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분석

Competitive Analysis

방법

같은 고객을 두고 다투는 제품들의 기능과 가격과 메시지를 나란히 놓고 우리가 들어갈 빈틈을 찾는 작업입니다.

등장 배경

경쟁사 이야기는 오랫동안 회의실에 한 문장으로 들어왔습니다. "거기도 그거 한다던데요." 이 말이 나오면 몇 주 준비한 계획이 그 자리에서 흔들렸고, 아무도 그 말이 맞는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확인할 자료가 팀 안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누가 어느 회사 화면을 언제 봤는지, 가격이 얼마였는지, 그 회사가 어떤 고객에게 팔고 있는지가 한 곳에 모여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판단은 가장 최근에 들은 말을 따라갔습니다. 영업 담당이 고객사에서 듣고 온 한마디, 대표가 행사에서 본 발표 한 장, 개발자가 주말에 써 본 다른 서비스의 인상이 그때그때 결정을 밀었습니다. 같은 회사를 두고도 "걔들은 대기업만 상대해요" 와 "요즘 작은 팀에도 들어가던데요" 가 같은 회의에서 나왔고, 둘 다 근거가 없으니 목소리 큰 쪽이 이겼습니다.

페이지덱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수아가 고객사에 다녀와 "경쟁사가 우리 절반 가격을 불렀다" 고 전하자 가격을 내리자는 이야기가 하루 만에 올라왔습니다. 나중에 그 회사의 가격표를 실제로 열어 보니 절반 가격은 1년 치를 미리 결제하고 50석 이상을 계약할 때만 적용되는 조건이었습니다. 페이지덱의 주 고객인 10명 안팎 팀에게는 오히려 더 비쌌습니다. 확인에 걸린 시간은 20분이었고, 그 20분이 없어서 한 주가 흔들린 셈입니다.

확인이 어려워서 안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경쟁사의 가격표와 기능 목록은 대부분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고, 무료 플랜이 있으면 직접 가입해 볼 수도 있습니다. 빠져 있던 것은 자료가 아니라 그 자료를 한 자리에 모아 두는 습관이었습니다. 각자 머릿속에만 있으니 반년 전에 누가 확인한 사실도 다음 회의에서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됩니다.

경쟁 분석은 이 인상을 기록으로 바꾸는 절차입니다. 누가 경쟁자인지 목록을 먼저 정하고, 비교할 항목을 정해 두고, 각 항목을 눈으로 확인한 출처와 함께 적습니다. 그러면 "거기도 그거 한다던데요" 는 "그 기능은 상위 요금제에만 있고 저장 개수가 열 개로 막혀 있다" 로 바뀝니다. 앞의 문장에는 대응할 방법이 없지만 뒤의 문장에는 있습니다.

이 일이 제품 판단의 어디에 놓이는지도 분명합니다. 제품 축의 전략 갈래는 먼 목표를 한 문장으로 세우는 데서 시작해 제품 전략에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안 할지 고르고, 타깃 시장에서 공략할 고객 집단을 좁힙니다. 고객 집단을 좁히는 순간 그 안에는 이미 자리를 잡은 상대가 있습니다. 경쟁 분석은 그 상대를 확인하는 자리이고, 여기서 찾은 빈틈이 맞아떨어져 수요와 맞물린 상태가 제품 시장 적합성입니다. 순서가 뒤집히면 분석이 헛돕니다. 타깃 시장이 정해지지 않은 채로 경쟁사를 세면 세상 모든 문서 도구가 경쟁자가 되고, 그 목록으로는 아무 결정도 내릴 수 없습니다.

분야 구성

경쟁 분석 아래 묶인 용어는 세 갈래로 나뉩니다. 무엇에 적는지(도구), 누구를 적는지(대상), 적은 것을 어떻게 읽는지(방법)입니다.

도구는 비교한 결과를 담는 그릇입니다. 여기에는 경쟁 매트릭스 하나가 들어갑니다. 세로줄에 비교할 항목을 놓고 가로줄에 회사를 놓은 표입니다. 항목은 기능만 적지 않습니다. 시작 가격, 무료로 쓸 수 있는 범위, 주로 파는 고객 규모, 한 문장으로 내세우는 메시지, 최근 6개월에 새로 낸 기능까지 놓고 봐야 상대가 어디에 힘을 쓰는지가 보입니다. 표로 만드는 이유는 보기 좋아서가 아니라 빈칸이 드러나서입니다. 다섯 회사의 가격 칸 중 두 칸이 비어 있으면 그 두 회사는 가격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정보입니다.

칸을 채울 때는 본 것만 적고 들은 것은 적지 않습니다. 가격은 가격 페이지에서, 기능 범위는 직접 가입해 눌러 본 화면에서, 주 고객 규모는 그 회사가 내세우는 고객 사례에서 꺼냅니다. 출처를 칸 옆에 같이 적어 두면 반년 뒤에 그 값이 아직 맞는지 20분 만에 다시 확인할 수 있고, 회의에서 누가 다른 말을 해도 어디를 보고 적었는지 바로 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영업에서 들었는데" 로 채운 칸은 한 달만 지나도 그 말을 한 사람조차 기억하지 못해 표 전체의 신뢰를 갉아먹습니다.

대상은 그 표의 가로줄에 누구를 올릴지 정하는 갈래입니다. 여기서 초보와 숙련자가 갈립니다. 같은 제품군의 회사만 적으면 고객이 실제로 우리 대신 쓰는 것들이 통째로 빠지기 때문입니다. 둘이 그 빈자리를 채웁니다.

  1. 대체재 — 제품군은 다르지만 고객의 같은 문제를 해결해 주는 수단입니다. 페이지덱이 파는 것은 협업 문서 도구지만, 작은 팀이 회의록을 남기는 방법은 메신저 대화방에 길게 써 두거나 스프레드시트 한 장에 몰아 적는 것입니다. 돈을 내지 않고도 굴러가니 가장 강한 상대는 대개 여기 있습니다. 이 칸을 비워 두면 왜 무료 플랜에서 유료로 넘어오지 않는지가 설명되지 않습니다.
  2. 간접 경쟁자 — 파는 물건은 다른데 같은 고객의 같은 예산과 같은 시간을 가져가는 상대입니다. 팀이 올해 도구 예산으로 한 가지만 새로 도입한다면, 프로젝트 관리 도구와 협업 문서 도구는 기능이 겹치지 않아도 그 한 자리를 두고 다툽니다. 고객이 우리를 안 쓰기로 했을 때 실제로 무엇을 샀는지를 물어보면 이 목록이 저절로 채워집니다.

방법은 표에 적힌 것을 무엇에 쓸지를 가르는 갈래입니다. 벤치마킹이 여기 속합니다. 앞선 사례를 기준으로 삼아 우리 수준을 재는 일입니다. 방향이 경쟁 분석과 반대라는 점을 같이 봐 두면 좋습니다. 경쟁 분석은 상대가 안 하는 것을 찾으려고 표를 읽고, 벤치마킹은 상대가 잘하는 것을 기준선으로 삼아 우리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잽니다. 가입 절차가 경쟁사는 두 단계인데 우리는 여섯 단계라면 그건 빈틈이 아니라 뒤처진 자리이고, 그 간격을 재는 쪽이 벤치마킹입니다.

세 갈래는 순서대로 이어집니다. 대상에서 누구를 볼지 정하고, 도구에 그 내용을 적고, 방법으로 그 표를 읽습니다. 어느 하나가 빠지면 나머지가 헛돕니다. 대상 없이 표부터 만들면 눈에 익은 회사 세 곳만 적히고, 표 없이 벤치마킹만 하면 매번 다른 회사를 기준으로 삼게 되어 나아졌는지 알 수 없습니다.

실무 용례

"경쟁 분석 다시 돌려 보죠. 지난번 표가 3월 거라 상대 가격이 바뀌었을 거예요."

기록이 오래돼 지금 판단의 근거로 쓰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이건 경쟁 분석이 아니라 기능 목록인데요. 우리가 뭘 안 할지가 안 보여요."

상대의 기능을 옮겨 적기만 했고 그래서 무엇을 하겠다는 판단이 빠졌다는 지적입니다.

"대체재까지 넣어 주세요. 고객은 우리 안 쓰면 그냥 메신저에 적습니다."

같은 제품군 밖에 있는 무료 수단이 실질적인 상대라는 뜻입니다.

페이지덱에서는 분기 계획을 세우기 두 주 전에 지현이 이 작업을 엽니다. 수아가 최근 3개월 동안 계약을 놓친 건에서 고객이 대신 골랐다고 말한 곳을 모아 오고, 현우가 각 회사의 가격 페이지와 새 기능 소식을 확인해 채웁니다. 규원은 표를 다 보지 않고 한 줄만 묻습니다. "이 표에서 우리만 할 수 있는 칸이 어디예요?"

이 자리에서 가장 오래 걸리는 것은 표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누구를 표에 올릴지 정하는 일입니다. 처음에는 여덟 곳이 후보로 나오는데, 우리가 파는 고객 규모와 겹치지 않는 곳을 걷어 내면 넷이 남습니다. 남길지 뺄지를 가르는 기준은 이름값이 아니라 "이 회사 때문에 우리가 계약을 놓친 적이 있는가" 한 줄입니다. 이 기준을 세우기 전에는 모두가 아는 큰 회사가 표의 첫 칸을 차지했지만, 페이지덱이 실제로 놓친 건은 그 회사가 아니라 이름이 덜 알려진 두 곳에서 나왔습니다.

그 질문에 답이 나오면 다음 분기의 제품 로드맵에 그 칸이 먼저 올라갑니다. 답이 안 나오면 기능을 더 만드는 대신 파는 대상을 좁히는 쪽을 봅니다. 지난 분기에는 모든 회사가 문서 편집은 비슷하게 하지만 회의록을 할 일로 이어 주는 칸은 비어 있다는 사실이 나왔고, 그 한 칸이 분기 계획의 첫 줄이 됐습니다. 표 자체는 결정을 내려 주지 않습니다. 결정할 거리를 눈앞에 올려 둘 뿐입니다.

흔한 오해

가장 흔한 오해는 경쟁 분석의 결과가 따라 만들 기능 목록이라는 생각입니다. 상대에게 있고 우리에게 없는 칸이 표에 그대로 보이니 그 칸을 채우는 것이 다음 할 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칸들은 상대가 자기 고객을 보고 고른 결과이지 우리 고객이 요구한 것이 아닙니다. 비어 있는 칸을 순서대로 채우기 시작하면 두 분기 뒤에는 상대와 기능이 거의 같아지고, 같아진 상태에서 고객이 고를 기준은 가격밖에 남지 않습니다. 표에서 먼저 찾을 것은 우리에게 없는 칸이 아니라 아무도 채우지 않은 칸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만 있는 칸을 지키는 일도 같은 표에서 나옵니다. 다섯 회사 중 우리만 하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 칸을 더 벌리는 데 쓰는 한 분기가 빈칸 네 개를 메우는 한 분기보다 대개 남는 것이 많습니다.

두 번째는 한 번 만들어 두면 계속 쓰는 문서로 여기는 것입니다. 한 번 만드는 데 며칠이 걸리니 오래 쓰고 싶어지고, 파일이 남아 있으니 최신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표의 내용은 상대가 바꿀 때마다 낡습니다. 가격 정책이 바뀌고, 무료 범위가 줄고, 주력 고객이 옮겨 갑니다. 반년 지난 표를 근거로 SWOT 분석 같은 정리 틀에 넣어 전략을 세우면 이미 사라진 약점을 공격하는 계획이 나옵니다. 분기마다 가격과 요금제 칸만이라도 다시 확인하고, 확인한 날짜를 칸 옆에 적어 두는 팀이 이 문제를 덜 겪습니다. 표 전체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가 새 기능을 내거나 가격을 바꿀 때마다 해당 칸 하나만 고쳐 두면, 분기 계획을 세우는 날에 따로 며칠을 들이지 않아도 최신 상태의 표가 이미 준비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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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