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전략
Content Strategy
개념
누구에게 어떤 주제를 어떤 순서로 낼지 미리 정해, 한 편씩 쓸 때마다 다시 고민하지 않게 만든 계획입니다.
등장 배경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한 팀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것은 쓸 게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대상을 "문서 툴을 쓰는 사람" 으로 잡아 두면 쓸 수 있는 주제가 끝없이 나옵니다. 원격근무, 생산성, 회의 문화, 노션 비교, 업무 자동화가 전부 후보입니다.
그래서 월요일 회의는 이런 모양이 됐습니다. 담당자가 "이번 주엔 뭐 쓸까요" 하고 물으면 각자 떠오르는 것을 하나씩 던집니다. 그 주에 가장 말이 많았던 사람의 아이디어가 채택되고, 다음 주에는 다른 사람의 것이 채택됩니다. 한 해 동안 쉰 편이 나갔는데 서로 아무 관계가 없고, 검색 유입은 쉰 편을 합쳐도 한 달에 300명입니다.
원인은 편수가 아니라 흩어짐이었습니다. 검색 엔진은 한 사이트가 어떤 주제에 밝은지를 그 주제 주변의 글이 얼마나 촘촘한지로 판단합니다. 서로 다른 열 개 주제에 다섯 편씩 흩어 놓으면 어느 주제에서도 밝은 사이트가 되지 못합니다. 읽는 사람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의록 글을 읽고 들어온 사람에게 다음에 보여 줄 글이 원격근무 이야기면 그 사람은 거기서 나갑니다. 무엇을 낼지를 쓰기 전에 정해 두자는 발상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작동 방식
전략이 답을 정해 두는 질문은 넷입니다.
- 누구에게 — 대상을 좁힙니다. "문서 툴을 쓰는 사람" 을 "구성원 20~100명 회사에서 회의록 관리를 맡은 기획자" 로 바꾸면 쓸 주제가 열 몇 개로 줄어듭니다. 이때 대상을 그리는 데 쓰는 것이 페르소나, 곧 특정 사용자 집단을 한 사람처럼 구체화한 모델입니다.
- 어떤 주제 — 좁힌 대상이 실제로 검색하는 말을 모읍니다. 키워드 리서치가 이 일을 맡습니다. 여기서 나온 서른 개쯤의 말을 주제군 서너 개로 묶습니다. 회의록, 문서 정리, 팀 협업 규칙 같은 묶음이 됩니다.
- 어떤 순서 — 묶음 안에서 중심 글 하나와 곁가지 글 여럿을 정하고 링크로 묶습니다. 이 구조를 토픽 클러스터라고 부릅니다. "회의록 쓰는 법" 을 중심에 두고 "회의록 템플릿", "회의록 공유 규칙", "회의 후 할 일 정리" 를 곁가지로 두면, 곁가지가 늘어날 때마다 중심 글의 검색 순위가 함께 올라갑니다. 검색 엔진 최적화가 기대는 구조가 이것입니다.
- 무엇을 얻으려고 — 묶음마다 목표를 다르게 겁니다. 처음 들어오는 사람을 받는 묶음은 블로그 포스트 위주로 유입을 목표로 하고, 이미 제품을 재고 있는 사람을 받는 묶음은 연락처를 남기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해 행동 유도 문구를 다르게 답니다.
여기에 성격이 하나 더 걸립니다. 묶음을 채울 때 에버그린 콘텐츠를 얼마나 넣을지입니다. 시의성 있는 소식으로 편수를 채우면 발행은 활발해 보이지만 1년 뒤에 남는 자산이 없습니다. 보통 열 편 중 일고여덟 편을 오래 읽히는 주제로 잡습니다.
쓰이는 곳
전략은 문서 한 장으로 끝나지 않고 두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위로는 발행 일정, 아래로는 매주의 판단입니다.
일정 쪽에서는 에디토리얼 캘린더가 전략을 날짜와 담당자로 바꿉니다. 주제군 셋에 각각 여덟 편씩 잡아 두면 스물네 편이고, 격주 발행이면 1년치 계획이 나옵니다. 판단 쪽에서는 "이 주제 써도 될까요" 라는 질문에 답하는 기준이 됩니다. 전략이 없으면 이 질문은 매번 회의 안건이 되지만, 있으면 세 묶음 안에 드는지만 보면 됩니다.
고치는 주기는 보통 분기입니다. 한 분기 동안 나간 글의 유입과 가입 전환을 놓고 어느 묶음이 되고 있는지를 봅니다. 셋 중 하나만 유입이 나오면 나머지 둘은 주제를 잘못 잡았거나 순서가 이른 것이니, 다음 분기 편수를 되는 쪽으로 옮깁니다.
페이지덱의 전략 문서는 A4 두 장입니다. 대상 한 문단, 주제군 셋과 각각의 중심 글, 묶음별 목표, 분기별 편수가 전부입니다. 지현이 제품 로드맵과 맞춰 한 번 손보고 현우가 매주 그 문서를 열어 이번 주 주제가 어디에 드는지를 확인합니다. 길이가 짧은 이유는 이 문서가 읽히려고 있는 게 아니라 매주 한 번씩 펼쳐져 판단의 기준이 되려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무 용례
"이 주제는 우리 전략에 없는 묶음이라 이번 분기엔 안 씁니다."
쓸 수 있는 주제와 쓰기로 한 주제를 구분하는 말입니다.
"중심 글부터 쓰고 곁가지를 붙일게요. 순서가 반대면 링크가 안 모여요."
묶음 구조가 순서에 의존한다는 설명입니다.
"지난 분기에 세 묶음 중 하나만 돌았어요. 다음 분기는 편수를 그쪽으로 옮깁니다."
성과를 보고 계획을 고치는 자리입니다.
페이지덱에서 이 문서가 처음 만들어진 계기는 주제 회의가 한 시간씩 걸리던 상황이었습니다. 매주 같은 논쟁이 반복됐고, 결론이 그 주에 가장 강하게 말한 사람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대상과 주제군을 한 번 정해 두자 그 회의가 15분으로 줄었습니다. 줄어든 이유는 아이디어가 적어져서가 아니라 걸러 낼 기준이 생겨서입니다.
흔한 오해
주제 목록이 곧 전략이라고 보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문서를 열면 주제가 스무 개 적혀 있으니 그렇게 보이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목록은 결과이고 전략은 그 목록을 만들어 낸 기준입니다. 기준 없이 목록만 받은 담당자는 스무 개를 다 쓴 다음 스물한 번째를 또 회의에서 정해야 합니다. 대상과 묶음이 적혀 있어야 새 주제가 들어왔을 때 쓸지 말지를 혼자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한 번 정하면 한동안 안 고쳐도 된다고 보는 것도 흔합니다. 계획이라는 말이 그런 인상을 줍니다. 그런데 이 계획은 검색되는 말과 제품이 가는 방향에 걸려 있어서 둘 중 하나만 바뀌어도 어긋납니다. 제품이 팀 단위 유료 플랜으로 무게를 옮겼는데 콘텐츠는 여전히 혼자 쓰는 사람을 대상으로 쓰고 있으면, 유입은 나오는데 그 사람들이 살 이유가 없는 상태가 됩니다. 분기에 한 번은 대상 한 문단부터 다시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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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