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
Prospecting
관행
우리 제품이 푸는 문제를 실제로 겪는 회사를 골라내 먼저 연락을 여는 영업의 첫 구간입니다.
등장 배경
회사가 작을 때 영업은 들어오는 문의를 받는 일에 가깝습니다. 블로그 글을 보고 문의가 오고, 아는 사람이 소개를 해 주고, 행사에서 명함을 받습니다. 받을 것이 있는 동안에는 이 방식에 아무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페이지덱도 한동안 그랬습니다. 현우가 만든 블로그 글과 광고로 매달 문의가 60건쯤 들어왔고, 수아는 그중에서 될 만한 것을 골라 미팅을 잡았습니다. 그러다 3월에 광고 예산을 절반으로 줄이자 문의가 18건으로 떨어졌고, 그달 수아의 계약 건수도 정확히 그만큼 줄었습니다. 규원이 왜 이렇게 됐느냐고 물었을 때 수아가 할 수 있는 답은 문의가 안 들어와서라는 한 문장뿐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답 안에 수아가 손댈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는 점입니다.
들어오는 것만 받으면 이번 분기 매출이 마케팅 예산과 검색 순위와 남의 소개에 달립니다. 셋 다 영업 담당자가 그 주에 바꿀 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반대 방향의 활동에 따로 이름이 붙었습니다. 기다리는 대신 먼저 찾아 나서는 일, 아직 우리를 모르는 회사의 명단을 직접 만들어 첫 연락을 거는 일입니다.
이 말이 그냥 연락 돌리기와 갈라지는 지점은 명단입니다. 절반은 누구에게 연락할지 고르는 데 쓰고 나머지 절반을 연락하는 데 씁니다. 페이지덱은 여러 사람이 문서를 함께 쓰는 제품이라 혼자 일하는 사업자에게는 팔릴 수가 없습니다. 제품이 나빠서가 아니라 함께 쓸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1인 사업자 1천 곳 명단으로 한 달을 쓰면 답장은 몇 통 오지만 계약은 한 건도 나오지 않고, 구성원 서른 명이 넘는 회사 100곳 명단은 답장이 적어도 그 안에서 계약이 납니다. 세일즈 축에서 이 갈래가 파이프라인이나 검증보다 앞에 놓이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거래가 시작되기 전을 다루는 유일한 갈래이고, 여기가 비면 뒤쪽 갈래들은 전부 셀 것이 없습니다.
분야 구성
이 이름 아래 묶인 용어는 두 갈래입니다. 누구를 찾아야 하는지가 한쪽(대상)이고, 그 사람에게 어떻게 닿는지가 다른 쪽(방법)입니다. 대상을 틀리면 방법을 아무리 다듬어도 소용이 없어서, 실무에서도 대체로 이 순서로 손을 댑니다.
대상은 명단에 올릴 회사와 그 안에서 만나야 할 사람을 가르는 갈래입니다. 여섯 가지가 있습니다.
- 프로스펙트 — 조건에 맞아 접촉해 볼 값어치가 있다고 판단한 잠재 고객입니다. 리드와 헷갈리기 쉬운데, 리드는 어떤 경로로든 연락처가 잡힌 관심자 전부를 가리키고 프로스펙트는 그중에서 우리가 조건으로 걸러낸 쪽입니다. 조건은 보통 업종, 구성원 수, 쓰고 있는 도구, 최근 투자 소식 같은 것들입니다.
- 웜 리드 — 이미 우리 쪽에 한 번 이상 관심을 보인 상대입니다. 가격 페이지를 세 번 열어 본 사람, 자료를 받아 간 사람, 무료 플랜을 쓰다 만 사람이 여기 들어갑니다. 같은 명단에 있어도 이쪽은 첫 문장이 달라집니다. 우리를 아는 상태에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 구매 의사결정 조직 — 이 구매에 함께 관여하는 사람들의 묶음입니다. 구성원 50명이 넘는 회사에서는 도구 하나를 도입할 때도 실무자, 그 팀의 장, 정보보안 담당자, 구매 담당자가 함께 움직입니다. 한 사람만 설득해 놓고 기다리면 나머지 자리에서 조용히 멈춥니다.
- 챔피언 — 고객사 안에서 우리를 밀어 주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그 회사 내부 회의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대신 말해 줄 사람이 있느냐가 거래의 속도를 가릅니다. 보통 이 도구로 자기 일이 가장 많이 편해지는 실무자가 그 자리에 섭니다.
- 의사결정권자 — 이 구매를 최종적으로 승인하는 사람입니다. 누구인지는 금액이 정합니다. 연 500만 원짜리는 팀장 선에서 끝나고, 연 5천만 원이 넘어가면 임원이나 대표가 등장합니다. 그래서 첫 연락 단계에서 예상 금액을 가늠해 두면 누구를 겨냥할지가 함께 정해집니다.
- 게이트키퍼 — 결정권자에게 닿기 전에 반드시 거치게 되는 사람입니다. 대표 번호를 받는 사람, 외부 메일을 정리하는 사람, 새 도구 도입 요청을 일괄로 받는 정보보안 담당자가 여기 해당합니다. 넘어야 할 벽으로만 보면 대개 막히고, 무엇을 걸러 내는 역할인지 알아서 그 기준에 맞춰 말하면 오히려 안쪽으로 안내받습니다.
방법은 그 대상에게 실제로 닿는 수단을 가르는 갈래입니다. 네 가지가 있고, 뒤로 갈수록 한 곳에 들이는 품이 커집니다.
- 콜드 메일 — 사전 접점 없이 보내는 첫 메일입니다. 한 번에 많이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고 그만큼 쉽게 무시당한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상대 회사 이름만 바꿔 넣은 메일은 답장률이 1퍼센트 아래로 떨어지고, 그 회사가 지금 겪고 있을 문제를 한 줄로 짚은 메일은 몇 배로 올라갑니다.
- 콜드 콜 — 사전 접점 없이 거는 첫 전화입니다. 메일보다 훨씬 자주 거절당하지만 그 자리에서 답이 돌아온다는 점이 다릅니다. 안 쓴다는 말을 열 번 들어도 왜 안 쓰는지를 열 번 듣는 셈이라, 명단과 메시지를 고치는 재료가 메일보다 빨리 쌓입니다.
- 세일즈 케이던스 — 며칠 간격으로 어떤 채널로 연락할지 미리 정해 둔 순서입니다. 1일차 메일, 3일차 전화, 5일차 링크드인 메시지, 8일차 메일, 12일차 마지막 메일처럼 짜 둡니다. 순서를 정해 두는 이유는 한 번 보내고 그만두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답장은 대개 첫 연락이 아니라 세 번째와 다섯 번째 사이에 옵니다.
- ABM — 공략할 회사 몇 곳을 미리 정해 놓고 그 회사에만 맞춘 내용으로 파고드는 방식입니다. 명단이 1천 곳이 아니라 30곳이고, 그 30곳 각각에 대해 어떤 부서가 무슨 문제를 겪는지를 따로 조사합니다. 계약 한 건이 수천만 원 단위라서 한 곳에 몇 주를 써도 남을 때 이 방식이 섭니다.
두 갈래는 한 줄로 이어집니다. 대상에서 명단과 만날 사람을 정하고, 방법에서 정해 둔 순서대로 연락을 넣고, 답장이 오면 거기서 이 구간이 끝납니다. 그 뒤로 이 상대가 실제로 살 수 있는 곳인지 따지는 일은 검증 갈래가 받습니다.
어느 방법을 고를지는 취향이 아니라 계약 단가가 정합니다. 연 300만 원짜리 제품을 한 곳에 3주씩 조사해 팔면 인건비가 계약 금액을 넘고, 연 1억짜리 제품을 대량 메일로만 밀면 그 금액을 승인할 사람에게는 애초에 닿지 않습니다. 그래서 같은 회사 안에서도 작은 고객에는 메일과 케이던스를, 큰 고객 몇 곳에는 ABM 을 따로 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가 조금 커지면 이 구간만 맡는 자리가 따로 생기는데, 아직 우리를 모르는 회사에 먼저 연락해 첫 미팅까지 만드는 담당자를 SDR 이라고 부릅니다. 계약은 맡지 않고 앞쪽만 판다는 점이 이 자리의 정의입니다. 하루에 거절을 마흔 번 받는 일과 한 건을 몇 주에 걸쳐 매듭짓는 일은 리듬이 달라서, 사람을 나눌 여유가 생기면 대개 이 자리가 가장 먼저 떨어져 나옵니다.
실무 용례
"이번 주 명단은 구성원 30명 넘는 국내 협업 툴 사용 회사 80곳으로 좁혔어요. 1인 사업자는 뺐습니다."
명단을 넓히는 대신 좁히는 쪽으로 정했다는 보고이고, 뺀 이유가 제품 성격에 있다는 말입니다.
"답장은 왔는데 그분은 결정권이 없어요. 위에 소개해 줄 수 있는지부터 물어보려고요."
지금 상대를 챔피언으로 세워 의사결정권자까지 가는 길을 열겠다는 뜻입니다.
"케이던스 5일차인데 아직 무응답이면 전화로 바꿔 볼까요?"
정해 둔 연락 순서에서 채널을 바꿀 시점이 됐다는 신호입니다.
페이지덱이 광고 문의에 기대는 것을 그만둔 뒤 수아가 처음 한 일은 연락이 아니라 명단 작업이었습니다. 국내 회사 가운데 구성원 30명이 넘고 최근 1년 안에 투자를 받았고 문서 도구를 두 개 이상 섞어 쓰는 곳 80군데를 뽑았습니다. 마지막 조건을 넣은 것은 도구를 섞어 쓰는 회사가 문서를 어디에 뒀는지 못 찾는 문제를 이미 겪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현우는 거기에 자기 쪽 목록을 얹었습니다. 블로그 글을 보고 자료를 받아 간 사람이 그 80곳 가운데 11곳에 있었고, 수아는 그 11곳을 웜 리드로 따로 묶어 첫 문장을 다르게 썼습니다. 케이던스는 2주짜리로 돌렸습니다. 2주가 지난 뒤 답장은 9건, 미팅은 4건이었고 그중 2건이 검증을 넘겨 파이프라인에 올랐습니다. 규원에게 보고한 숫자는 계약 2건이 아니라 이 네 단계였습니다. 명단 80, 답장 9, 미팅 4, 검증 통과 2. 다음 달에 어디를 손볼지는 이 네 숫자 가운데 어디가 가장 얇은지가 정합니다.
흔한 오해
많이 연락할수록 결과가 좋아진다고 보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답장률이 원래 낮으니 모수를 키우면 그만큼 건수가 늘 것 같아 자연스러운 계산입니다. 그런데 이 활동의 성과는 명단의 정확도와 연락 횟수의 곱이라서, 명단이 틀려 있으면 곱하는 수가 0에 가깝습니다. 맞지 않는 회사 1천 곳에 보낸 메일은 맞는 회사 100곳에 보낸 메일보다 계약을 적게 만듭니다. 이 방향으로 오래 밀면 비용도 따라붙습니다. 무시와 스팸 신고가 쌓이면 메일 서비스가 회사 도메인 자체를 낮게 평가하기 시작하고, 그때부터는 제대로 고른 상대에게 보낸 메일까지 스팸함으로 들어갑니다. 명단을 고치는 대신 발송량을 늘린 팀이 반년 뒤 발굴 자체를 못 하게 되는 경로가 이겁니다.
신입이 잠깐 거치고 지나가는 자리로 보는 시선도 흔합니다. 정해진 문구로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거는 일이 밖에서는 단순 반복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하는 판단은 그것과 다릅니다. 어떤 조건으로 명단을 자를지, 돌아온 거절이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뜻인지 우리가 필요 없다는 뜻인지, 답장한 사람이 챔피언이 될 만한 자리에 있는지를 매일 고릅니다. 이 판단을 아무나 맡기면 명단이 먼저 망가집니다. 그러면 뒤쪽 담당자들은 될 리 없는 미팅에 시간을 쓰고, 성사율이 떨어진 원인이 발굴 쪽에 있다는 사실은 두세 달 뒤에야 드러납니다. 파이프라인 앞쪽이 마르는 것은 대개 이 자리를 가볍게 본 결과입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 용어 | 무엇을 하는가 | 발굴과의 차이 |
|---|---|---|
| 리드 검증 | 접촉이 열린 상대가 실제로 살 수 있는 곳인지 예산·권한·문제·시점으로 따져 봅니다 | 방향이 반대입니다. 발굴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후보를 만들어 내는 일이고, 리드 검증은 만들어진 후보를 줄이는 일입니다. 순서도 발굴이 먼저라 답장이 온 시점에 한쪽이 끝나고 다른 쪽이 시작됩니다. 둘을 한 사람이 맡으면 자기가 힘들게 만든 후보를 스스로 걸러 내야 해서 기준이 느슨해지기 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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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