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희석

Dilution

개념

새 주식이 발행돼 전체 주식 수가 늘면서, 가진 주식은 그대로인 기존 주주의 비율만 낮아지는 현상입니다.

등장 배경

회사를 셋이 나눠 시작한 사람들은 대개 100퍼센트를 어떻게 자를지부터 정합니다. 40, 30, 30 으로 적어 두면 그걸로 끝이라고 여기기 쉽습니다. 그런데 처음 투자를 받는 자리에서 "20퍼센트를 드리겠다" 는 말이 오가면 계산이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셋의 합이 이미 100인데 거기서 20을 어떻게 떼어 준다는 것이냐는 물음이 남습니다.

떼어 주는 게 아니라 새로 찍는 것이 답인데, 이걸 모르면 대화가 계속 헛돕니다. 회사가 투자자에게 주는 주식은 기존 주주의 것을 가져다 넘기는 게 아니라 없던 주식을 새로 발행한 것입니다. 창업자가 쥔 주식 수는 하나도 줄지 않았는데 비율만 내려갑니다.

부를 이름이 따로 필요했던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뺏긴 것도 아니고 판 것도 아닌 제3의 상황이라서, 이름이 없으면 매번 처음부터 설명해야 합니다. 검증된 모델을 키우려고 받는 투자인 시리즈 A를 지나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같은 일이 반복되고, 그때마다 표의 모든 줄이 함께 내려갑니다.

작동 방식

지분율은 내가 가진 주식 수를 전체 주식 수로 나눈 값이고, 희석은 분자가 그대로인 채 분모만 커질 때 일어납니다.

100주짜리 회사에서 20주를 쥔 사람의 비율은 20퍼센트입니다. 회사가 25주를 새로 발행해 전체가 125주가 되면 그 사람의 20주는 그대로인데 비율은 16퍼센트가 됩니다. 4퍼센트포인트만큼 덜어진 게 아니라 원래 몫의 5분의 4로 줄어든 것입니다.

얼마나 희석될지는 투자 조건의 두 값이 정합니다.

  1. 프리 머니 — 투자금이 들어오기 전 회사에 매긴 값입니다.
  2. 포스트 머니 — 프리 머니에 이번 투자금을 더한 값입니다.

투자자가 갖는 비율은 투자금을 포스트 머니로 나눈 값입니다. 프리 머니 80억 원에 20억 원을 투자받으면 포스트 머니는 100억 원이고 투자자 지분은 20퍼센트입니다. 기존 주주 전체는 100퍼센트에서 80퍼센트로 내려가니, 40퍼센트를 갖고 있던 창업자는 32퍼센트가 됩니다.

여기에 한 항목이 더 붙습니다. 옵션 풀은 앞으로 뽑을 사람에게 줄 주식을 미리 떼어 둔 몫인데, 투자 계약에서는 이 풀을 프리 머니 안에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로 10퍼센트를 풀로 잡으면서 그 부담을 투자 전 가치 안에서 지면 희석되는 쪽은 기존 주주뿐입니다. 같은 20억 원 투자라도 창업자 지분이 32퍼센트가 아니라 28.8퍼센트로 내려갑니다. 협상에서 값 자체보다 이 항목에서 더 크게 갈립니다.

비율이 줄어드는 것과 손해를 보는 것은 다릅니다. 회사 값이 40억 원일 때의 40퍼센트는 16억 원이고, 100억 원이 된 뒤의 32퍼센트는 32억 원입니다. 비율은 8퍼센트포인트 내려갔는데 금액은 두 배가 됐습니다. 피자 한 판의 절반과 세 판의 3분의 1 중 어느 쪽이 큰지를 묻는 것과 같습니다.

쓰이는 곳

표 위의 개념이 아니라 투자와 채용에서 실제 조건을 가릅니다. 세 자리에서 자주 나옵니다.

  1. 투자 조건을 따질 때. 이번 라운드만 보지 않고 다음 두 라운드까지 미리 그려 봅니다. 라운드마다 20퍼센트씩 희석된다고 잡으면 40퍼센트였던 창업자 지분이 32퍼센트, 25.6퍼센트, 20.5퍼센트로 내려갑니다. 지금 5퍼센트를 더 내주는 결정이 3년 뒤 어디에 닿는지를 이렇게 확인합니다.
  2. 값이 떨어진 라운드에서. 다운 라운드는 이전보다 낮은 기업가치로 받는 투자인데, 같은 금액을 받아도 분모가 작아 희석 폭이 훨씬 큽니다. 여기에 기존 투자자의 희석 방지 조항이 함께 발동하면 그 몫까지 창업자와 구성원 쪽으로 넘어옵니다.
  3. 사람을 뽑을 때. 스톡옵션은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인데, 0.5퍼센트를 제안받은 사람이 입사 3년 뒤에도 0.5퍼센트일 거라고 생각하면 어긋납니다. 그사이 두 번의 라운드를 지나면 0.32퍼센트가 되어 있습니다. 제안할 때 이 사실을 먼저 말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실무 용례

"이번 라운드에서 우리 쪽은 얼마나 희석되나요?"

조건을 받아 들고 기존 주주의 비율이 어디까지 내려가는지부터 계산해 보자는 말입니다.

"옵션 풀을 프리 머니에 넣으면 그 10퍼센트는 우리만 부담하는 겁니다."

같은 밸류에이션처럼 보여도 실제 희석은 훨씬 크다는 지적입니다.

"희석은 됐지만 값이 두 배가 됐으니 우리 몫의 금액은 커졌어요."

비율이 아니라 금액으로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페이지덱은 시리즈 A 를 받으면서 이 계산을 처음 표로 만들었습니다. 규원이 조건을 받아 온 날 회사가 확인한 건 밸류에이션 한 줄이 아니라 세 줄이었습니다. 투자자가 갖는 비율, 새로 잡는 옵션 풀의 크기, 그 풀을 누가 부담하는지입니다.

셋째 줄에서 협상이 길어졌습니다. 풀을 프리 머니에 넣는 안과 포스트 머니에 넣는 안 사이에서 창업자 지분이 3퍼센트포인트 넘게 갈렸기 때문입니다. 밸류에이션을 5억 원 올려 받는 것보다 이 한 줄을 바꾸는 편이 컸습니다. 이후로 페이지덱은 투자 조건을 검토할 때 이 세 줄을 항상 같이 놓습니다.

흔한 오해

희석을 지분을 빼앗기는 일로 읽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숫자가 내려가는 것만 눈에 들어오니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그런데 비율은 값이 정해지지 않은 분수의 한쪽일 뿐이고, 실제로 손에 쥐는 것은 비율에 회사 값을 곱한 금액입니다. 값이 오르면서 희석되면 금액은 커집니다. 이 구분을 못 하면 희석을 피하려고 필요한 투자를 미루게 되고, 자금이 마르면 다음 라운드를 훨씬 나쁜 조건에서 받게 됩니다.

비율만 보면 내 몫을 알 수 있다고 여기는 것도 흔합니다. 표에 퍼센트가 적혀 있으니 그렇게 보입니다. 하지만 회사가 팔릴 때 돈이 나가는 순서는 비율이 아니라 계약서가 정합니다. 청산 우선권은 회사가 정리될 때 투자자가 먼저 회수하는 권리인데, 200억 원에 팔린 회사에서 투자자가 먼저 150억 원을 가져가면 남은 50억 원만 비율대로 나뉩니다. 희석된 비율에만 신경 쓰고 이 줄을 안 보면 계산이 크게 빗나갑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용어무엇을 가리키는가지분 희석과의 차이
희석 방지 조항값이 떨어질 때 투자자 몫을 보전해 주는 계약 조항희석은 새 주식이 나오면 생기는 현상이고, 이 조항은 그 현상에서 특정 주주만 빼내 주는 장치입니다. 빠진 만큼은 나머지 주주가 더 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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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