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프

Cliff

단계

약속받은 주식이 처음 확정되기까지 채워야 하는 최소 재직 기간으로, 이 기간을 못 채우면 한 주도 가져가지 못합니다.

등장 배경

회사가 현금 대신 지분으로 보상하기 시작하면서 곧바로 난처한 상황이 생겼습니다. 입사할 때 주식 보상 4천 주를 약속하고 그대로 넘겨 주면, 두 달 만에 나가는 사람도 4천 주를 그대로 들고 나갔습니다. 주식 보상은 지금 쓸 돈이 아니라 회사가 커졌을 때 받을 몫이라서, 오래 함께 가자는 뜻으로 주는 것인데 정작 오래 있을 이유는 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베스팅이 먼저 자리를 잡았습니다. 4천 주를 4년에 걸쳐 매달 83주씩 확정해 주면 두 달 다닌 사람은 166주만 가져갑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구멍이 남았습니다. 입사 첫날부터 조금씩 쌓이니 한 달만 다녀도 몫이 생깁니다. 규원이 창업 초기에 겪은 일이 그랬습니다. 합류한 지 6주 만에 마음을 바꿔 나간 사람이 서류상으로는 이미 주주가 되어 있어서, 다음 투자 라운드에서 그 지분을 정리하는 데 몇 달이 들었습니다.

클리프는 그 앞에 문턱 하나를 세운 장치입니다. 정해진 기간을 채우기 전까지는 베스팅을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것으로 정해, 짧게 있다 나가는 경우를 애초에 걸러 냅니다. 한국 스타트업에서는 1년으로 잡는 것이 가장 흔하고, 회사에 따라 6개월이나 2년을 쓰기도 합니다.

구간의 특징

이 구간에 있는 동안 손에 쥔 주식은 0주입니다. 계약서에 4천 주가 적혀 있고 사내 시스템에 내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어도, 클리프를 넘기기 전에 퇴사하면 전부 회사로 돌아갑니다. 11개월 29일을 다닌 사람과 하루를 다닌 사람이 받는 것이 같습니다.

숫자가 조금씩 늘어나지 않고 한 번에 뛴다는 점도 이 구간의 성격입니다. 4년 베스팅에 1년 클리프가 걸린 4천 주라면 첫 12개월 동안은 0주로 머물다가, 12개월이 되는 날 1년치인 1천 주가 한꺼번에 확정됩니다. 그 뒤로는 매달 83주씩 붙습니다. 그래프로 그리면 평지를 걷다가 절벽 하나를 오른 다음 완만한 비탈이 이어지는 모양이고, 이름이 여기서 왔습니다.

받는 쪽에서는 이 구간이 계산에 잡히지 않는 시기입니다. 입사 1년 차에 다른 회사에서 제안을 받은 사람은 남은 개월 수를 먼저 셉니다. 클리프까지 두 달 남았다면 두 달 뒤로 이직을 미루는 쪽이 1천 주를 챙기는 길이고, 아직 여덟 달이 남았다면 그 주식은 없는 셈 치고 기본급과 성과급만 놓고 비교하게 됩니다.

총 보상을 계산할 때도 이 구간은 따로 떼어 봐야 합니다. 총 보상은 기본급과 성과급과 주식을 다 합쳐 한 숫자로 본 값인데, 연봉 5천만 원에 주식 몫을 2천만 원으로 잡아 7천만 원짜리 오퍼라고 적어 두면 첫해에 실제로 손에 들어오는 것은 5천만 원뿐입니다. 첫해 합계를 이 값으로 읽지 않으면 다른 회사의 현금 중심 오퍼와 비교가 어긋납니다.

회사 쪽에서는 이 구간이 검증 기간으로 작동합니다. 채용이 잘못됐다고 판단했을 때 클리프 전에 정리하면 지분이 밖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다만 이 점 때문에 클리프 직전에 사람을 내보내는 회사가 나오기도 해서, 회사 사정으로 나가는 경우에는 클리프를 채운 것으로 본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어 두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다음 구간의 조건

정해진 기간을 재직으로 채우는 것 하나뿐입니다. 성과나 평가 등급은 조건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1년 클리프라면 입사일로부터 만 12개월 되는 날 자정을 넘기는 순간 조건이 충족되고, 그날 회사에 소속되어 있기만 하면 됩니다.

여기서 걸리는 것은 재직의 기준입니다. 계약서가 정직원 신분을 기준으로 쓰여 있으면 인턴이나 계약직으로 일한 기간은 빠지고, 전환된 날부터 다시 셉니다. 휴직 기간의 처리도 계약서마다 다릅니다.

넘어간 뒤의 구간은 성격이 달라집니다. 클리프를 지나면 1천 주가 확정되고, 그때부터는 매달 조금씩 쌓이는 상태로 바뀝니다. 다음 달에 나가도 83주는 더 챙깁니다. 문턱을 넘은 뒤로는 하루하루가 값을 갖는 구조라 이직을 고민하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스톡옵션이라면 확정 뒤에 한 단계가 더 남습니다. 확정된 1천 주는 살 수 있는 권리일 뿐이라, 정해진 가격을 실제로 내고 사야 주식이 됩니다. 퇴사하면 대개 3개월 안에 결정해야 하고, 주당 5천 원짜리 1천 주면 5백만 원을 그 자리에서 마련해야 합니다. RSU는 이 단계가 없습니다. 조건을 채우면 주식 자체가 넘어오므로 따로 돈을 낼 일이 없고, 클리프를 넘기는 순간이 곧 받는 순간입니다.

실무 용례

"1년 클리프에 4년 베스팅입니다. 1년 안에 나가시면 주식은 없어요."

오퍼를 설명하면서 첫 12개월은 지분이 0이라는 조건을 미리 밝히는 말입니다.

"다음 달이 클리프라서 이직은 그 뒤로 미루려고요."

며칠 차이로 1년치 지분이 갈리니 퇴사 시점을 조정하겠다는 뜻입니다.

"이 친구는 클리프 전에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채용이 맞지 않았다면 문턱을 넘기기 전에 정리하자는 제안입니다.

페이지덱이 시리즈 A 직후 사람을 빠르게 늘리던 시기에 규원이 오퍼 조건을 다시 손봤습니다. 그전까지는 사람마다 조건이 달라서, 어떤 오퍼에는 클리프가 없고 어떤 오퍼에는 2년이 걸려 있었습니다. 같은 팀 안에서 이런 차이가 드러나면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 전 직군을 1년 클리프에 4년 베스팅으로 통일했습니다.

통일한 뒤에는 오퍼 미팅의 대화가 짧아졌습니다. 수아가 합류를 고민하던 시기에 물어본 것도 "언제부터 내 것이 되나요" 하나였습니다.

흔한 오해

클리프를 채우면 약속받은 주식 전부가 내 것이 된다고 아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문턱을 넘었다는 말이 다 받았다는 뜻으로 들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오해입니다. 실제로 넘어오는 것은 1년치인 1천 주뿐이고 나머지 3천 주는 남은 3년에 걸쳐 매달 쌓입니다. 이걸 모르고 클리프 직후에 퇴사하면 4천 주를 기대했다가 1천 주만 손에 쥐게 됩니다.

클리프를 회사가 마음대로 정하는 벌칙으로 읽는 오해도 있습니다. 나갈 때 뺏기는 구조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먼저 나가는 사람의 지분이 남는 사람들의 몫을 줄이지 않도록 맞춰 둔 장치에 가깝고, 그래서 창업자 본인의 지분에도 같은 조건을 거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 구조를 벌칙으로만 읽으면 오퍼를 비교할 때 클리프가 없는 회사를 더 좋은 조건으로 착각하게 되는데, 클리프가 없는 회사는 대개 지분 관리 자체가 정리되지 않은 곳입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용어무엇을 정하는가클리프와의 차이
베스팅약속한 주식을 나눠 확정하는 전체 일정클리프는 그 일정이 시작되기 전에 놓인 문턱 하나입니다. 베스팅 안에 클리프가 들어 있는 관계이지 둘이 나란히 놓이는 선택지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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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