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석 방지 조항

Anti-dilution

개념

다음 투자가 이전보다 낮은 값으로 열릴 때 기존 투자자가 받을 주식 수를 늘려 손실을 메워 주는 계약 조항입니다.

등장 배경

투자 계약은 미래의 값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투자자는 주당 얼마에 살지를 정해 돈을 넣는데, 그 값은 그 시점의 기대치일 뿐입니다. 주당 1만 원에 산 투자자가 2년 뒤 다음 라운드가 주당 5천 원에 열리는 것을 보면, 같은 돈으로 두 배의 주식을 받는 사람이 뒤에 들어옵니다. 더 불확실할 때 먼저 들어온 쪽이 비싸게 산 셈이 됩니다.

지분 희석 자체는 나쁜 일이 아닙니다. 새 주식이 발행돼 기존 주주의 비율이 낮아지는 현상을 가리키는데, 회사 값이 오르며 희석되면 비율은 줄어도 그 비율이 가리키는 금액은 커집니다. 40억짜리 회사의 20퍼센트보다 200억짜리 회사의 14퍼센트가 큽니다. 곤란한 것은 값이 내려가며 희석될 때입니다. 비율도 줄고 금액도 같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투자 협상에서는 늘 같은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투자자는 지금 부르는 값이 높아 보인다고 하고, 창업자는 그 값을 받아야 다음 채용과 개발이 굴러간다고 합니다. 값을 낮추면 창업자가 당장 더 희석되고, 값을 그대로 두면 투자자가 몇 년 뒤의 위험을 혼자 떠안습니다. 희석 방지 조항은 값은 부른 대로 두되 나중에 값이 떨어졌을 때만 보정하기로 하고 이 실랑이를 넘기는 장치입니다.

작동 방식

조정하는 것은 이미 나간 주식의 수가 아니라 전환가입니다. 투자자가 받는 우선주는 배당이나 청산에서 보통주보다 앞선 권리가 붙은 주식이고, 나중에 보통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바꿀 때 몇 주가 되는지를 정하는 값이 전환가입니다. 전환가가 내려가면 같은 투자금이 더 많은 보통주로 바뀝니다.

다운 라운드, 곧 직전보다 낮은 값으로 도는 투자가 열리면 조항이 발동합니다. 계산 방식은 둘입니다.

  1. 완전 래칫 — 전환가를 새 라운드의 주당 가격까지 그대로 끌어내립니다. 전환가 1만 원이던 투자자는 새 라운드가 주당 5천 원이면 전환가가 5천 원이 되고, 받을 보통주가 두 배로 늘어납니다. 투자자에게 가장 유리하고 창업팀에 가장 아픕니다.
  2. 가중평균 — 새로 발행된 주식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만 전환가를 내립니다. 기존 주식이 100만 주인 회사가 주당 5천 원에 20만 주를 새로 발행하면 전환가는 1만 원에서 9,170원 언저리로 내려가고, 투자자가 받을 보통주는 9퍼센트쯤 늘어납니다. 실무에서 합의되는 것은 거의 이쪽입니다.

늘어난 주식은 어디선가 와야 합니다. 회사가 새로 찍어 주니 전체 주식 수가 늘고, 조항이 없는 사람들의 비율이 그만큼 내려갑니다. 창업자와 구성원, 그리고 앞으로 뽑을 사람에게 줄 몫으로 미리 떼어 둔 옵션 풀이 그쪽입니다. 보호가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옮겨 갑니다.

쓰이는 곳

조항이 처음 적히는 자리는 텀시트입니다. 텀시트는 본계약 전에 핵심 조건만 한두 장으로 먼저 합의해 두는 문서이고, 여기서 정해진 문장이 투자계약서로 거의 그대로 옮겨 갑니다. 다투는 시점은 돈이 들어올 때이고 효력이 드러나는 시점은 몇 년 뒤입니다.

발동이 다운 라운드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닙니다. 다음 투자까지 버틸 돈이 모자라 급히 도는 브리지 라운드에서 주당 가격이 직전보다 낮게 잡히면 같은 계산이 돌아갑니다.

예외 목록도 같이 적힙니다. 새 주식이 나갈 때마다 조항이 돌면 회사가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아래는 발동 대상에서 빼 둡니다.

  1. 옵션 풀에서 구성원에게 나가는 주식 — 사람을 뽑을 때마다 전환가가 조정되는 상황을 막습니다.
  2. 다른 회사를 사면서 현금 대신 주는 주식.
  3. 은행 대출이나 장비 계약에 딸려 나가는 소량의 주식.

협상에서 실제로 오가는 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완전 래칫을 요구받았을 때 가중평균으로 바꾸자고 맞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음 라운드에 참여하지 않는 투자자는 보호를 잃는다는 조건을 붙이는 것입니다. 뒤엣것은 회사가 어려울 때 돈은 더 넣지 않으면서 보정만 받아 가는 상황을 막습니다.

실무 용례

"희석 방지는 넓은 기준 가중평균으로 갑시다. 완전 래칫은 받기 어렵습니다."

값이 떨어졌을 때 조정 폭을 가장 작은 방식으로 하자는 역제안입니다.

"이번 라운드 가격이 직전보다 낮아서 시리즈 A 투자자 전환가가 조정됩니다."

조항이 실제로 발동했다는 통보이고, 주주명부를 다시 계산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옵션 풀에서 나가는 주식은 예외 목록에 넣어 주세요."

채용할 때마다 조항이 도는 것을 막아 달라는 요청입니다.

페이지덱이 시리즈 A 텀시트를 받았을 때 규원이 가장 오래 붙들고 있던 줄이 이 조항이었습니다. 투자 금액과 회사 값은 이틀 만에 합의됐는데 이 한 줄에는 일주일이 걸렸습니다. 처음 온 문장은 완전 래칫이었고, 규원은 다음 라운드가 조금이라도 낮게 열릴 때 창업팀과 구성원 지분이 어디까지 내려가는지를 표로 만들어 보냈습니다. 값이 30퍼센트 떨어진다고 가정한 칸에서 창업팀 합계가 두 자릿수 퍼센트만큼 깎였습니다.

합의된 문장은 가중평균에 다음 라운드 참여 조건을 붙인 형태였습니다. 규원이 이 자리에서 얻은 것은 조항 하나가 몇 년 뒤의 표를 다시 쓴다는 감각이었습니다.

흔한 오해

조항이 있으면 투자자 지분율이 유지된다고 읽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이름에 희석을 막는다고 적혀 있으니 자연스러운 읽기입니다. 하지만 이 조항이 손대는 것은 값이 떨어진 경우의 전환가뿐입니다. 회사 값이 오르면서 새 주식이 나가는 보통의 희석은 투자자도 그대로 받습니다. 지분율 자체를 지키고 싶으면 새 주식이 나갈 때 자기 비율만큼 더 살 권리를 따로 계약서에 넣어야 합니다. 이걸 섞어 두면 라운드마다 비율이 내려가는 것을 보고 조항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오해하게 됩니다.

창업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이라는 읽기도 흔합니다. 발동하면 창업팀이 더 희석되니 그렇게 보입니다. 실제로는 이 조항이 있어서 지금 값을 높게 부를 수 있는 면이 있습니다. 조항이 없으면 투자자는 떨어질 위험을 지금 값에 미리 깎아 넣습니다. 조항 자체를 없애려 들기보다 완전 래칫을 가중평균으로 바꾸고 예외 목록을 넓히는 쪽이 실제로 얻는 것이 큽니다. 조항을 통째로 거부하다 협상이 길어지면 정작 회사 값과 이사회 구성 같은 더 큰 줄을 볼 시간이 사라집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용어무엇을 가리키는가희석 방지 조항과의 차이
지분 희석새 주식이 발행돼 기존 지분율이 낮아지는 현상한쪽은 표에서 벌어지는 현상이고 이쪽은 계약서에 적힌 약속입니다. 희석을 막는 것이 아니라 값이 떨어지며 일어난 희석만 골라 일부를 되돌립니다

같이 보면 좋은 페이지

  • 주주명부

    이 조항이 발동하면 다시 계산되는 표입니다

  • 청산 우선권

    같은 권리 갈래에서 회사가 팔릴 때 작동하는 짝입니다

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