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스
Growth
개념
사용자를 데려오고 머물게 하는 과정을 실험으로 하나씩 고쳐 제품 스스로 성장을 만들게 하는 일입니다.
등장 배경
제품을 키우는 일이 부서별로 잘려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마케팅은 사람을 데려오는 데까지, 제품팀은 기능을 내는 데까지, 영업은 계약을 맺는 데까지 책임졌습니다. 각자 자기 구간에서 잘했는지만 보면 됐고, 구간과 구간 사이에서 사람이 사라지는 일은 누구의 성과표에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회의는 늘 같은 모양으로 흘러갔습니다. 광고비를 두 배로 써서 한 달에 가입자 1만 명을 받았는데 30일 뒤 남아 있는 사람은 400명이었습니다. 왜 이러냐고 물으면 마케팅은 약속한 가입자 수를 채웠다고 답하고, 제품팀은 요청받은 기능을 다 냈다고 답했습니다. 둘 다 사실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사이, 가입한 사람이 첫 화면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창을 닫아 버리는 구간에 있었는데 그 구간을 자기 일로 여기는 자리가 없었습니다.
그로스는 이 잘린 구간들을 한 줄로 이어 붙여 보자는 데서 나왔습니다. 사람이 제품을 알게 되고, 들어오고, 처음 써 보고, 계속 쓰고, 남에게 옮기는 흐름을 하나의 루프로 놓고 보면 어느 칸에서 새는지가 드러납니다. 새는 칸을 고르고, 작게 바꿔 보고, 숫자가 올랐는지 확인하고, 안 올랐으면 되돌립니다. 부서 이름이 아니라 이 순서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분야 구성
그로스 아래 묶인 용어는 열 갈래로 나뉩니다. 누가 하는지(역할), 성장을 무엇으로 설명하는지(모델), 과정을 어떻게 끊어 보는지(퍼널), 한 번의 시도를 어떻게 굴리는지(실행), 그 결과를 무엇으로 확인하는지(측정), 그리고 퍼널의 칸마다 붙은 다섯 갈래 — 사람을 데려오는 일(획득), 들어온 사람을 다음 단계로 미는 일(전환), 떠나지 않게 하는 일(유지), 사용자가 사용자를 부르게 하는 일(확산), 파는 과정 자체를 제품에 맡기는 일(PLG)입니다.
역할은 이 일을 맡는 사람을 가르는 갈래입니다. 둘로 나뉘고, 기준은 방향을 정하느냐 만들어 붙이느냐입니다.
- 그로스 리드 — 지금 어느 칸이 가장 크게 새는지 판단하고 이번 분기에 어디를 건드릴지 정합니다. 아이디어는 늘 서른 개쯤 쌓이는데 실제로 돌릴 수 있는 것은 다섯 개라, 나머지 스물다섯 개를 접는 것이 이 자리의 주된 일입니다.
- 그로스 엔지니어 — 정해진 시도를 코드로 만들어 붙이고, 결과가 나오면 진 쪽을 지웁니다. 일반 개발과 다른 점은 만든 것의 절반 이상이 지워진다는 전제로 짠다는 데 있습니다. 두 주를 들여 완성도를 높이는 대신 이틀 만에 두 갈래를 띄워 보는 쪽을 고릅니다.
이 둘이 앉는 조직 단위가 그로스 팀입니다. 기획과 개발, 디자인과 분석을 한 팀에 섞어 넣고 기능 출시가 아니라 지표 개선만 맡깁니다. 직군을 섞는 이유는 시도 하나가 대개 네 직군을 모두 거치기 때문입니다. 요청서를 옆 팀에 넘겨 순서를 기다리면 한 바퀴 도는 데 3주가 걸리고, 그 속도로는 한 분기에 네 번밖에 못 돌립니다.
모델은 성장을 식으로 적는 갈래입니다. 그로스 모델은 사용자와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를 덧셈과 곱셈으로 적어 둔 것입니다. 이를테면 이번 달 활성 사용자는 지난달 활성 사용자에 남는 비율을 곱한 값에 신규 유입을 더한 값입니다. 여기에 실제 숫자를 넣어 보면 어디를 건드려야 하는지가 드러납니다. 활성 1만 명에 남는 비율 70퍼센트, 신규 2천 명이면 다음 달은 9천 명이라 오히려 줄어듭니다. 신규를 3천 명으로 늘려야 겨우 1만 명인데, 남는 비율을 80퍼센트로 올리면 신규를 그대로 두고도 1만 명입니다. 식이 없으면 이 비교를 말로 다투게 됩니다.
퍼널은 그 과정을 칸으로 끊는 갈래입니다. AARRR 단계는 사용자가 지나는 길을 획득, 활성화, 유지, 추천, 매출 다섯 칸으로 나누고 칸마다 통과한 사람 수를 셉니다. 칸을 나누는 이유는 한 덩어리 숫자로는 원인을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입자가 1만 명인데 매출이 안 나온다는 사실만으로는 할 일이 정해지지 않지만, 1만 명 중 첫 문서를 만든 사람이 1,200명이고 그중 일주일 뒤 다시 들어온 사람이 900명이라는 것까지 보이면 손댈 칸이 하나로 좁혀집니다.
실행은 한 번의 시도를 다루는 갈래입니다. 그로스 실험은 무엇을 바꾸면 어느 숫자가 얼마나 오를 것이라는 예상을 먼저 적고, 사용자를 두 갈래로 나눠 한쪽에만 바뀐 화면을 보여 준 다음, 벌어진 차이가 우연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예상을 먼저 적게 하는 이유는 결과를 본 뒤에는 어떤 숫자에든 그럴듯한 설명이 붙기 때문입니다.
측정은 그 숫자를 만들고 읽는 갈래입니다. 그로스 분석은 어느 칸이 막혀 있는지, 이번 변화가 정말 효과였는지를 가려냅니다. 사용자가 화면에서 무엇을 눌렀는지 기록을 남기는 일부터, 같은 주에 가입한 사람들을 한 묶음으로 놓고 몇 주째 남아 있는지 따라가는 일까지가 여기 들어갑니다. 이 갈래가 약하면 나머지 아홉 갈래가 전부 감으로 돌아갑니다.
획득은 사람이 들어오는 입구를 다루는 갈래입니다. 획득 경로는 검색, 광고, 소개, 콘텐츠, 제휴처럼 새 사용자가 제품에 닿는 길입니다. 길마다 데려오는 사람 수와 한 명당 드는 돈, 들어온 뒤 남는 비율이 제각각입니다. 광고로 온 1,000명과 검색으로 온 1,000명은 같은 1,000명이 아닙니다.
전환은 들어온 사람을 다음 칸으로 미는 갈래입니다. 전환 최적화는 유입을 늘리지 않고 같은 유입에서 더 많은 결과를 뽑아내는 작업입니다. 가입 화면의 입력 칸을 다섯 개에서 두 개로 줄이는 것 같은 일이라, 들어오는 사람은 이미 충분한데 끝까지 가는 사람이 적을 때 값이 큽니다.
유지는 들어온 사람이 남게 만드는 갈래이고 둘로 나뉩니다. 인게이지먼트는 사용자가 제품에 얼마나 깊이 관여하는지를 보는 쪽입니다. 한 달에 한 번 들어와 읽고 나가는 사람과 매일 들어와 문서를 고치는 사람은 같은 활성 사용자로 세지만 다음 달에 남을 확률이 다릅니다. 이탈 방지는 떠날 낌새를 미리 잡아 손쓰는 쪽입니다. 매일 들어오던 팀이 2주째 조용하면 아직 해지 버튼을 누르지 않았어도 이미 떠난 것에 가깝습니다.
확산은 남아 있는 사용자가 새 사용자를 데려오게 만드는 갈래입니다. 추천 성장은 초대, 공유 링크, 소개 보상처럼 사용자가 사용자를 부르는 길을 설계합니다. 이 갈래가 도는 제품은 광고비를 줄여도 유입이 유지되지만, 억지로 붙인 보상은 보상만 받고 떠나는 사람을 데려옵니다.
PLG 는 파는 과정 자체를 제품에 맡기는 갈래입니다. 제품 주도 성장 전술은 영업 담당자가 설명하고 설득하는 대신, 무료로 먼저 써 보게 하고 제품 안에서 팀원을 초대하게 하고 한계에 부딪히는 자리에서 결제를 제안하는 방법입니다. 다른 갈래가 퍼널의 한 칸을 맡는다면 이쪽은 퍼널 전체를 제품 안으로 끌어들이는 쪽에 가깝습니다.
열 갈래는 따로 돌지 않습니다. 모델이 어디를 건드릴지 정하고, 퍼널이 그 자리를 칸으로 짚어 주고, 획득과 전환과 유지와 확산과 PLG 가 그 칸의 실제 손잡이를 쥐고, 실행이 손잡이를 한 번 돌려 보고, 측정이 돌린 결과를 읽습니다. 역할은 이 한 바퀴를 몇 주에 한 번 돌리느냐를 결정합니다.
실무 용례
"이번 분기는 획득 말고 활성화만 봅니다. 위에서 더 부어도 거기서 다 새요."
퍼널의 첫 칸 대신 두 번째 칸을 고치겠다는 뜻이고, 유입을 늘리는 일을 한 분기 미루겠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이 실험 성공 지표가 가입 전환율인데, 그거 올려도 한 달 뒤 남는 사람 수는 그대로일 수 있습니다."
지금 재고 있는 숫자가 실제로 키우려는 것과 이어져 있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지난주 시도 네 개 중 하나만 이겼습니다. 나머지 셋은 원래대로 되돌렸어요."
실패가 사고가 아니라 정상이라는 전제를 깔고 하는 보고입니다.
페이지덱에서는 현우가 월요일마다 지난주 숫자를 펼쳐 놓고 한 주를 시작합니다. 지난달에는 가입자가 늘었는데 2주 뒤 남는 비율이 오히려 떨어져 있었습니다. 칸을 따라 내려가 보니 가입한 사람 중 문서를 하나라도 만든 사람은 14퍼센트였고, 만든 사람이 2주 뒤 남을 확률은 만들지 않은 사람의 다섯 배였습니다. 그래서 그 분기의 시도는 전부 첫 문서를 만들게 하는 자리에 몰렸습니다.
현우가 가설을 적으면 지현이 제품 방향과 어긋나지 않는지 보고, 태오가 두 갈래 화면을 띄워 일주일을 돌립니다. 네 번 중 세 번은 차이가 없어 되돌리고 한 번 이긴 것만 남깁니다. 그해 가장 크게 이긴 것은 빈 화면에 예시 문서 세 개를 미리 깔아 둔 쪽이었습니다.
흔한 오해
그로스를 마케팅의 새 이름으로 읽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눈에 띄는 성과가 유입 쪽에서 먼저 나오고 이 자리에 앉는 사람도 마케팅 출신이 많으니 그렇게 보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일의 손은 대부분 제품 안쪽에 들어갑니다. 가입 절차, 처음 켰을 때 보이는 화면, 결제를 권하는 시점처럼 광고가 아니라 화면을 고치는 작업이 할 일 목록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둘을 같은 것으로 보면 조직을 꾸릴 때 광고 예산만 주고 제품을 고칠 권한은 주지 않게 되고, 그러면 새는 칸을 그대로 둔 채 위에 붓는 양만 늘리다 예산이 먼저 끝납니다.
시도를 많이 하면 성장한다고 믿는 것도 자주 보는 오해입니다. 이기는 시도가 언젠가 나온다는 말 자체는 맞으니 횟수를 늘리는 쪽으로 기울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 일은 이미 있는 구조를 몇 퍼센트 다듬는 도구라서, 애초에 사람들이 계속 쓸 이유가 없는 제품에서는 버튼 색을 백 번 바꿔도 남는 비율이 제자리입니다. 전환율을 2퍼센트에서 2.4퍼센트로 올리는 일은 올린 뒤에 남는 사람이 있을 때만 값이 있습니다. 순서를 뒤집으면 팀은 일 년 내내 바쁘고 지표는 시작한 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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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