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공고

Job Description

산출물

어떤 일을 맡길 자리이고 무엇을 할 줄 알아야 하는지를 적어 공개하는 문서로, 이후 모든 전형의 기준이 됩니다.

등장 배경

사람이 열 명이던 시절에는 공고랄 것이 필요 없었습니다. "개발자 한 명 더 있으면 좋겠는데" 라는 말이 나오면 아는 사람에게 연락했고, 무슨 일을 맡길지는 만나서 이야기하며 맞췄습니다. 자리를 설명하는 문서가 없어도 설명할 사람이 늘 곁에 있었으니 아쉬울 것이 없었습니다.

문제는 그 자리를 모르는 사람들이 판단에 끼기 시작할 때 드러납니다. 면접이 세 번으로 늘고 면접관이 네 명이 되면, 같은 후보자를 두고 한 사람은 "설계를 못 하는데요" 하고 다른 사람은 "빨리 만들어 내니 괜찮은데요" 합니다. 둘 다 틀린 말이 아니라서 회의는 길어지는데, 애초에 이 자리가 설계를 맡을 자리인지 빠르게 만들어 낼 자리인지 아무 데도 적혀 있지 않았기 때문에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채용 공고는 그 기준을 문서 하나로 먼저 고정하려고 씁니다. 후보자를 모으는 글이기도 하지만, 먼저 쓰는 이유는 뽑는 쪽 사람들이 서로 다른 그림을 들고 면접장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데 있습니다. 공고를 쓰는 과정에서 "이 자리는 결국 무엇을 해 줄 사람인가" 를 합의하게 되고, 그 합의가 없으면 뒤의 모든 단계가 각자의 기준으로 굴러갑니다.

구성 항목

대부분의 공고는 다섯 덩어리로 되어 있고, 순서도 대체로 같습니다.

  1. 회사와 팀 소개. 무엇을 만드는 회사이고 이 사람이 들어올 팀이 몇 명인지 적습니다. 후보자가 가장 먼저 읽고 계속 읽을지 말지를 정하는 자리라, 회사 연혁보다 지금 무슨 문제를 풀고 있는지가 더 읽힙니다.
  2. 담당 업무. 합류하면 실제로 하게 될 일을 서너 줄로 적습니다. "제품 개발" 같은 말이 아니라 "결제 화면을 새로 만들고 결제 실패율을 낮추는 일" 처럼 한 문장이 곧 하나의 과제가 되게 적어야 뒤에서 쓸모가 생깁니다.
  3. 자격 요건. 필수와 우대로 나눠 적습니다. 필수는 이것이 없으면 이 일을 시작할 수 없다는 조건이고, 우대는 있으면 더 빨리 자리 잡는다는 조건입니다. 필수가 여덟 줄씩 늘어나는 공고는 대개 둘을 구분하지 않고 바라는 것을 전부 위로 올린 경우입니다.
  4. 근무 조건. 고용 형태, 근무지와 재택 여부, 직무 레벨, 연봉 범위를 적습니다. 직무 레벨은 역량과 책임 범위에 따라 나눈 등급이고, 같은 직무라도 레벨이 다르면 기대하는 일이 달라집니다. 연봉 범위를 여는 회사가 늘어난 이유는 단순합니다. 적어 두지 않으면 서로 시간을 다 쓰고 마지막 단계에서 숫자가 어긋나 깨집니다.
  5. 전형 절차. 서류 전형부터 최종 면접까지 몇 단계이고 각 단계에 얼마쯤 걸리는지 적습니다. 과제가 있으면 여기서 미리 밝힙니다. 지원할지 말지는 절차에 드는 시간까지 보고 정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작성자와 독자

쓰는 사람은 채용 담당 관리자입니다. 그 자리를 실제로 필요로 하고 합류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관리자를 말합니다. 인사 담당자가 대신 써 주는 회사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담당 업무 칸이 비슷비슷한 문장으로 채워집니다. 인사 담당자의 몫은 초안을 받아 다듬는 쪽입니다. 다른 공고와 표현을 맞추고, 연봉 범위가 회사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는지 보고, 차별 소지가 있는 표현을 걷어 냅니다.

읽는 사람은 셋이고, 셋이 각각 다른 곳을 봅니다.

  1. 후보자. 담당 업무와 연봉 범위를 먼저 읽고 지원할지 정합니다. 소싱 메일을 받은 사람에게는 이 문서가 회사를 처음 설명하는 자료가 되기도 합니다.
  2. 면접관. 서류 전형에서 무엇을 보고 거를지, 기술 면접에서 무엇을 물을지를 여기서 가져옵니다. 필수 요건에 적힌 세 줄이 그대로 확인할 세 가지가 됩니다.
  3. 인사 담당자. 지원자가 모이지 않거나 합격자가 나오지 않을 때 가장 먼저 다시 여는 문서입니다. 요건이 시장에 견줘 과한지, 급여 밴드와 적어 둔 범위가 맞는지 확인합니다.

실무 용례

"공고부터 다시 씁시다. 지금 이대로면 면접관마다 다른 걸 보고 있어요."

후보자가 부족한 게 아니라 기준이 합의되지 않았다는 진단입니다.

"이 요건 진짜 필수예요? 우대로 내려도 될 것 같은데요."

조건을 줄여 지원 가능한 사람의 범위를 넓히자는 제안입니다.

"JD 에 적힌 연봉 범위가 작년 기준이에요. 올리기 전에 한 번 맞춰 주세요."

문서가 실제 조건과 어긋난 채 나가려 한다는 지적입니다.

페이지덱이 세일즈 조직을 처음 꾸릴 때 공고 초안을 쓴 사람은 수아였습니다. 규원이 초안을 보고 가장 오래 붙잡은 칸은 담당 업무였습니다. 처음 적힌 문장은 "기업 고객 영업" 한 줄이었는데, 이걸 두고는 면접에서 무엇을 확인할지가 정해지지 않습니다. 둘이 앉아 "지금 들어오는 문의에 먼저 응대하는 자리인지, 아직 연락이 닿지 않은 회사를 직접 찾아 나서는 자리인지" 를 정하고 나서야 문장이 세 줄로 갈라졌고, 그 세 줄이 그대로 면접 질문이 됐습니다.

공고는 한 번 쓰고 끝나는 문서도 아닙니다. 3주 동안 지원이 여섯 건밖에 들어오지 않자 규원은 자리를 더 홍보하는 대신 요건을 다시 봤습니다. 필수에 올려 둔 다섯 줄 중 둘을 우대로 내렸고, 그다음 2주에 지원이 스무 건 넘게 들어왔습니다.

흔한 오해

공고를 광고로만 읽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후보자에게 보이는 글이니 잘 쓰면 사람이 모인다고 생각하기 쉽고, 실제로 그런 효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서의 더 큰 쓸모는 뽑는 쪽에 있습니다. 면접관 넷이 같은 세 줄을 보고 들어가게 만드는 합의문이기 때문입니다. 광고로만 다루면 문장은 매끄러운데 정작 무엇을 확인할지는 적히지 않은 공고가 나오고, 면접이 끝나도 결론이 모이지 않아 자리 하나에 두 달이 더 걸립니다.

지원하는 쪽에서는 필수 요건을 합격선으로 읽는 오해가 흔합니다. 필수라고 적혀 있으니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실제로는 여러 사람의 바람이 섞여 들어가 실제 기준보다 높게 적히는 일이 잦고, 뽑는 쪽도 전부 갖춘 사람이 오리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이 오해가 비싼 이유는 걸러지는 쪽이 회사가 아니라 본인이기 때문입니다. 서류를 내면 판단은 상대가 하는데, 미리 접으면 그 판단 자체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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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