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지 라운드

Bridge Round

단계

시드나 시리즈 A 같은 정규 라운드 사이에 끼워 넣어, 다음 라운드를 열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회사를 버티게 하는 중간 투자입니다.

등장 배경

투자 라운드의 이름은 시드, 시리즈 A, 시리즈 B 순으로 깔끔하게 이어지는 것처럼 배웁니다. 실제로는 그 사이가 자주 벌어집니다. 시드로 받은 돈은 열여덟 달쯤 쓰면 바닥나는데, 시리즈 A를 열려면 투자자가 보고 싶어 하는 매출 수준이 나와 있어야 하고 회사는 그 선에 반쯤 와 있습니다.

이 상태에 놓인 회사는 몇 해 동안 마땅한 이름을 갖지 못했습니다. 이사회에서 "지금 A를 열 수 있나" 라고 물으면 대표는 "반년만 더 있으면" 이라고 답하고, 투자자는 "그 반년은 무슨 돈으로 버티나" 라고 되묻는 자리가 반복됐습니다. 정규 라운드가 아니니 이름 붙일 데가 없어서 기존 주주에게 조용히 추가로 받는 돈으로 처리되곤 했습니다.

이름이 없으면 조건도 제각각입니다. 어떤 회사는 정규 라운드처럼 회사 값을 정해 주식을 넘겼고, 어떤 회사는 빌린 돈으로 처리했으며, 조건을 비교할 기준 자체가 없었습니다. 브리지 라운드라는 이름은 이 구간을 정식으로 인정하면서 붙었습니다. 정규 라운드 사이에도 돈이 오가는 자리가 있고, 그 자리에는 그 자리에 맞는 조건이 있다는 합의입니다.

구간의 특징

이 구간에 서 있는 회사는 다음 라운드를 열 근거가 아직 모자라고 런웨이, 곧 현금이 버티는 개월 수는 여섯 달 아래로 내려온 상태입니다. 나머지 특징은 그 두 조건에서 따라 나옵니다.

  1. 이름에 번호가 없습니다. 시리즈 A와 B 사이에 있다고 해서 시리즈 A.5 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공식 이름은 아닙니다. 회사의 단계를 세는 눈금에 이 구간은 들어가지 않습니다.
  2. 금액이 작습니다. 직전 정규 라운드의 20~30퍼센트 선이 흔합니다. 시리즈 A로 50억 원을 받았다면 브리지는 10억에서 15억 원쯤입니다. 목표가 성장이 아니라 기간이기 때문입니다.
  3. 참여자가 좁습니다. 대개 이미 주주인 투자자들이 지분율만큼 나눠 넣습니다. 새 투자자는 이 구간의 회사를 처음부터 검토할 이유가 약합니다. 몇 달 뒤 정규 라운드에서 똑같은 회사를 더 많은 정보를 갖고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4. 절차가 짧습니다. 정규 라운드가 첫 미팅부터 입금까지 서너 달 걸리는 데 비해 브리지는 3주에서 6주 안에 끝납니다. 참여자가 이미 회사를 알고 있어 검증 절차가 크게 줄어듭니다.
  5. 조건 문서가 얇습니다. 회사 값을 정하지 않는 계약이 주로 쓰여서, 정규 라운드의 텀시트처럼 주식의 종류와 권리를 따지는 대신 할인율과 상한선 정도만 적습니다.
  6. 사 오는 기간은 6개월에서 12개월입니다. 이보다 짧으면 숫자를 만들 시간이 안 되고, 이보다 길면 그냥 정규 라운드를 여는 편이 조건이 낫습니다.

다음 구간의 조건

브리지에서 정규 라운드로 넘어가려면 브리지를 받게 만든 그 모자란 숫자가 실제로 채워져 있어야 합니다. 조건은 넷입니다.

  1. 막혔던 지표 하나가 목표선을 넘습니다. 시리즈 A의 기준이 연 매출 20억 원인데 브리지 시점에 12억 원이었다면, 여섯 달 뒤에 20억 원이 나와 있어야 합니다. 다른 지표를 여럿 올려 대신하기는 어렵습니다. 투자자가 기억하는 것은 지난번에 모자랐던 그 숫자입니다.
  2. 그 개선이 우연이 아니라는 기간이 붙습니다. 한 달 치 반등은 증거가 되지 않습니다. 석 달 연속 같은 방향이면 다음 분기를 예상할 수 있는 선이 생깁니다.
  3. 나가는 돈이 그대로가 아닙니다. 브리지를 받고도 월 지출이 똑같으면 여섯 달 뒤 회사는 같은 질문 앞에 다시 서게 됩니다. 이 기간에 쓰는 돈이 그 숫자를 올리는 데 쓰이고 있는지가 다음 투자자의 확인 항목입니다.
  4. 기존 주주가 다음 라운드에도 들어옵니다. 브리지에 참여한 투자자가 정규 라운드에서 빠지면 새 투자자는 그 사실부터 묻습니다. 가장 가까이서 본 사람이 물러섰다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넷이 갖춰지지 않은 채 기간이 끝나면 남는 길은 둘입니다. 두 번째 브리지를 받거나, 회사 값을 낮춘 다운 라운드를 여는 것입니다. 앞쪽은 지분을 더 내주고 뒤쪽은 기존 주주의 몫을 크게 깎습니다.

실무 용례

"지금은 브리지 구간이라 채용은 두 자리만 열고 나머지는 정규 라운드 뒤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확보된 기간이 정해져 있으니 그 안에 회수되지 않는 지출은 늘리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브리지 한 번은 괜찮은데 두 번째는 시장에서 다르게 읽힙니다."

한 번은 시점 문제로 보이지만 두 번은 사업 자체의 문제로 읽힌다는 경고입니다.

"이번 브리지는 기존 주주 전원이 지분율대로 참여했습니다."

아무도 빠지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를 다음 투자자에게 보여 줄 신호로 쓰는 말입니다.

페이지덱은 시리즈 A를 받고 스물두 달째에 이 구간에 들어갔습니다. 유료 팀 수는 늘고 있었지만 시리즈 B를 여는 기준에는 두 분기쯤 모자랐고, 잔고는 넉 달 치였습니다. 규원은 아홉 달을 목표로 브리지를 열었고, 기존 투자자 네 곳 중 네 곳이 모두 참여했습니다.

달라진 것은 회사 안의 대화였습니다. 아홉 달이라는 기간이 정해지자 지현은 제품 로드맵에서 그 기간 안에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 항목을 걷어냈고, 현우는 광고 예산을 전환이 확인된 경로에만 남겼습니다. 브리지 구간의 회사가 하는 일은 대체로 이런 모양입니다. 새로 벌이는 일보다 덜어 내는 일이 많습니다.

흔한 오해

브리지 라운드를 실패의 신호로 읽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계획대로였다면 필요 없었을 돈이니 그렇게 보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구간에 들어가는 이유는 대개 두 가지인데, 사업이 안 되는 경우와 계획보다 한두 분기 늦은 경우입니다. 뒤쪽이 훨씬 흔하고, 오히려 잔고가 석 달 남을 때까지 버티다 다운 라운드를 여는 쪽이 회사에 더 깊은 자국을 남깁니다. 실패로 읽어 버리면 열어야 할 시점을 놓치게 됩니다.

정규 라운드가 아니니 지분 계산은 나중에 해도 된다고 넘기는 오해도 있습니다. 회사 값을 정하지 않는 계약을 쓰니 당장 계산할 숫자가 없어 보이는 탓입니다. 실제로는 다음 라운드가 열리는 순간 브리지에 붙은 할인율과 상한선이 한꺼번에 반영되고, 그때 창업자와 초기 직원의 지분이 예상보다 크게 줄어 있는 일이 흔합니다. 브리지를 열기 전에 다음 라운드의 회사 값을 몇 가지로 가정해 지분표를 미리 그려 보는 편이 낫습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용어무엇을 가리키는가브리지 라운드와의 차이
브리지 자금그 자리에서 오가는 돈과 계약 형태같은 일의 다른 면입니다. 이쪽은 돈과 조건을 가리키고, 브리지 라운드는 회사가 지금 어느 구간에 서 있는지를 가리킵니다
다운 라운드직전보다 낮은 회사 값으로 여는 정규 라운드회사 값을 낮춰 확정하는 자리입니다. 브리지는 값을 정하지 않고 미뤄 두므로, 브리지가 실패하면 그다음이 다운 라운드가 되곤 합니다

같이 보면 좋은 페이지

  • 투자 유치

    라운드와 투자자와 절차가 어떻게 맞물리는지 전체를 봅니다

  • 프리 시드

    라운드 이름이 어디서 시작하는지 첫 자리부터 봅니다

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