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Voting Right

개념

회사의 결정에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권리로, 한 주에 한 표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지분 비율이 그대로 표의 비율이 됩니다.

등장 배경

사람이 적을 때는 결정이 대화로 끝납니다. 셋이 이야기하다 한 사람이 양보하면 그것이 결론이고, 결정 권한을 따질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돈이 들어오고 지분을 나눠 가진 사람이 늘어나면 대화만으로는 끝나지 않는 순간이 옵니다. 서로 다른 것을 원하는데 양쪽 다 물러설 이유가 없는 상태입니다.

그때 필요한 것은 더 긴 논의가 아니라 세는 방법입니다. 이런 장면이 남습니다. 공동 창업자 셋이 33퍼센트씩 나눠 가진 회사에서 두 사람이 한쪽 방향을, 한 사람이 다른 방향을 원했습니다. 몇 주를 이야기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고, 무엇으로 결론을 내는지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다는 사실이 그때 드러났습니다.

의결권은 이 문제에 하나의 답을 정해 둔 것입니다. 발언의 설득력이나 회사에 쏟은 시간이 아니라 가진 주식 수로 표를 세게 만들었습니다. 다만 실제 회사에서는 이 원칙만으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드뭅니다. 안건마다 필요한 비율이 다르고, 투자 계약이 지분과 별개로 거부권을 얹기 때문입니다.

작동 방식

주식 한 주가 한 표가 되고, 안건마다 필요한 찬성 비율이 다르며, 표를 셀 대상과 기준일은 주주명부로 정해집니다.

  1. 표는 주식 수를 따릅니다. 주주 한 명이 한 표가 아니라 주식 한 주가 한 표입니다. 지분 36퍼센트를 가진 사람은 36퍼센트의 표를 갖고, 0.4퍼센트를 가진 사람은 0.4퍼센트의 표를 갖습니다. 사람 수로 세면 소수 지분 여러 명이 다수가 되므로 그렇게 세지 않습니다.
  2. 안건에 따라 필요한 비율이 다릅니다. 이사를 뽑거나 결산을 승인하는 일상적인 사항은 과반이면 되지만, 회사의 기본 규칙을 고치거나 사업을 넘기는 것처럼 뼈대가 걸린 사항은 3분의 2를 넘겨야 합니다. 그래서 지분 과반을 쥐고도 혼자 통과시킬 수 없는 안건이 있습니다.
  3. 셀 대상은 주주명부가 정합니다. 누가 지분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정리한 표이고, 여기에 기준 날짜를 붙여 그날 명부에 오른 사람만 표를 갖습니다. 그 뒤에 주식을 산 사람은 다음 회의부터 표가 생깁니다.
  4. 직접 행사하지 않아도 됩니다. 회의에 못 가면 위임장을 써서 대리인에게 맡길 수 있고, 주주 전원이 동의하면 회의를 열지 않고 서면으로 처리하기도 합니다. 표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행사 방식이 다른 것입니다.
  5. 표가 없는 주식도 있습니다. 배당이나 청산에서 앞서는 조건을 받는 대신 의결권을 두지 않는 형태로 발행하는 경우가 있고, 회사가 자기 주식을 보유한 몫에도 표가 없습니다. 그래서 발행된 주식 수와 표를 가진 주식 수가 다를 수 있습니다.

여기에 계약이 한 겹 더 얹힙니다. 투자 계약에는 동의권 조항이 흔히 붙어서, 지분이 10퍼센트뿐인 투자자라도 새 투자를 받거나 회사를 팔 때 그 투자자의 서면 동의가 필요하도록 적어 둡니다. 표를 세어 통과시킨 안건이 계약 때문에 실행되지 못하는 일이 여기서 생깁니다.

쓰이는 곳

표가 실제로 세어지는 자리는 주주총회입니다. 주주들이 모여 주요 사항을 의결하는 자리이고, 회의가 성립하는지도 참석한 표를 더해 판단합니다. 주주 여섯 중 셋만 와도 그 셋이 90퍼센트를 가졌으면 회의는 열립니다.

경영진을 통제하는 실제 수단이기도 합니다. 주주가 회사 운영을 직접 하지는 않지만 이사를 뽑고 바꿀 수 있고, 그 힘이 표에서 나옵니다. 마지막 수단이 사람을 교체하는 것이라 표의 분포가 곧 경영권의 분포가 됩니다.

투자 협상에서는 계산의 중심에 놓입니다. 얼마를 받고 지분을 얼마나 내줄지 정할 때, 라운드를 두세 번 더 돈 뒤에도 창업자 쪽 표가 필요한 선 위에 남는지를 미리 계산합니다. 일반적인 의결권을 가진 주식이 보통주이고, 표를 지키면서 자금을 받으려는 경우에는 우선주처럼 조건이 다른 주식을 쓰기도 합니다.

구성원에게는 주식 보상을 행사한 뒤에 생깁니다.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만 가진 상태에서는 표가 없고, 행사해서 주식을 받은 시점부터 명부에 오릅니다.

실무 용례

"지분은 과반인데 이 안건은 3분의 2가 필요해서 혼자로는 통과가 안 됩니다."

과반과 특별결의 기준이 다르다는 지적입니다.

"의결권 없는 주식으로 발행하면 지분은 나가지만 결정권은 지킬 수 있습니다."

자금과 통제권을 분리하는 설계를 제안하는 말입니다.

"못 오시면 위임장 보내 주세요. 그 표가 없으면 회의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정족수가 사람 수가 아니라 표로 계산된다는 뜻입니다.

페이지덱의 표 분포는 규원이 36퍼센트, 공동 창업자 둘이 합쳐 18퍼센트, 초기 투자자가 4퍼센트, 시리즈 A 투자사가 28퍼센트입니다. 남은 몫은 아직 행사되지 않은 주식 보상용 물량이라 표가 없습니다.

시리즈 A 직후 회사의 기본 규칙을 고치는 안건이 올라왔을 때 이 숫자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규원과 공동 창업자를 합치면 54퍼센트로 과반은 넘지만 3분의 2에는 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안건은 시리즈 A 투자사의 찬성이 있어야 통과할 수 있었고, 규원은 총회 전에 그쪽 담당자와 먼저 내용을 맞췄습니다. 표를 세기 전에 결론이 정해지는 자리가 대개 이런 사전 조율입니다.

흔한 오해

지분 과반을 가지면 무엇이든 정할 수 있다고 보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절반을 넘으면 이긴다는 셈이 직관적이니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무거운 사안에는 3분의 2 같은 기준이 걸려 있고, 투자 계약의 동의권 조항은 지분 크기와 무관하게 작동합니다. 이 오해가 남으면 지분율만 보고 매각이나 새 투자를 준비하다가 마지막 서명 단계에서 막힙니다. 어떤 사안에 어떤 기준과 동의권이 붙는지는 계약을 맺는 자리에서 한 번 정리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회의에 직접 참석해야만 표를 쓸 수 있다고 아는 오해도 흔합니다. 표를 던진다는 말이 그 자리에 있는 장면과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위임장으로 대리 행사가 되고 전원 동의가 있으면 서면으로도 처리됩니다. 이 오해가 남으면 일정이 안 맞는 주주가 아무 조치 없이 빠지고, 참석한 표가 기준에 못 미쳐 회의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소집 통지를 보낼 때 위임장 양식을 함께 보내면 이 문제는 대개 생기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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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