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 우선권
Liquidation Preference
개념
회사가 팔리거나 문을 닫을 때, 투자자가 넣은 돈을 남은 금액에서 보통주보다 먼저 회수하도록 정해 둔 권리입니다.
등장 배경
창업자와 투자자가 회사에 거는 것은 종류가 다릅니다. 창업자는 시간을 걸고, 투자자는 남의 돈을 모아 원금을 겁니다. 지분 비율만으로 나누면 이 차이가 계산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숫자를 놓고 보면 문제가 분명해집니다. 어떤 투자자가 40억을 넣고 지분 25퍼센트를 받았다고 합시다. 2년 뒤 회사가 100억에 팔렸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결과지만, 비율대로만 나누면 투자자가 받는 돈은 25억입니다. 40억을 넣고 25억을 받는 셈입니다. 같은 매각에서 창업자는 넣은 돈이 없으니 받는 금액이 그대로 이익입니다. 한쪽만 원금을 잃는 결과가 나옵니다.
그래서 투자 계약서에는 순서를 정하는 문장이 붙었습니다. 투자자가 받는 우선주는 이름 그대로 앞선 권리가 붙은 주식인데, 그 권리 가운데 돈이 걸린 대표가 이 조항입니다. 회사가 잘되면 순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모두가 충분히 받기 때문입니다. 이 조항은 결과가 애매할 때만 작동합니다.
작동 방식
계약서에서 이 권리를 읽을 때 확인할 값은 셋입니다.
- 배수. 넣은 돈의 몇 배까지 먼저 가져갈지 정합니다. 1배가 표준이고, 40억을 넣었으면 매각 대금에서 40억을 먼저 뗍니다. 2배나 3배는 회사 사정이 급할 때 나오는 조건이라, 텀시트에 그렇게 적혀 있으면 협상력이 어느 쪽에 있는지를 보여 주는 신호로 읽힙니다.
- 참가 여부. 먼저 떼어 간 뒤 남은 돈을 나눌 때 그 자리에 다시 끼는지를 정합니다. 참가하지 않는 쪽이 일반적이고, 이때 투자자는 우선권으로 받는 금액과 지분대로 받는 금액 중 큰 쪽 하나만 고릅니다. 참가하는 조건이면 먼저 떼어 가고 남은 돈에서 지분만큼 또 받습니다.
- 순위. 투자를 여러 번 받았으면 우선권끼리도 순서가 필요합니다. 나중에 들어온 투자자가 먼저 가져가는 방식과, 모든 투자자가 같은 순위에서 비율대로 나누는 방식이 있습니다.
앞의 예로 실제 금액을 따라가 보면 차이가 드러납니다. 40억을 넣고 25퍼센트를 가진 투자자에게 1배 비참가 우선권이 붙어 있는 경우입니다.
회사가 200억에 팔리면 우선권으로 받을 40억보다 지분대로 받을 50억이 큽니다. 투자자는 우선권을 쓰지 않고 50억을 받습니다. 이 구간에서는 조항이 있으나 없으나 결과가 같습니다.
회사가 100억에 팔리면 지분대로 받을 25억보다 우선권 40억이 큽니다. 투자자가 40억을 먼저 가져가고, 남은 60억을 나머지 주주가 나눕니다. 같은 조건이 참가형이었다면 투자자는 40억을 떼어 간 뒤 남은 60억에서 다시 25퍼센트인 15억을 받아 합계 55억이 됩니다. 나머지 주주에게 남는 돈은 60억에서 45억으로 줄어듭니다.
라운드가 쌓이면 먼저 나가야 할 금액도 쌓입니다. 시리즈 A 에서 40억, 시리즈 B 에서 160억을 받았다면 우선권 합계는 200억입니다. 매각 대금이 200억에 못 미치는 순간 보통주를 가진 창업자와 구성원의 몫은 0이 됩니다. 회사가 200억에 팔렸다는 소식과 구성원이 주식으로 한 푼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동시에 성립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쓰이는 곳
처음 등장하는 자리는 텀시트입니다. 텀시트는 투자 조건을 한 장으로 요약해 먼저 합의하는 문서인데, 기업가치 다음으로 오래 논의되는 항목이 이 조항입니다. 기업가치는 눈에 띄는 숫자라 모두가 들여다보지만, 결과가 나쁠 때 실제로 누가 얼마를 갖는지는 이쪽이 정합니다.
두 번째 자리는 엑싯입니다. 회사가 팔리거나 상장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순간인데, 이때 주주명부의 퍼센트가 아니라 이 조항이 분배의 첫 줄을 씁니다. 그래서 매각 협상에서는 계약서상 우선권 합계가 가격의 사실상 하한선으로 작동합니다. 그 아래로 내려가면 찬성표를 모으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구성원에게도 남의 일이 아닙니다. 주식 보상으로 받은 주식은 대부분 보통주라 분배 순서에서 맨 뒤입니다. 입사할 때 지분 0.5퍼센트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 0.5퍼센트가 실제 금액이 되려면 매각가가 우선권 합계를 넘어야 한다는 조건이 숨어 있습니다.
값이 떨어진 채로 다음 투자를 받는 다운 라운드에서 이 조항은 특히 무겁게 움직입니다. 새 투자자가 2배나 참가형을 요구하기 쉽고, 한 번 얹힌 조건은 다음 라운드의 기준이 됩니다.
실무 용례
"1배 비참가로 받았어요. 시장 표준입니다."
투자자가 원금 회수와 지분 몫 중 큰 쪽만 가져간다는 뜻이고, 무리한 조건이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우선권이 쌓여서 이 가격에 팔면 보통주는 0이에요."
매각 대금이 먼저 나갈 금액에 못 미친다는 뜻이라, 창업자와 구성원이 받을 돈이 없다는 경고입니다.
"참가 조건은 빼 주셨으면 합니다."
먼저 회수한 뒤 남은 몫을 또 나누는 계산을 지우자는 요청입니다.
페이지덱이 시리즈 B 를 논의할 때 규원이 텀시트를 받아 들고 가장 먼저 확인하는 항목이 이 세 줄입니다. 배수가 1배인지, 참가형인지, 기존 투자자와 순위가 어떻게 되는지입니다. 기업가치가 높게 적혀 있어도 배수가 2배이고 참가형이면, 어중간한 값에 팔렸을 때 규원과 구성원에게 돌아오는 금액은 기업가치가 낮고 조건이 깨끗한 제안보다 적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규원은 제안을 기업가치로만 줄 세우지 않고, 매각가를 여러 구간으로 놓고 각 제안에서 누가 얼마를 받는지 표로 만들어 봅니다. 구간별 결과를 봐야 조건의 값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흔한 오해
이름 때문에 회사가 망할 때만 쓰는 조항으로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산이라는 말이 문 닫는 장면을 떠올리게 하니 자연스러운 오해입니다. 실제로는 회사가 팔리는 경우도 대부분 여기서 말하는 청산에 들어갑니다. 계약서가 매각과 합병을 청산으로 간주한다고 따로 적어 두기 때문입니다. 망할 때만 적용된다고 생각하면 좋은 소식처럼 들리는 매각 제안에서 자기 몫을 잘못 계산하게 됩니다.
지분율에 매각가를 곱해 자기 몫을 계산하는 것도 흔한 오해입니다. 주주명부에 퍼센트가 적혀 있으니 그렇게 계산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 퍼센트는 먼저 나갈 돈을 빼고 남은 금액에 적용되는 비율입니다. 우선권 합계가 200억인 회사가 240억에 팔리면 나눌 돈은 40억이고, 5퍼센트를 가진 사람이 받는 금액은 12억이 아니라 2억입니다. 이 계산을 모른 채 입사를 결정하면 결과를 보고 나서야 구조를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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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