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 라운드
Down Round
개념
직전 라운드보다 낮은 기업가치로 받는 투자로, 기존 주주의 지분이 평소보다 크게 줄어드는 자리입니다.
등장 배경
투자를 받을 때마다 회사 값이 오르는 것이 한동안 기본값처럼 여겨졌습니다. 시드 다음에 시리즈 A가 오고 그때 값이 서너 배가 되는 그림이 반복되다 보니, 값이 오르지 않는 경우를 부르는 말이 따로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오르지 않는 경우가 늘 있었습니다. 목표한 숫자를 못 만든 채 잔고가 줄었거나, 시장 전체가 내려앉아 비슷한 회사들의 값이 반토막 났거나, 앞 라운드에서 애초에 높게 받아 놓은 경우입니다. 이름이 없으니 이런 상황은 매번 개별 사고처럼 다뤄졌고, 대표들은 조건을 협상하는 대신 그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데 시간을 썼습니다.
그렇게 흘러가는 모양은 대체로 비슷했습니다. 시리즈 A를 400억 원 값에 받은 회사가 다음 해 목표를 못 채우고 잔고 넉 달을 남겼는데, 투자자들이 240억 원을 부릅니다. 대표는 그 값이 말이 안 된다며 두 달을 더 끕니다. 두 달 뒤 잔고는 두 달치가 되고, 협상력이 사라진 자리에서 조건은 처음보다 나빠져 있습니다.
다운 라운드라는 말은 이 상황에 이름을 붙여 협상 대상으로 만들려고 쓰입니다. 값이 내려가는 투자에도 정해진 계산과 흔히 붙는 조항이 있습니다.
작동 방식
앞 라운드보다 낮은 주당 가격에 새 주식을 발행하는 것으로 이루어집니다. 값이 내려간 만큼 같은 금액에 더 많은 주식이 나가고, 그래서 기존 주주의 몫이 평소보다 크게 줄어듭니다.
숫자로 보면 분명합니다. 회사 값 240억 원에서 60억 원을 받으면 투자 후 회사 값이 300억 원이 되고 새 투자자가 20퍼센트를 가져갑니다. 같은 60억 원을 400억 원 값에 받았다면 13퍼센트로 끝났을 몫입니다. 차이인 7퍼센트포인트는 기존 주주들의 지분에서 빠져나갑니다. 새 주식이 발행돼 기존 지분율이 낮아지는 것을 지분 희석이라고 부르는데, 다운 라운드에서는 이 폭이 유난히 큽니다.
줄어드는 몫이 모두에게 똑같이 나뉘지도 않습니다. 앞 라운드 투자자들이 받아 간 주식에는 대개 값이 내려갈 때 자기 지분을 보정해 주는 조항이 붙어 있습니다. 그 보정분은 어디선가 나와야 하고, 나오는 곳은 창업자와 직원이 들고 있는 보통주입니다. 회사 값이 40퍼센트 내려갔는데 창업자 지분은 그보다 훨씬 더 줄어드는 일이 여기서 생깁니다.
새 투자자가 붙이는 조건도 함께 세집니다. 대표적인 것이 청산 우선권입니다. 회사가 팔리거나 정리될 때 투자한 돈을 먼저 회수할 수 있는 권리인데, 평소에는 투자금의 1배지만 다운 라운드에서는 2배로 붙기도 합니다. 60억 원을 넣은 투자자가 회사가 팔릴 때 120억 원을 먼저 가져간다는 뜻이고, 300억 원에 팔리면 나머지 180억 원을 남은 주주들이 나눠 갖습니다.
직원 쪽에도 영향이 갑니다. 스톡옵션은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인데, 회사 값이 그 가격 아래로 내려가면 지금 행사해서 얻을 이득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다운 라운드 직후에는 기존 옵션의 행사가를 낮춰 주거나 새 옵션을 다시 부여하는 일이 함께 논의됩니다.
쓰이는 곳
가장 흔한 자리는 런웨이가 짧아진 회사의 이사회입니다. 런웨이는 지금 쓰는 속도로 현금이 몇 달 버티는지를 나타내는 값인데, 이 숫자가 여섯 달 아래로 내려가면 선택지가 급격히 줄어듭니다. 여섯 달이 남았을 때는 값을 낮춰 받는 것과 비용을 줄여 시간을 버는 것을 나란히 놓고 고를 수 있지만, 두 달이 남았을 때는 나온 조건을 받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시장 전체가 내려앉았을 때도 같은 말이 나옵니다. 회사가 하는 일은 그대로인데 비슷한 회사들의 값이 내려가면 비교 기준이 함께 내려갑니다. 매출이 두 배로 늘었는데도 직전 라운드보다 낮은 값을 받는 일이 이때 생깁니다.
앞 라운드에서 값을 높게 받아 둔 경우도 여기 해당합니다. 시리즈 A를 당시 실적보다 후한 값에 받으면 다음 라운드에서 그 값을 넘겨야 하는데, 넘지 못하면 기준선이 발목을 잡습니다. 값을 높이 부르는 것이 늘 이득은 아닌 이유입니다.
이사회 밖에서도 나옵니다. 투자자에게 보내는 월간 메일, 경력 후보자 면접, 직원 옵션 설명 자리입니다. 후보자가 "최근 라운드 조건이 어땠냐" 고 묻는 것은 대개 이 단어를 염두에 둔 질문입니다.
실무 용례
"다운 라운드를 피하려고 두 달 더 끌었는데, 결국 더 낮은 값에 받았습니다."
부인하는 데 쓴 시간이 협상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회고입니다.
"이번은 값을 그대로 유지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다운은 아니에요."
직전 라운드와 같은 값이라 지분 희석이 평소 수준이라는 뜻입니다.
"값보다 조건이 문제예요. 우선권이 2배로 붙었습니다."
회사 값은 받아들일 만한데 회수 순서에서 불리해졌다는 지적입니다.
페이지덱에서 이 단어가 처음 나온 자리는 시리즈 A 이후 다섯 번째 이사회였습니다. 규원이 잔고 다섯 달과 목표 대비 실적을 올리자 투자자 한 명이 다음 라운드 값을 지금 실적 기준으로 다시 잡아 보자고 말했습니다. 규원은 그 자리에서 세 가지 안을 표로 만들어 왔습니다. 값을 낮춰 받는 안, 비용을 줄여 여섯 달을 더 버는 안, 기존 투자자에게 중간 자금을 받는 안입니다.
세 안을 나란히 놓자 논의가 감정에서 계산으로 옮겨 갔습니다. 각 안에서 창업자와 직원 지분이 얼마가 되는지가 같은 표에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흔한 오해
다운 라운드를 회사가 끝나 간다는 신호로 읽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값이 내려갔다는 사실만 보면 그렇게 보이고, 밖에서는 실제로 그렇게 읽습니다. 하지만 이 말은 투자가 들어온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값이 내려간 조건에도 돈을 넣겠다는 투자자가 있다는 것이고, 회사는 그만큼의 시간을 더 삽니다. 정말 위험한 쪽은 값을 지키려다 아무것도 받지 못한 채 잔고가 바닥나는 경우입니다. 그 상태에서는 회사를 헐값에 넘기거나 문을 닫는 것 말고 남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회사 값만 낮추면 끝나는 일로 보는 것도 흔한 오해입니다. 협상 자리에서 가장 크게 보이는 숫자가 값이니 거기에 눈이 갑니다. 정작 오래 남는 것은 값이 아니라 조건입니다. 값은 다음 라운드에서 다시 매겨지지만 우선권 배수나 보정 조항은 회사가 팔릴 때까지 따라다닙니다. 값을 20퍼센트 더 받는 대신 우선권을 2배로 내주면, 몇 년 뒤 회사가 팔릴 때 창업자와 직원에게 돌아오는 금액이 오히려 줄어듭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 용어 | 무엇을 하는 자리인가 | 다운 라운드와의 차이 |
|---|---|---|
| 브리지 라운드 | 다음 정규 라운드 전에 끼워 넣는 중간 자금 | 시점을 가리키는 말이고, 값이 올랐는지 내렸는지는 따지지 않습니다. 낮은 값에 받은 브리지는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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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