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 시드

Pre-seed

단계

아이디어와 초기 팀만 있는 단계에서 제품을 만들어 볼 시간을 벌려고 받는 첫 외부 자금입니다.

등장 배경

한동안 회사가 받는 첫 투자의 이름은 시드였습니다. 제품을 만들고 시장을 찾는 데 쓰라고 주는 돈이었으니 아이디어 단계에서 받는 것이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시드 라운드의 규모가 해마다 커졌습니다. 몇 천만 원이던 것이 수십억까지 올라가자 돈을 내주는 쪽이 요구하는 것도 함께 올라갔습니다. 동작하는 제품과 쓰는 사람의 숫자입니다.

그러자 중간에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제품을 만들려면 몇 달치 생활비와 개발 시간이 필요한데, 그 돈을 받으려면 이미 제품이 있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두 사람이 화면 시안만 들고 심사역을 만나 "지표를 좀 만들어 오시면 다시 보겠습니다" 를 듣고 돌아가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니 저녁과 주말에만 만들고, 그러니 1년이 지나도 보여 줄 것이 늘지 않았습니다.

프리 시드는 그 빈자리에 붙은 이름입니다. 제품이 없는 상태에서 제품을 만들 시간을 사는 돈이고, 그래서 판단 근거가 지표가 아니라 팀과 문제 자체입니다.

구간의 특징

이 구간을 가르는 기준은 보여 줄 제품이 아직 없다는 점입니다. 그 조건이 금액과 계약 방식과 돈의 용도를 모두 정합니다.

  1. 금액과 기간이 작습니다. 국내에서는 대개 1억에서 5억 원 사이이고, 이 돈으로 12~18개월을 버티도록 설계합니다. 지금 속도로 쓰면 현금이 몇 달 버티는지를 런웨이라고 하는데, 프리 시드 금액은 이 런웨이를 몇 개월로 잡을지에서 역산해 나옵니다.
  2. 돈을 내는 쪽이 다릅니다. 개인 자금으로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엔젤 투자자, 투자와 함께 보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액셀러레이터, 초기만 보는 소형 펀드가 주로 들어옵니다.
  3. 기업가치를 정하지 않고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출도 사용자도 없으니 값을 매길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SAFE나 전환사채를 씁니다. 지금은 금액만 받고 다음 라운드에서 정해지는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주식으로 바꾸되, 이번에 들어온 쪽은 할인을 받는 방식입니다.
  4. 쓰는 곳이 좁습니다. 세 사람이 3억 원으로 18개월을 버티면 월 1,600만 원 남짓인데, 최소 생활비와 서버 비용을 빼면 남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이 돈으로 MVP, 곧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품을 만들어 사용자 손에 올리는 것까지가 현실적인 범위입니다.

아직 무엇이 팔리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광고비를 쓰면 돈은 줄고 배우는 것은 없습니다.

다음 구간의 조건

시드로 넘어가는 문턱은 제품이 돌아가고 그것을 쓰는 사람이 생겼다는 증거입니다. 확인하는 항목은 넷입니다.

  1. 동작하는 제품입니다. 시안이나 시연용이 아니라 사용자가 직접 가입해서 쓸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2. 쓰는 사람의 숫자입니다. 절대 규모보다 다시 돌아오는 비율을 봅니다. 40개 팀이 가입해 그중 24개 팀이 매주 다시 들어온다면 60퍼센트이고, 이 값은 100개 팀이 가입해 한 번씩만 써 본 경우보다 훨씬 강한 근거가 됩니다.
  3. 돈을 내는 고객 몇 곳입니다. 금액이 작아도 무료로 쓰던 사람이 카드를 꺼냈다는 사실이 증거입니다. 월 반복 매출 300만 원은 사업으로는 작지만 다음 라운드에서는 근거가 됩니다.
  4. 남은 런웨이입니다. 6개월쯤 남았을 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투자 유치는 첫 미팅에서 입금까지 3~6개월이 걸리고, 두 달 남은 상태에서는 조건을 고를 여지가 없어집니다.

제품 시장 적합성, 곧 만든 제품이 특정 시장의 수요와 맞물린 상태는 시드의 조건이 아니라 시리즈 A의 조건입니다. 시드는 그것을 찾으러 가는 돈이고, 프리 시드는 찾기 시작할 제품을 만드는 돈입니다.

문턱을 못 넘길 때의 선택도 있습니다. 같은 투자자에게 적은 금액을 더 받아 몇 달을 늘리거나, 매출로 인건비를 대며 시간을 버는 길입니다. 어느 쪽도 실패의 표시가 아닙니다.

실무 용례

"프리 시드로 3억 받아서 18개월 잡았습니다. 그 안에 유료 고객 열 곳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받은 금액과 버틸 기간, 그 기간에 증명할 것을 한 문장에 담은 말입니다.

"이 단계는 SAFE로 갑니다. 밸류를 매길 근거가 없어요."

기업가치를 정하는 협상을 다음 라운드로 미루겠다는 뜻입니다.

"프리 시드인데 예산 절반을 광고에 쓰시면 제품이 안 나옵니다."

이 구간의 돈은 제품을 만드는 데 쓰는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페이지덱도 규원과 태오 둘이던 시절에 이 구간을 지났습니다. 규원이 전 회사에서 같은 문서가 폴더마다 다섯 벌씩 돌아다니는 문제를 직접 겪었고, 비슷한 팀 서른 곳을 인터뷰한 기록이 미팅 자료의 절반이었습니다. 제품은 로그인과 문서 편집만 되는 상태였습니다.

엔젤 두 명과 액셀러레이터 한 곳에서 3억 원을 SAFE로 받아 18개월을 잡았습니다. 14개월째에 유료 팀 열두 곳과 월 반복 매출 400만 원을 들고 시드 미팅을 돌았습니다.

흔한 오해

프리 시드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받을 수 있다고 읽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제품을 보지 않는 단계라는 설명이 준비가 필요 없다는 말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품을 보지 않는 대신 다른 것을 봅니다. 이 문제를 왜 이 팀이 푸는지, 팀에 그것을 만들 사람이 있는지, 문제가 실재한다는 근거를 얼마나 모았는지입니다. 사용자 인터뷰 서른 건과 그 기록은 아이디어 한 장보다 훨씬 강합니다. 이 준비 없이 미팅에 가면 설명이 십 분 만에 끝나고, 돌아와서도 무엇이 부족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라운드 이름이 회사의 급을 정한다고 보는 오해도 흔합니다. 프리 시드에서 시드, 시리즈 A로 순서가 정해져 있으니 하나씩 밟아야 할 계단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름은 금액과 시점에 붙은 관습적인 라벨입니다. 첫 투자를 바로 시드라고 부르며 받는 회사도 많고, 프리 시드를 건너뛰는 것이 흠도 아닙니다. 이름을 맞추려고 라운드를 둘로 쪼개면 협상과 서류 작업이 두 번 생기고, 그 시간에 제품을 만들지 못합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용어무엇을 증거로 받는가프리 시드와의 차이
시드동작하는 제품과 초기 사용 지표금액이 몇 배 크고 기업가치를 정해 주식으로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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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자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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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