가입할 때 사람인지 확인하는 절차가 그렇습니다. 이 자리의 마찰을 0으로 만들면 실수와 어뷰저가 같은 속도로 통과합니다. 남길 마찰과 없앨 마찰을 가르는 기준은 하나입니다. 되돌릴 수 없는 행동 앞에서는 붙잡고, 되돌릴 수 있는 행동 앞에서는 놓습니다.
실무 용례
"가입 화면 마찰이 너무 큽니다. 칸 아홉 개 중에 지금 당장 필요한 건 두 개예요."
나머지 일곱 개를 없애거나 나중으로 미루자는 제안입니다.
"이건 의도한 마찰이에요. 영구 삭제는 한 번 더 묻는 게 맞습니다."
편의보다 실수 방지가 먼저인 자리라 그대로 두자는 뜻입니다.
"전환이 안 오르는 건 문구 문제가 아니라 인증 문자 대기 시간 같은데요."
화면에 보이는 것 말고 기다리는 시간이 원인이라는 지적입니다.
지난 분기 현우가 가입 단계별 숫자를 들고 왔습니다. 가입 화면에 들어온 사람 가운데 24퍼센트만 계정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민서가 그 화면의 사용 기록 열 건을 돌려 보고 멈추는 자리 셋을 뽑았습니다. 회사명 칸에서 커서가 오래 머물렀고, 휴대폰 인증 단계에서 절반이 창을 닫았고, 비밀번호 규칙 안내를 읽다가 나간 사람이 있었습니다.
셋을 그대로 목록으로 만들어 태오가 하나씩 손봤습니다. 회사명 칸은 지우고, 휴대폰 인증은 결제할 때로 미루고, 비밀번호는 구글 계정 로그인으로 대신했습니다. 지현은 문서 영구 삭제 앞의 확인 창만은 그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아낀 3초보다 잘못 지운 문서 한 건이 더 비싸기 때문입니다.
흔한 오해
마찰을 무조건 없애야 할 것으로 읽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덜어 낼 때마다 전환이 오르는 경험을 하다 보면 그렇게 굳어집니다. 하지만 마찰은 사용자를 붙잡는 힘이라 잘못된 행동도 같이 붙잡습니다. 결제 확인 단계를 없애고 버튼 한 번으로 연간 요금이 빠져나가게 만들면 그달 결제 건수는 늘지만, 다음 달에 환불 문의가 함께 늘고 응대 비용과 취소된 계약을 빼고 나면 남는 것이 없습니다.
마찰을 화면 디자인 문제로만 보는 오해도 자주 나옵니다. 눈에 보이는 자리에서 발견되니 그렇게 읽힙니다. 실제로는 기다리는 시간, 요구하는 정보, 회사가 정한 정책, 법이 요구하는 절차가 모두 마찰로 쌓입니다. 이 점을 놓치면 팀은 버튼 색과 문구만 바꾸는 실험을 반년쯤 반복하게 됩니다. 그동안 3초짜리 로딩과 카드 번호 선요구는 그대로 남아 있고, 실험 결과는 매번 의미 없는 차이로 끝납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 용어 | 무엇을 가리키는가 | 마찰과의 차이 |
|---|---|---|
| 퍼널 이탈 구간 | 사용자가 유독 많이 빠져나가는 단계 | 어디인지를 말합니다. 마찰은 그 자리를 열어 본 뒤에 나오는 무엇인지에 해당하고, 한 이탈 구간에 마찰이 여럿 섞여 있는 일이 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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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