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 시장
Target Market
개념
제품을 팔 곳을 의도적으로 좁혀 정한 고객 집단으로, 무엇을 만들고 누구에게 말을 걸지 가르는 기준이 됩니다.
등장 배경
제품을 만드는 쪽에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물으면 한동안 돌아오던 답이 있었습니다. 필요한 사람 모두라는 답입니다. 이 답은 틀리지 않았지만 아무 쓸모가 없었습니다. 모두를 대상으로 삼으면 다음에 무엇을 만들지, 어떤 요청을 먼저 받을지, 광고 문구를 누구 말투로 쓸지를 정할 근거가 하나도 남지 않기 때문입니다.
페이지덱의 초기 백로그 회의가 그 모양이었습니다. 한쪽에는 대형 제조사에서 온 요청이 있었습니다. 문서마다 결재선을 걸고 승인 기록을 남겨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쪽에는 세 명짜리 디자인 스튜디오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로그인 없이 링크만으로 손님에게 문서를 보여 주게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둘 다 돈을 내는 고객이 실제로 보낸 요청이었고, 둘 다 합리적이었고, 개발 기간은 비슷했습니다. 지현이 어느 쪽을 먼저 하느냐고 물었을 때 회의실에서 나온 근거는 요청한 회사의 크기와 목소리의 크기뿐이었습니다.
이런 자리가 반복되면 제품은 양쪽을 조금씩 닮아 갑니다. 결재선도 있고 링크 공유도 있지만 어느 쪽도 그 일을 제대로 하지는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제조사는 승인 기록이 감사에 쓸 만큼 자세하지 않다고 하고, 스튜디오는 화면이 복잡해서 손님이 헤맨다고 합니다. 같은 문제가 제품 밖으로도 번집니다. 현우가 광고 문구를 쓸 때 보안과 간편함을 한 문장에 넣어야 하고, 수아는 미팅에 들어가기 전까지 상대가 어느 쪽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지 모릅니다.
타깃 시장은 그 회의에 답을 만들어 주려고 먼저 정해 두는 것입니다. 앞으로 한동안 이 집단의 문제를 푼다고 못 박고, 그 밖의 요청은 고맙게 듣되 순서를 뒤로 미룹니다. 제품 전략이 무엇을 하고 무엇을 안 할지 고르는 일이라면, 타깃 시장은 그 선택이 서 있을 바닥입니다. 먼 목표를 한 문장으로 세운 제품 비전이 있어도 대상이 비어 있으면 전략은 취향 대결로 돌아갑니다.
정해 두면 판단이 빨라지는 것 말고도 얻는 것이 둘 더 있습니다. 하나는 비교할 상대가 분명해진다는 것입니다. 경쟁 분석은 경쟁 제품의 기능과 가격을 늘어놓고 빈틈을 찾는 일인데, 어느 시장에서 겨루는지 정해야 누구를 늘어놓을지가 정해집니다. 다른 하나는 성공 여부를 판정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만든 제품이 시장의 수요와 맞물린 상태를 제품 시장 적합성이라고 부르는데, 이 말에는 특정 시장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시장을 지목하지 않으면 맞물렸는지 아닌지를 말할 방법이 없습니다.
분야 구성
아래에는 용어 넷이 있고 두 갈래로 나뉩니다. 셋은 누구인지를 정하는 쪽이고, 하나는 그 집단이 얼마나 큰지를 재는 쪽입니다. 정하는 쪽이 먼저고 재는 쪽이 뒤입니다. 대상이 없으면 잴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누구인지를 정하는 일은 세 걸음으로 이어집니다.
- 세그멘테이션 — 한 덩어리로 보이던 시장을 성격이 비슷한 묶음으로 자르는 일입니다. 자르는 칼은 여러 가지입니다. 회사 규모, 업종, 쓰는 도구, 문서를 다루는 방식 같은 것들입니다. 같은 협업 문서 시장도 직원 20명 아래 회사와 5000명 회사는 원하는 것이 반대에 가깝습니다. 앞쪽은 설정할 것이 적기를 바라고 뒤쪽은 권한을 잘게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르지 않으면 이 둘이 같은 평균값으로 뭉개집니다. 설문에서 설정 기능 만족도가 3.2점으로 나왔다는 말은 두 집단을 합쳐 놓은 결과라 어느 쪽도 가리키지 않습니다. 잘라 놓고 보면 한쪽은 4.1점, 다른 쪽은 2.3점입니다.
- 이상적 고객 프로필 — 잘라 놓은 묶음 중에서 가장 잘 맞고 가장 오래 남는 고객의 조건을 적은 것입니다. 시장을 회사 단위로 좁혀 적는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직원 30명에서 200명 사이,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 이미 협업 도구를 하나는 쓰고 있고, 문서 담당자가 따로 있는 곳이라는 식입니다. 이 조건이 있으면 들어온 문의를 보고 우리 쪽 고객인지 아닌지를 그 자리에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조건을 적을 때는 있으면 좋은 성질이 아니라 있고 없음으로 갈리는 성질을 씁니다. 문서를 많이 쓰는 회사라는 조건은 판단에 쓸 수 없고, 사내 위키를 이미 운영하고 있는 회사라는 조건은 쓸 수 있습니다.
- 비치헤드 마켓 — 처음에 장악할 한 칸을 고른 것입니다. 이상적 고객 프로필에 맞는 집단이 여럿이어도 힘을 나눠 쓰면 어디에서도 1등이 되지 못하니, 가장 먼저 이길 수 있는 한 곳을 골라 거기부터 채웁니다. 상륙 지점 하나를 먼저 확보하고 옆으로 넓혀 가는 방식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여기서 이겼다는 말은 그 집단 안에서 다들 이 제품을 안다는 뜻이고, 그 평판이 옆 칸으로 넘어가는 힘이 됩니다. 이겼는지 판정할 선도 함께 정해 둡니다. 그 집단 안에서 매출 점유가 몇 퍼센트를 넘으면 다음 칸으로 간다는 식입니다.
크기를 재는 쪽은 하나입니다. TAM·SAM·SOM은 같은 시장을 세 겹으로 나눠 크기를 보는 방식입니다. 이 제품이 필요한 사람 전부가 가장 바깥이고, 그중 지금의 제품과 판매 경로로 닿을 수 있는 범위가 가운데이고, 앞으로 몇 년 안에 실제로 가져올 수 있는 몫이 가장 안쪽입니다. 세 겹으로 나누는 이유는 가장 바깥 숫자만으로는 아무 결정도 못 하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3조 원이라는 말은 이 팀이 다음 분기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 주지 않습니다. 안쪽으로 들어올수록 숫자는 작아지고 대신 쓸모가 생깁니다. 국내 협업 문서 시장이 3조라도, 지금 만든 제품이 웹 브라우저로만 돌아가고 국내 결제만 받는다면 닿을 수 있는 범위는 그 일부입니다. 거기서 다시 올해 영업 인원이 만날 수 있는 회사 수로 줄이면 목표로 쓸 만한 숫자가 남습니다. 투자 심사에서 가장 바깥 숫자를 먼저 묻는 이유는 그 시장이 커야 회사가 커질 여지가 있어서이고, 실무 회의에서 가장 안쪽 숫자를 묻는 이유는 그것만이 이번 분기의 계획이 되기 때문입니다.
두 갈래가 함께 있어야 하는 이유는 각자 막는 실패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누구인지만 정하면 너무 작은 곳에 들어가 제품은 사랑받는데 회사가 크지 못하는 일이 생깁니다. 크기만 재면 숫자가 큰 시장을 골라 놓고 그 안의 누구도 이 제품을 자기 것이라고 느끼지 않는 일이 생깁니다. 페이지덱이 비치헤드로 고른 곳은 직원 50명 아래 소프트웨어 회사였고, 그 안의 획득 가능 시장은 국내 기준 3400개 회사였습니다. 크지 않은 숫자지만 그중 400곳을 가져오면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는 계산이 섰고, 그 계산이 기능 순서와 채용 계획을 함께 정했습니다. 셋을 한 번에 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무에서는 자르고, 고르고, 재고, 한 칸을 정하는 순서로 몇 주에 걸쳐 진행하며, 재 본 결과가 너무 작으면 고른 조건을 넓혀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실무 용례
"이 요청은 우리 타깃 시장 밖이에요. 받아는 두되 로드맵에는 안 넣습니다."
들어온 요청이 합리적이어도 지금 겨냥한 집단의 문제가 아니면 순서를 뒤로 미룬다는 말입니다.
"타깃 시장을 협업이 필요한 모든 팀으로 잡으면 아무것도 못 정해요. 50명 아래 소프트웨어 회사로 좁힙시다."
대상이 넓으면 정하는 기준이 되지 못하니 판단에 쓸 수 있을 만큼 좁히자는 제안입니다.
"그 시장 전체가 3조라는 건 알겠고, 우리가 올해 실제로 닿을 수 있는 건 얼마죠?"
가장 바깥 숫자 말고 안쪽 숫자를 내놓으라는 요구입니다.
페이지덱이 타깃 시장을 처음 좁힌 것은 시리즈 A 직후였습니다. 그때까지 고객 명단에는 광고 대행사, 병원, 학교, 소프트웨어 회사가 섞여 있었습니다. 규원이 자리를 만들어 놓고 물은 것은 어디를 고를 것이냐가 아니라 어디에서 이미 이기고 있느냐였습니다. 수아가 가져온 숫자에서 답이 나왔습니다. 소프트웨어 회사는 계약한 지 1년 뒤에도 남아 있는 비율이 81퍼센트였고, 나머지는 절반을 밑돌았습니다. 소개로 들어온 문의도 대부분 그쪽에서 나왔습니다.
그 자리에서 정한 뒤로 세 가지가 함께 바뀌었습니다. 지현은 백로그에서 대형 제조사용 결재선 기능을 내렸고, 대신 개발자가 쓰는 도구와 문서를 연결하는 작업을 앞으로 당겼습니다. 현우는 광고 문구에서 보안이라는 말을 빼고 코드와 문서가 한 화면에 있다는 말을 넣었습니다. 수아는 문의가 들어오면 직원 수와 업종부터 확인해 조건에 맞지 않는 곳은 무료 플랜을 안내하고 미팅을 잡지 않았습니다. 세 사람이 각자 정한 것이 아니라 같은 문장 하나에서 나온 결정이라는 점이 이 회의의 성과였습니다.
흔한 오해
가장 흔한 오해는 타깃 시장을 좁히면 그만큼 매출을 버린다고 보는 것입니다. 열 곳에 팔 수 있는 제품을 한 곳에만 팔겠다는 말로 들리니 자연스러운 오해이고, 특히 매출이 급한 시기에 강하게 듭니다. 실제로는 반대로 움직입니다. 좁힌다고 해서 밖에서 들어오는 문의를 막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먼저 만들고 어디에 사람을 붙일지를 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넓게 잡은 팀은 열 곳 모두에서 두 번째나 세 번째로 남고, 좁힌 팀은 한 곳에서 첫 번째가 된 다음 그 힘으로 옆 칸에 들어갑니다. 이 오해를 그대로 두면 제품은 기능이 많아지는데 어느 집단도 이걸 자기들을 위한 도구라고 부르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그 상태에서는 가격을 올릴 근거도, 소개로 고객이 들어올 이유도 생기지 않습니다. 넓게 잡은 팀이 실제로 겪는 일은 매출이 는다기보다 사람이 흩어지는 것입니다. 열 집단의 요청이 같은 백로그로 들어오니 개발팀은 매 분기 서로 무관한 기능을 만들고, 그중 어느 것도 한 집단을 완전히 만족시키지 못한 채 다음 분기로 넘어갑니다.
두 번째는 지금 들어와 있는 고객 명단이 곧 타깃 시장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실제로 돈을 내는 사람들이니 이보다 확실한 근거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초기 고객 명단은 대체로 창업자의 인맥과 우연히 닿은 경로가 만든 결과입니다. 광고 대행사 고객이 여섯 곳인 이유가 대표의 전 직장이 광고 회사여서인 경우가 실제로 많습니다. 현재 명단을 그대로 대상으로 삼으면 우연을 전략으로 승격시키게 됩니다. 명단은 재료로 쓰되 판단은 따로 합니다. 어느 집단이 오래 남는지, 어느 집단이 소개를 만들어 주는지, 어느 집단이 제값을 내는지를 갈라 보고 나서 정합니다. 그 결과가 지금 명단의 절반을 대상 밖으로 밀어내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밖으로 밀린 고객을 내보내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음에 만들 것을 그들에게 맞추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미 받은 돈에는 지금까지의 약속이 붙어 있으니 쓰던 기능은 그대로 돌아가야 하고, 다만 새로 들어갈 힘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이 구분을 분명히 해 두지 않으면 대상을 좁히기로 한 결정이 고객을 내쫓는 결정으로 전해지고, 그 소문이 돌면 밖에 있는 잠재 고객까지 망설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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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 용어
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