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기간
Contract Term
개념
계약이 유효한 기간으로, 1년이나 3년 같은 길이로 적히고 할인 폭과 갱신 시점이 이 값에 함께 묶입니다.
등장 배경
소프트웨어를 한 번 사서 계속 쓰던 시절에는 기간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었습니다. 값을 치르고 설치하면 그것으로 거래가 끝났고, 다음 거래는 새 버전이 나올 때 다시 시작됐습니다.
구독으로 파는 방식이 자리 잡으면서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한 번에 받는 돈이 사라지고 매달 조금씩 들어오게 되자, 이 고객이 언제까지 남아 있느냐가 거래의 값어치를 직접 결정하게 됐습니다. 같은 월 100만 원짜리 고객이라도 석 달 뒤에 떠나면 300만 원이고 3년을 쓰면 3600만 원입니다. 파는 쪽은 계약서에 기간을 적어 그 값을 미리 고정하고 싶어 하고, 사는 쪽은 안 쓰게 될 수도 있는 기간까지 묶이기를 꺼립니다. 계약 기간은 이 두 요구가 부딪히는 자리에 놓인 숫자입니다.
기간이 적히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는 페이지덱 초기에 드러났습니다. 처음에는 고객사도 월 단위로 받았는데, 분기 매출을 예측하려 할 때마다 다음 달에 몇 곳이 남아 있을지를 알 수 없었습니다. 수아가 계약을 따 와도 규원은 그 숫자를 예측에 온전히 넣지 못했습니다. 언제든 한 달 뒤에 사라질 수 있는 금액이었기 때문입니다. 연 단위 계약으로 옮기고 나서야 12개월치가 확정된 매출로 잡혔습니다.
작동 방식
계약서에는 시작일과 종료일이 함께 적히고, 그 사이의 길이가 계약 기간입니다. 구독형 제품은 대개 1년을 기본으로 두고, 2년이나 3년으로 길게 묶는 선택지를 함께 제시합니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값을 깎아 줍니다. 파는 쪽이 얻는 것은 예측 가능한 매출이고, 사는 쪽이 얻는 것은 낮은 단가입니다. 좌석당 월 1만 3천 원인 제품을 100좌석 쓰는 고객이라면 1년 계약은 정가로 연 1560만 원이고, 2년이면 8퍼센트, 3년이면 12퍼센트를 깎아 주는 식입니다. 그래서 기간과 할인은 따로 협상되지 않고 늘 한 묶음으로 오갑니다. 3년을 요구받은 고객이 값을 더 깎아 달라고 되받는 것은 이 구조에서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어디까지 깎아 줄 수 있는지는 할인 정책이 미리 정해 둡니다.
기간과 함께 정해지는 것이 넷 더 있습니다.
- 결제 주기. 3년 계약이라고 3년치를 한 번에 받는 것은 아닙니다. 매년 나눠 받기도 하고 매달 받기도 합니다. 계약 기간은 얼마나 오래 쓰기로 했는지이고 결제 주기는 언제 돈이 들어오는지라, 둘은 따로 적힙니다.
- 중도 해지 조항. 6개월 만에 그만두겠다고 하면 남은 기간을 어떻게 할지가 여기 적힙니다. 남은 금액을 그대로 청구하는 경우가 많고, 위약금 비율을 따로 정해 두기도 합니다.
- 끝난 다음. 종료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이어질지 끝날지를 자동 갱신 조항이 정합니다. 이 조항과 함께 적히는 통보 기한이 실제 내용이라, 만료 60일 전까지 알려야 한다고 적혀 있으면 한 달 전에 마음을 바꿔도 한 해를 더 쓰게 됩니다.
- 가격 인상 조항. 3년을 묶으면 그 3년 동안 정가가 올라도 이 고객에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매년 몇 퍼센트까지는 올릴 수 있다는 문장을 넣어 두는 것이 이 때문입니다.
쓰이는 곳
가장 먼저 적히는 곳은 견적서입니다. 좌석 수와 플랜 옆에 몇 년짜리인지가 나란히 적히고, 그 조합으로 총액이 계산됩니다. 확정된 뒤에는 기본 계약서나 주문서로 옮겨 가 법적 효력을 갖습니다.
실무에서는 세 부서가 각자 다른 이유로 이 값을 봅니다.
- 재무는 매출을 환산할 때 씁니다. 3년에 4500만 원짜리 계약은 총액으로는 4500만 원이지만 연 반복 매출로는 1500만 원입니다. 이 구분을 흐리면 3년 계약 한 건을 딴 분기의 숫자가 실제보다 세 배로 보입니다.
- 고객 성공은 종료일에서 거꾸로 세어 갱신 준비를 시작합니다. 통보 기한이 60일이면 그 전에 대화를 시작해야 하므로, 만료 넉 달 전쯤부터 사용량과 만족도를 확인합니다.
- 세일즈는 목표와 성과 계산에 씁니다. 같은 금액이라도 몇 년치인지에 따라 이번 분기에 잡히는 실적이 달라지므로, 기간을 늘리는 쪽으로 유인이 걸려 있는 팀이 많습니다.
기간을 짧게 여는 장치도 있습니다. 파일럿 계약은 본 계약 전에 한 팀만 석 달쯤 써 보는 짧은 계약입니다. 고객이 1년을 부담스러워할 때 이걸로 문을 열고, 끝나는 시점에 정식 기간으로 넘어갑니다.
실무 용례
"3년으로 가시면 12퍼센트까지 맞춰 드릴 수 있습니다."
기간을 늘리는 대가로 단가를 깎아 주겠다는 제안입니다.
"이 건은 총액은 큰데 계약 기간이 3년이라 연 환산하면 절반이에요."
한 번에 들어온 큰 숫자를 매년 기준으로 다시 봐야 한다는 말입니다.
"계약 기간 끝나기 두 달 전이라 지금 연락 안 드리면 자동으로 넘어갑니다."
통보 기한이 코앞이라 갱신 여부를 지금 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페이지덱에서는 이 숫자를 두고 수아와 규원이 자주 부딪힙니다. 수아는 이번 분기 목표를 맞추려고 3년 계약을 밀고, 규원은 제품이 아직 그 고객에게 맞는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3년을 묶는 것을 꺼립니다. 둘이 합의한 방식은 처음 도입하는 고객사에는 1년을 기본으로 하고, 이미 1년을 쓰면서 좌석이 늘어난 곳에만 장기 계약을 제안하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쓰고 있다는 증거가 나온 뒤에 기간을 늘리는 쪽이 값을 깎아 준 만큼을 회수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흔한 오해
길수록 좋다고 읽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매출이 미리 확정되니 파는 쪽에 유리해 보입니다. 그런데 긴 계약은 고객을 남게 만들 뿐 만족하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제품이 맞지 않는 고객을 3년 묶어 두면 그 3년 동안 지원 요청만 쌓이고, 만료일에 한꺼번에 떠납니다. 게다가 묶인 동안에는 가격을 올리지 못해서, 그 고객이 가장 많이 쓰게 된 시점에 가장 싼 값을 받고 있는 상태가 됩니다.
계약 기간과 결제 주기를 같은 말로 쓰는 오해도 자주 봅니다. 둘 다 시간이 걸린 숫자라 섞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3년 계약을 매년 나눠 받는 고객과 1년 계약을 한 번에 받는 고객은 서로 다른 상태입니다. 앞은 2년치가 더 남아 있고 뒤는 12개월 뒤에 다시 설득해야 합니다. 이 둘을 섞으면 매출 예측에서 이미 확정된 금액과 아직 확정되지 않은 금액이 한 칸에 들어갑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 용어 | 무엇을 재는가 | 계약 기간과의 차이 |
|---|---|---|
| 세일즈 사이클 | 첫 접촉부터 계약서에 서명할 때까지 걸린 기간 | 계약 전의 시간입니다. 계약 기간은 서명한 다음부터 흐르므로, 세일즈 사이클이 끝나는 지점에서 계약 기간이 시작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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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