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펙트
Prospect
개념
미리 정한 조건으로 걸러 접촉해 볼 값어치가 있다고 판단한 잠재 고객으로, 영업이 시간을 어디에 쓸지 정하는 단위입니다.
등장 배경
연락처가 잡힌 곳에 전부 연락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행사에서 받은 명함, 자료를 받아 간 사람, 뉴스레터를 구독한 사람이 한 명단에 3천 줄로 쌓입니다. 영업 담당자 셋이 위에서부터 차례로 전화를 돌립니다.
그렇게 두 달을 돌리면 결과가 이상하게 나옵니다. 통화 300건에 미팅 네 건이 잡히는데, 그 네 건 가운데 셋이 명단의 같은 자리에 몰려 있습니다. 구성원 50명이 넘고 이미 비슷한 도구를 쓰고 있는 회사들입니다. 남은 2,700줄에는 혼자 일하는 사람, 학생, 경쟁사 직원이 섞여 있었습니다. 담당자들은 그 사실을 두 달 뒤에야 알았습니다.
프로스펙트라는 이름은 명단을 거르는 일을 접촉보다 앞에 두려고 만든 것입니다. 연락할 곳과 연락하지 않을 곳을 미리 갈라 놓으면, 같은 시간에 통화 300건 대신 80건을 하고 미팅은 더 많이 잡힙니다. 영업의 자원은 메일 발송량이 아니라 사람의 시간이라서, 명단의 길이보다 명단의 순도가 결과를 정합니다.
작동 방식
조건 몇 개를 정해 두고 명단의 각 줄이 그 조건에 맞는지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조건으로 쓰는 항목은 대개 넷입니다.
- 업종과 회사 규모 — 구성원 수가 가장 자주 쓰입니다. 페이지덱은 문서를 여러 사람이 함께 고치는 제품이라 혼자 일하는 곳에서는 값어치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구성원 20명 아래는 명단에서 뺍니다.
- 지금 쓰고 있는 도구 — 비슷한 도구를 이미 쓰는 곳은 필요를 설명할 필요가 없어 대화가 빠릅니다. 아무것도 안 쓰는 곳은 필요부터 만들어야 해서 대체로 더 오래 걸립니다.
- 최근에 생긴 변화 — 투자를 받았거나, 인원을 빠르게 늘리고 있거나, 새 팀을 만든 곳입니다. 도구를 바꾸는 결정은 대개 무언가 달라진 직후에 납니다.
- 결재 가능성 — 예상 금액에 맞는 결정 권한이 어디 있는지입니다. 연 400만 원짜리는 팀장 선에서 끝나고 연 4천만 원이 넘으면 임원이 등장합니다. 겨냥할 상대가 여기서 정해집니다.
이 조건을 어디서 가져오는지가 중요합니다. 감으로 정하지 않고 이미 잘 쓰고 있는 고객들의 공통점에서 뽑습니다. 가장 잘 맞고 가장 오래 남는 고객의 조건을 정리해 둔 이상적 고객 프로필이 그 재료입니다. 계약이 성사된 서른 곳과 1년을 못 채우고 떠난 서른 곳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조건 세 개쯤이 저절로 드러납니다.
조건은 고정된 값이 아닙니다. 석 달쯤 돌려 보면 실제로는 효과가 없는 조건이 하나씩 나옵니다. 투자 소식을 조건에 넣었는데 그 명단의 성사율이 다른 명단과 같았다면, 그 조건은 명단만 좁혔고 순도는 올리지 못한 것이라 빼는 편이 낫습니다.
쓰이는 곳
이 구분이 실제로 일하는 자리는 세 곳입니다.
- 명단을 만드는 자리입니다. 잠재 고객을 발굴해 미팅까지 만드는 담당자인 SDR이 주로 이 일을 합니다. 하루에 몇 곳에 연락할지가 아니라 어떤 곳 목록을 만들지가 이 사람의 성과를 정합니다.
- 연락 방식을 고르는 자리입니다. 며칠 간격으로 어떤 채널로 연락할지 미리 정해 둔 세일즈 케이던스가 명단의 종류마다 달라집니다. 조건에 잘 맞는 서른 곳에는 한 곳씩 손으로 쓴 메일을 보내고, 조건을 절반만 맞춘 3백 곳에는 같은 틀로 보냅니다.
- 파이프라인에 올릴지 정하는 자리입니다. 프로스펙트는 아직 거래가 아닙니다. 연락해 볼 후보일 뿐이라 진행 중인 거래 금액에 더하지 않습니다. 대화가 열리고 예산과 시기가 확인되면 그때 관리 대상인 기회로 올립니다.
명단 한 줄 안에서 누구를 겨냥할지도 함께 정합니다. 구매를 최종 승인하는 의사결정권자에게 바로 닿는 것이 빠르지만, 그 사람은 대개 만나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이 도구로 자기 일이 가장 많이 편해질 사람을 먼저 찾습니다. 고객사 안에서 우리를 밀어 주는 챔피언이 그 자리에서 나옵니다.
실무 용례
"이 명단 500개 중에 프로스펙트는 60개예요. 나머지는 조건이 안 맞습니다."
받은 목록을 그대로 쓰지 않고 걸러서 쓰겠다는 뜻입니다.
"프로스펙트 기준에 투자 유치 소식은 빼기로 했어요. 성사율 차이가 없었습니다."
기준을 실제 결과로 검증해 손봤다는 말입니다.
"여기는 프로스펙트로만 두고 파이프라인엔 안 올렸어요."
아직 대화가 열리지 않아 거래로 세지 않는 상태입니다.
페이지덱에서는 수아가 분기마다 한 번 조건을 다시 봅니다. 지난 분기에 계약한 고객 스무 곳과 도중에 끊긴 고객 여덟 곳의 공통점을 뽑는 작업입니다. 지난번에는 구성원 수 기준이 20명에서 35명으로 올라갔습니다. 20명대 회사들이 계약은 하는데 반년을 못 채우고 떠나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입니다.
이 작업에는 현우도 들어옵니다. 마케팅이 모아 오는 명단과 영업이 직접 만드는 명단의 조건이 어긋나면 양쪽 일이 서로를 지웁니다. 현우가 모은 3백 명 가운데 조건에 맞는 곳이 스무 곳뿐이면, 그 사실은 수아의 문제가 아니라 광고를 어디에 걸었는지의 문제입니다.
흔한 오해
명단이 길수록 좋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락할 곳이 많으면 그중 하나는 되리라는 계산이 자연스럽고, 명단 길이는 세기 쉬운 숫자라 성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연락 한 번에 드는 것은 발송 비용이 아니라 담당자의 시간입니다. 3천 줄을 훑는 동안 조건에 맞는 60곳에는 한 번씩만 연락이 가고, 답장은 대개 세 번째와 다섯 번째 연락 사이에 오기 때문에 그 60곳은 다 놓칩니다.
조건을 한 번 정해 두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흔합니다. 기준을 만드는 일이 품이 들어서 한 번 세워 두면 그대로 쓰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이 조건은 지난 고객들에게서 뽑은 것이라 제품이 바뀌거나 값이 바뀌면 함께 어긋납니다. 기업용 요금제를 새로 만든 회사가 예전 조건을 그대로 쓰면, 이제 팔 수 있게 된 큰 회사들이 명단에 오르지도 못합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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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