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성
Usability
개념
사용자가 하려던 일을 헤매지 않고 정확하게 끝낼 수 있는 정도를 가리키며, 화면 설계의 품질을 재는 축의 하나입니다.
등장 배경
제품이 안 쓰인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어려운 것은 왜 안 쓰이는지를 대는 일이었습니다. 회의에서 나오는 말은 "화면이 불편하다" 아니면 "쓰기가 어렵다" 정도였고, 그 말로는 무엇을 고쳐야 할지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기능이 없는 것인지, 있는데 못 찾는 것인지, 찾았는데 잘못 눌러 되돌리느라 지친 것인지가 한 문장 안에 뭉쳐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논의는 대개 만든 사람의 감에서 끝났습니다. "저는 잘 되던데요" 라는 말이 결론이 되는 자리가 많았는데, 이 말은 대체로 사실입니다. 그 화면을 만든 사람은 어느 메뉴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를 이미 알고 있어서 헤맬 일이 없습니다. 처음 들어온 사람만 헤매고, 그 사람은 회의실에 없습니다. 이미 있는 기능을 만들어 달라는 문의가 고객센터로 계속 들어오는데도 개발 쪽에서는 그 기능이 멀쩡히 있다고 답하는 상황이 여기서 나옵니다. 양쪽 다 틀린 말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런 문의가 쌓여도 대응은 대개 도움말 문서를 한 장 더 쓰는 쪽으로 갔습니다. 화면을 고치려면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대야 하는데 그럴 말이 없었고, 문서를 늘리는 일에는 아무도 반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늘어난 도움말은 대개 읽히지 않고, 읽히지 않는다는 사실조차 한참 뒤에야 확인됩니다.
사용성은 이 판단을 감에서 떼어 내려고 붙인 이름입니다. 의견을 묻는 대신 실제 과업을 시켜 보고 세 가지를 셉니다. 끝까지 간 사람이 몇 명인지, 거기까지 몇 초가 걸렸는지, 도중에 몇 번 잘못 눌렀는지입니다. 다섯 명에게 문서를 공유해 보라고 했을 때 셋이 20초 넘게 멈춰 있었다면 그것은 취향이 아니라 기록입니다. 상위의 사용자 경험이 경험을 다섯 축으로 쪼개 놓았는데, 그중 이 축은 두 번째 자리에 놓입니다. 필요한 일을 해 주는 제품인지를 먼저 묻고, 그렇다면 그 일에 닿기까지 몇 번 막히는지를 다음에 묻습니다.
분야 구성
사용성 아래 용어는 두 갈래입니다. 이 축을 다시 쪼개 무엇을 잴지 정해 주는 하위 요소가 넷이고, 그 넷을 사용자를 부르기 전에 미리 훑게 해 주는 평가 기준이 하나입니다. 넷은 재는 대상이고 평가 기준은 거르는 그물입니다.
하위 요소 넷은 사용자가 제품과 만나는 시점이 서로 다릅니다. 같은 화면이라도 어느 시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점수가 달라집니다.
- 학습 용이성 — 처음 쓰는 사람이 얼마나 빨리 익히는지입니다. 가입한 지 30분 안쪽에서 벌어지는 일만 봅니다. 처음 온 다섯 명에게 아무 안내 없이 문서 하나를 만들어 동료에게 공유해 보라고 하고, 몇 명이 도움 없이 끝까지 가는지를 셉니다. 여기서 점수를 잃는 제품은 가입은 많은데 첫날에 절반이 사라집니다. 고치는 방법은 기능을 줄이는 쪽보다 첫 화면에서 할 일을 하나로 좁히는 쪽입니다. 처음 들어온 사람에게 열두 가지를 보여 주면 그 사람은 무엇부터 눌러야 할지를 고르는 데 시간을 다 씁니다.
- 효율성 — 익숙해진 사람이 얼마나 빠르게 처리하는지입니다. 매일 같은 일을 열 번씩 하는 사람이 기준이라, 재는 단위가 초와 클릭 수로 내려갑니다. 문서를 복제해 제목을 바꾸는 일이 여섯 번 클릭이면 하루에 열 번 하는 사람에게는 매일 예순 번입니다. 이 축은 앞의 축과 자주 부딪힙니다. 초보에게 친절하도록 단계를 나눠 놓은 마법사 화면은 숙련자에게는 건너뛸 수 없는 열두 번의 클릭이 됩니다. 그래서 대개 둘 중 무엇을 우선할지 제품이 미리 정하고, 단축키나 일괄 처리처럼 숙련자에게만 열리는 길을 따로 둡니다.
- 기억 용이성 — 한동안 안 쓰다가 돌아온 사람이 다시 익히지 않아도 되는 정도입니다. 매일 쓰는 화면에서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고, 월말 정산이나 분기 보고처럼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화면에서 걸립니다. 지난번에 어디를 눌러 끝냈는지 기억이 안 나면 그 사람은 처음 온 사람과 같은 상태가 됩니다. 화면에 남겨 둔 흔적, 그러니까 최근에 쓴 항목이나 지난번 설정값이 이 축을 떠받칩니다. 화면 이름을 팀 안에서만 통하는 말로 붙여 두면 이 축이 특히 빨리 무너집니다. 한 달 전에 그 말을 들었던 사람도 한 달 뒤에는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 오류 방지 — 실수를 애초에 하기 어렵게 만들어 두는 설계입니다. 실수한 뒤에 잘 알려 주는 것보다 실수 자체가 나오지 않게 하는 쪽이 앞섭니다. 조건이 안 맞는 버튼은 눌리지 않게 두고, 지우기는 목록 맨 끝에 떨어뜨려 두고, 되돌릴 수 없는 일에만 확인을 받습니다. 확인 창을 아무 데나 붙이면 사람은 읽지 않고 누르는 습관이 들어 정작 위험한 자리에서도 그냥 지나갑니다. 실수를 못 하게 막는 것과 실수를 되돌릴 수 있게 하는 것은 서로 대신할 수 있는 수단이라, 되돌리기가 확실하게 동작하는 자리에서는 확인을 아예 빼는 편이 낫습니다.
평가 기준은 사용자를 부르기 전에 쓰는 갈래입니다. 닐슨 휴리스틱은 사용성 점검에 쓰는 열 가지 원칙으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화면이 알려 주는가, 사용자가 쓰는 말로 적혀 있는가, 빠져나갈 문이 있는가 같은 항목이 들어 있습니다. 전문가 서넛이 화면을 각자 훑으며 위반을 적어 내고 그것을 합칩니다. 사람을 모으지 않아도 되니 하루 안에 끝나고 비용도 거의 들지 않습니다. 대신 실제 사용자가 무엇을 하는지는 보지 못하므로, 여기서 걸러 낸 뒤에 사람을 불러 확인하는 순서로 씁니다.
두 갈래는 이렇게 맞물립니다. 네 축이 무엇을 잴지 정해 주고, 열 가지 원칙이 사람을 부르기 전에 뻔한 위반을 먼저 걷어 냅니다. 그러고 나면 남는 질문은 어느 축을 이 제품이 우선하느냐입니다. 넷을 동시에 최고로 만들 수는 없어서, 하루에 한 번 열리는 제품은 앞의 두 축을 택하고 종일 켜 두는 업무 도구는 효율성 쪽으로 기울입니다. 무엇을 포기했는지 알고 포기한 팀과 그냥 흘러온 팀의 화면은 몇 달 뒤에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정하지 않고 흘러온 팀의 화면에는 초보용 안내와 숙련자용 단축 경로가 같은 자리에 겹쳐 쌓이는데, 그러면 처음 온 사람은 안내가 어디까지인지 몰라 헤매고 매일 쓰는 사람은 안내를 닫는 클릭을 매번 한 번 더 합니다.
실무 용례
"이건 사용성 문제가 아니라 유용성 문제 같은데요. 아무도 이 기능을 달라고 한 적이 없어요."
화면을 고쳐도 안 쓰일 테니 만들지 말지부터 정하자는 말입니다.
"다섯 명 중 셋이 공유 버튼을 못 찾고 20초 넘게 멈췄습니다."
의견이 아니라 과업을 시켜 보고 센 기록이라는 뜻입니다.
"여기 되돌리기만 넣으면 확인 창을 뺄 수 있어요."
실수를 막는 방식을 사전 확인에서 사후 복구로 바꾸자는 제안입니다.
페이지덱에서 이 말이 가장 많이 오간 자리는 문서 공유 화면이었습니다. 수아가 고객 문의를 정리해 왔는데, 같은 질문이 반복해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외부 사람에게 문서를 보여 주는 방법을 알려 달라는 문의였고, 그 기능은 처음부터 들어 있었습니다. 태오가 기록을 확인해 보니 공유 화면까지 들어온 사람의 상당수가 아무것도 고르지 않고 창을 닫고 있었습니다.
민서가 다섯 명을 불러 같은 과업을 시켰습니다. 문서를 회사 밖 사람에게 읽기 전용으로 보내 달라는 과업이었습니다. 셋이 권한 목록 앞에서 멈췄습니다. 읽기와 댓글과 편집이라는 세 항목이 나란히 있었는데, 회사 밖 사람에게 보내는 일과 세 항목 중 하나를 고르는 일이 머릿속에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한 명은 편집을 골랐다가 취소하고 다시 열었습니다. 다섯 명 모두 세 항목의 뜻 자체는 알고 있었습니다. 막힌 지점은 지금 자기가 하려는 일이 셋 중 무엇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자리였습니다.
민서는 항목을 지우지 않고 순서와 문구만 바꿨습니다. 맨 위에 누구에게 보낼지를 먼저 묻고, 회사 밖 사람을 고르면 읽기가 기본으로 잡히게 했습니다. 지현은 이 결과를 두고 기능이 없어서 생긴 문의가 아니었다는 점을 기록에 남겼습니다. 같은 문의가 다음 달에 크게 줄었고, 공유 화면에서 그냥 닫고 나가는 비율도 함께 내려갔습니다.
흔한 오해
사용성을 올리면 제품이 잘된다고 보는 오해가 가장 흔합니다. 화면을 고치고 나서 숫자가 오른 사례가 눈에 잘 띄고, 고칠 대상이 손에 잡히니 착수하기도 쉽습니다. 그런데 이 축은 다섯 축 중 두 번째 자리에 있고 앞자리는 유용성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기능을 쉽게 만들면 그 기능을 안 쓰는 이유가 하나 줄어들 뿐입니다. 이 순서를 뒤집은 팀은 분기마다 화면을 다시 그리면서 왜 숫자가 안 움직이는지 묻게 되고, 대개 답은 화면 바깥에 있습니다. 두 축을 갈라 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과업을 끝까지 해낸 사람들이 그다음 주에 다시 돌아왔는지를 보면 됩니다. 끝내고도 안 돌아오면 그 기능을 원하지 않은 것이고, 못 끝낸 사람만 사라졌다면 길을 못 찾은 것입니다. 새 화면을 그리기 전에 이 기능을 달라고 한 사람이 실제로 있었는지부터 확인하면 헛돌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익숙해지면 해결되는 문제라고 넘기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실제로 오래 쓴 사람들은 더 이상 불편을 말하지 않으니 그 말이 맞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지금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은 익숙해진 사람이고, 익숙해지지 못한 사람은 이미 나가서 말할 자리가 없습니다. 신규 사용자는 매일 새로 들어오므로 이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같은 수만큼 되풀이됩니다. 그대로 두면 이탈이 가입 첫날에 몰리고, 광고비를 아무리 써도 남는 사람 수가 늘지 않습니다. 팀 안에서 이 오해를 걷어내는 가장 빠른 방법은 오래 쓴 사람의 의견 대신 이번 주에 처음 들어온 사람 다섯 명이 같은 화면 앞에서 멈춘 장면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입니다. 숫자보다 그 장면이 논쟁을 빨리 끝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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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