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Unicorn
개념
마지막 투자에서 합의된 [포스트 머니](/terms/post-money) 기업가치가 1조 원을 넘은 비상장 회사에 붙는 이름표입니다.
등장 배경
상장한 회사의 크기는 한 줄로 비교됩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가에 주식 수를 곱하면 시가총액이 나오고, 그 숫자로 회사 둘을 나란히 놓을 수 있습니다. 비상장 회사에는 그런 숫자가 없습니다. 주식이 거래되는 시장이 없으니 값이 매겨지는 순간은 투자를 받을 때뿐이고, 그 조건은 대개 공개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큰 회사라는 말이 사람마다 다른 뜻으로 쓰였습니다. 어떤 회사는 가입자 수를 말하고 어떤 회사는 거래액을 말하고 또 어떤 회사는 투자받은 총액을 말합니다. 세 숫자는 서로 바꿔 쓸 수 없는 값이라, 어느 회사가 더 큰지를 두고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상장하지 않은 회사끼리 비교할 공통 눈금이 없던 셈입니다.
2013년에 한 미국 투자자가 그 눈금으로 쓸 선 하나를 제안했습니다. 기업가치 10억 달러입니다. 당시 그 선을 넘은 비상장 회사가 미국에서도 서른 곳을 넘지 않았기 때문에 상상 속 동물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상장하지 않고 그만한 값을 받는 일이 그만큼 드물다는 뜻이었습니다. 지금은 그 정도로 희귀하지 않아 이름값이 예전 같지 않지만, 비상장 회사의 크기를 한 단어로 가리키는 자리는 여전히 이 말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작동 방식
판정은 계산 한 번으로 끝납니다. 가장 최근 투자에서 합의된 포스트 머니 기업가치가 기준선을 넘으면 유니콘입니다. 포스트 머니는 투자금이 들어온 뒤의 회사 값으로, 프리 머니에 이번에 받은 금액을 더한 값입니다. 8,000억 원으로 합의한 회사가 2,500억 원을 받으면 1조 500억 원이 되어 선을 넘습니다.
그 값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면 이름표의 성질이 드러납니다.
- 주당 가격이 먼저 정해집니다. 투자자와 회사가 멀티플처럼 배수를 곱하는 방법으로 값을 가늠해 합의합니다. 구독 사업이라면 연 반복 매출에 배수를 곱한 값이 출발점이 됩니다.
- 그 가격에 전체 주식 수를 곱합니다. 이때 주식 수는 아직 사람에게 가지 않은 옵션 몫까지 세는 완전희석 기준입니다.
- 곱한 결과가 1조 원을 넘으면 그날부터 그 이름으로 불립니다.
여기서 세 가지를 같이 알아야 합니다. 첫째, 주당 가격은 전체 주식의 5퍼센트 안팎을 거래하며 정해진 값입니다. 500억 원으로 5퍼센트를 산 거래 하나가 나머지 95퍼센트의 값까지 결정합니다. 둘째, 그 가격을 낸 투자자는 대개 보호 조건을 함께 받습니다. 회사가 팔릴 때 투자금을 먼저 회수하는 조건이 붙어 있으면, 회사가 5,000억 원에 팔리는 상황에서 3,000억 원을 넣은 투자자가 그 3,000억 원을 먼저 가져갑니다. 표에 적힌 1조 원과 보통주 한 주가 실제로 받는 금액은 그래서 다릅니다.
셋째, 기준선이 두 가지로 쓰입니다. 원래 기준은 10억 달러이고 국내에서는 1조 원을 쓰는 관행이 있습니다. 환율에 따라 10억 달러는 1조 3,000억 원 안팎이 되므로 두 기준의 명단이 어긋납니다. 어느 기준으로 센 숫자인지 확인하지 않으면 같은 회사가 한 기사에서는 유니콘이고 다른 기사에서는 아닙니다.
쓰이는 곳
이 이름표가 실제로 쓰이는 자리는 셋입니다.
- 채용과 홍보입니다. 회사 소개 첫 줄에 들어가고 채용 공고 머리에 붙습니다. 지원자가 회사의 단계를 가늠할 단서가 적을 때 한 단어로 규모를 전달하는 용도입니다.
- 투자자가 성과를 보고할 때입니다. 펀드에 돈을 댄 쪽에 지금 투자 자산이 얼마인지 알려야 하는데, 팔지 않은 주식의 값은 마지막 거래 가격으로 적습니다. 그래서 이 이름표는 회사의 성과이기도 하고 투자자의 장부이기도 합니다.
- 다음 라운드 협상 자리입니다. 한 번 1조 원이 적히면 그 값이 다음 협상의 바닥이 됩니다. 실적이 그만큼 자라지 않았는데 새 투자를 받아야 하면 값을 낮추는 다운 라운드를 받아들이거나, 값을 유지하는 대신 투자자에게 더 센 보호 조건을 주는 쪽을 고르게 됩니다. 뒤쪽을 고르면 표의 숫자는 지켜지지만 엑싯 때 창업자와 구성원에게 돌아오는 몫이 줄어듭니다.
실무 용례
"이번 라운드 끝나면 포스트 머니로 1조 넘습니다. 유니콘 기사 나갈 거예요."
합의된 값이 기준선을 넘어 대외 발표가 준비된다는 뜻입니다.
"유니콘이라고 해도 우선주 조건 보면 보통주는 그만큼 아니에요."
표에 적힌 값과 구성원 주식의 실제 가치가 다르다는 지적입니다.
"1조는 작년 라운드 가격이고 그 뒤로 거래가 없었어요."
지금도 그 값이 유효한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페이지덱은 시리즈 A 직후라 이 선과는 거리가 멉니다. 다만 규원은 투자 자료를 만들 때 값을 부풀리는 조건을 받지 않기로 정해 두었습니다. 표에 적히는 숫자를 지키려고 청산 우선권을 두 배로 올려 주면, 회사가 어지간한 값에 팔려도 구성원 주식이 0에 가까워지기 때문입니다.
지현이 후보 면접에서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회사 값이 얼마인지보다 그 값에 어떤 조건이 붙어 있는지를 물어보라고 말합니다. 주식을 보상의 일부로 받는 자리라면 그 조건이 연봉만큼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흔한 오해
1조 원을 벌었거나 갖고 있다는 뜻으로 읽기 쉽습니다. 금액이 붙은 말이니 그렇게 들립니다. 하지만 이 숫자는 소수 지분 거래 하나의 가격에 전체 주식 수를 곱해 나온 값입니다. 500억 원을 받고 5퍼센트를 넘긴 회사의 통장에는 500억 원이 있고, 1조 원은 계산의 결과일 뿐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금액입니다. 이 차이를 모르면 유니콘이 된 회사가 몇 달 뒤 비용을 줄이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름표가 붙었으니 안전한 회사라고 여기는 것도 흔한 오해입니다. 어려운 선을 넘은 것은 사실이니 자연스러운 생각입니다. 그러나 그 값은 과거 한 거래에서 합의된 가격이고, 값이 유효한지는 다음 거래가 있어야 확인됩니다. 그사이 성장이 멈추면 다음 라운드에서 값이 내려가고, 그때 남는 것은 이름표뿐입니다. 그래서 투자자와 지원자 모두 이름표 대신 매출이 얼마나 자랐는지와 현금이 몇 달 남았는지를 봅니다. 두 숫자는 다음 거래를 기다릴 필요 없이 지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같이 보면 좋은 페이지
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