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Public Relations

개념

돈을 내고 지면을 사는 대신 기자와 대중이 스스로 옮길 만한 사실을 만들어 회사의 평판을 관리하는 활동입니다.

등장 배경

회사가 제 입으로 하는 말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 제품이 가장 빠릅니다" 라는 문장을 회사 홈페이지에서 읽을 때와 기자가 쓴 기사에서 읽을 때 무게가 다릅니다. 앞의 말은 파는 쪽이 자기에게 유리하게 골라 쓴 말이고, 뒤의 말은 제삼자가 한 번 걸러 쓴 말이라고 읽히기 때문입니다. 광고는 예산을 아무리 늘려도 이 벽을 넘지 못합니다. 돈을 내고 산 자리라는 사실을 읽는 사람이 이미 알고 있어서입니다.

페이지덱에서 이 벽은 시리즈 A 투자를 받은 직후에 드러났습니다. 그로스 마케터 현우가 광고비를 월 2천만 원까지 올려 주당 가입을 180건으로 끌어올렸는데, 구성원 100명이 넘는 회사와의 계약은 한 건도 진전되지 않았습니다. 세일즈 수아가 이유를 듣고 왔습니다. 도입을 검토하던 담당자가 "회사 이름을 검색했더니 광고밖에 안 나와서 윗선에 올릴 근거가 없다" 고 했다는 것입니다. 회사 소개서에 적힌 숫자를 그대로 옮겨 적을 수는 없으니, 결재를 올려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인용할 곳이 한 줄도 없었던 셈입니다.

이 문제를 다루려면 노출을 세 갈래로 나눠 봐야 합니다. 페이드 미디어는 돈을 내고 산 자리입니다. 언제 어디에 무엇을 띄울지 전부 정할 수 있는 대신 예산을 끄는 순간 사라집니다. 오운드 미디어는 회사가 직접 굴리는 홈페이지와 블로그와 소셜 계정입니다.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쓸 수 있지만 이미 찾아온 사람에게만 닿습니다. 언드 미디어는 남이 자발적으로 언급해서 생긴 노출입니다. 기사, 리뷰, 커뮤니티에 올라온 후기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돈으로 살 수 없고 문구를 고칠 수도 없는 대신 읽는 사람이 가장 믿는 칸입니다.

홍보는 이 세 번째 칸을 늘리는 일입니다. 방식은 지면을 사는 것이 아니라 기자가 쓸 만한 사실을 만들어 건네는 것입니다. 그래서 거래가 하나 붙습니다. 무엇이 어떻게 실릴지에 대한 통제권을 내주고 대신 믿음직하게 읽히는 자리를 얻습니다. 보낸 자료 열 건 가운데 여덟 건은 기사가 되지 않고, 기사가 되더라도 회사가 강조하고 싶던 대목 대신 기자가 흥미롭다고 본 대목이 제목에 올라갑니다. 광고 문구를 한 글자까지 정하던 사람에게는 이 점이 가장 낯설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홍보에서 준비한다는 말은 문장을 다듬는 쪽이 아니라 사실을 만들어 두는 쪽을 가리킵니다. 고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내놓는 사실과 그것을 누구에게 언제 건네는지까지이고, 그다음부터는 상대의 판단에 맡깁니다.

다루는 범위가 좋은 소식에만 걸쳐 있지도 않습니다. 결제가 두 시간 멈추거나 고객 문서가 잘못 공개되는 일이 벌어지면 그날 회사 이름이 가장 많이 검색됩니다. 그때 무엇을 언제 어떤 말로 내놓을지 정해 둔 곳이 없으면 침묵이 답이 되고, 침묵은 늘 가장 나쁜 추측으로 채워집니다.

분야 구성

홍보 아래 묶인 일은 세 갈래입니다. 기자에게 건네는 것(수단), 기자와 대중을 상대로 벌이는 일(활동), 그 일을 굴릴 때 서로 지키는 약속(운영)입니다. 나눠 보는 이유는 기사가 안 나올 때 손댈 곳을 가리기 위해서입니다. 보낸 자료가 읽히지도 않으면 수단을 보고, 자료는 괜찮은데 보낼 곳이 없으면 활동을 보고, 잘 준비한 발표가 엉뚱한 날 새어 나가면 운영을 봅니다.

수단은 상대의 손에 남는 물건입니다. 둘이 짝으로 움직입니다.

  1. 보도자료 — 알리려는 사실을 기사에 가까운 형태로 정리해 배포하는 문서입니다. 무엇이 언제 일어났고 그것이 왜 이야깃거리인지를 앞쪽 몇 줄에 몰아 씁니다. 기자가 하루에 받는 자료가 수십 건이라 첫 문단에서 판가름 나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협업의 미래를 만들어 갑니다" 로 시작한 자료는 거기서 닫히고, "회의록 자동 정리 기능을 3월 4일에 열었고 사전 신청 회사가 1,200곳" 으로 시작한 자료는 읽힙니다. 길이도 정해진 편입니다. A4 한 장을 넘기지 않고, 대표나 담당자의 말 한두 줄을 인용문으로 넣고, 맨 아래에 연락처와 이미지 내려받을 곳을 답니다.
  2. 미디어 킷 — 로고 파일, 제품 화면 이미지, 대표 사진, 회사 소개 한 문단, 투자 유치 이력을 한 폴더에 모아 둔 자료 묶음입니다. 기사를 쓰기로 한 기자가 마감 두 시간 전에 필요한 것을 여기서 꺼내 갑니다. 이것이 없으면 그 두 시간에 로고 파일을 메일로 주고받게 되고, 급하게 넘긴 낡은 이미지가 기사에 실려 몇 년 남습니다. 회사 홈페이지에 "프레스" 나 "미디어" 라는 이름의 페이지를 두고 그 자리에 걸어 두는 것이 보통입니다. 요청을 받고 보내는 것이 아니라 가져갈 수 있게 열어 두는 쪽이 목적에 맞습니다.

활동은 사람과 상황을 상대하는 일입니다. 평소에 하는 것과 사고가 났을 때 하는 것으로 갈립니다.

  1. 미디어 관계 — 기자와 매체를 상대로 평소에 관계를 쌓아 두는 일입니다. 발표할 것이 생겼을 때 처음 연락하는 것과, 반년 동안 업계 이야기를 주고받던 사람에게 연락하는 것은 회신율이 다릅니다. 방법은 명단을 만들어 두고 우리 분야를 실제로 다루는 기자가 누구인지 확인해 두는 것입니다. SaaS 업계를 맡은 기자 열다섯 명의 이름과 최근에 쓴 기사를 정리해 두면, 발표가 있을 때 아무에게나 돌리는 대신 그중 다섯에게 각자 관심 있을 각도로 보낼 수 있습니다. 같은 기능 출시라도 스타트업 소식을 주로 다루는 기자에게는 투자 이후의 성장 속도를, 일하는 방식을 다루는 기자에게는 회의 시간이 줄어든다는 쪽을 앞에 놓습니다. 관계가 하는 일은 부탁을 들어주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느 각도로 보내야 할지 알게 해 주는 것입니다.
  2. 위기 커뮤니케이션 — 사고가 났을 때 입장을 정리해 알리는 대응입니다. 준비란 사과문 초안을 써 두는 것이 아니라 누가 말할지, 어느 선까지 밝힐지, 첫 공지를 몇 시간 안에 낼지를 미리 정해 두는 것입니다. 장애가 터진 뒤에 "이걸 밖에 알려도 되나" 를 논의하기 시작하면 그 논의가 끝나기 전에 사용자가 먼저 소셜에 올립니다. 첫 공지에 들어갈 것은 정해져 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지금 어디까지 파악했는지, 사용자가 당장 무엇을 하면 되는지, 다음 소식을 언제 내놓을지. 원인을 다 밝힐 때까지 기다렸다가 완성된 설명을 한 번에 내놓겠다는 판단이 가장 흔한 실수입니다.

운영은 앞의 둘을 굴릴 때 지키는 규칙입니다. 엠바고가 대표적입니다. 자료를 미리 주되 정해진 시각까지는 보도하지 말자고 기자와 맺는 약속입니다. 왜 필요한가 하면, 기사를 제대로 쓰려면 취재할 시간이 필요한데 발표 당일 아침에 자료를 받은 기자는 받아쓰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흘 전에 넘기고 목요일 오전 10시를 풀리는 시각으로 정해 두면 그동안 인터뷰를 잡고 확인을 거칩니다. 대신 약속이 깨지면 손해가 양쪽에 남습니다. 한 매체가 두 시간 일찍 올리면 그 시각에 맞춰 준비하던 나머지 매체가 기사를 접고, 그 회사는 다음 발표 때 명단에서 빠집니다.

세 갈래는 따로 돌지 않습니다. 활동으로 만들어 둔 명단이 있어야 수단이 갈 곳이 생기고, 수단이 읽을 만해야 관계가 한 번 더 이어지고, 운영이 지켜져야 그 관계가 다음 발표까지 살아남습니다. 한 곳이 비면 나머지가 헛돕니다. 명단 없이 자료만 잘 쓴 팀은 보낼 곳이 없어 홈페이지에만 올려 두게 되고, 관계만 있고 낼 사실이 없는 팀은 반년에 한 번 안부를 묻다 잊힙니다.

실무 용례

"이번 건은 광고 말고 보도자료로 가시죠. 숫자가 기사거리가 돼요."

사전 신청 1,200곳 같은 구체적인 수치가 있으니 기자가 쓸 이유가 생겼다는 판단입니다. 돈을 쓰지 말자는 말이 아니라 이 소재는 돈을 쓰지 않고도 실릴 수 있다는 제안입니다.

"그 매체랑은 접점이 없어요. 미디어 킷부터 보내고 한 달 뒤에 다시 잡죠."

관계가 없는 상대에게 곧바로 부탁을 넣으면 거절당한다는 뜻입니다. 이번 발표는 포기하고 다음을 위해 관계부터 열자는 말입니다.

"목요일 오전 10시 엠바고입니다. 그 전에 블로그 먼저 올리면 안 됩니다."

기자와 맺은 시각 약속을 회사 내부도 지켜야 한다는 주의입니다. 자기 채널에 먼저 올리는 것도 약속을 깨는 쪽에 들어갑니다.

세 마디는 페이지덱이 회의록 자동 정리 기능을 내놓던 주에 차례로 나왔습니다. 현우가 SaaS 업계를 다루는 기자 열다섯 명의 명단을 만들어 두고 그중 다섯에게 사흘 전에 자료를 넘겼습니다. 대표 규원이 인터뷰 두 건에 들어가 왜 이 기능을 만들었는지 답했고, 태오가 기술 쪽 질문에 붙었습니다. 목요일 오전 10시에 기사 네 건이 동시에 올라왔습니다.

그 주에 한 번 아찔한 일이 있었습니다. 수요일 오후에 마케팅 쪽에서 소셜 계정에 예고 이미지를 올렸고, 한 기자가 그것을 보고 엠바고가 깨진 것으로 알고 기사를 올릴 뻔했습니다. 현우가 30분 안에 연락해 정리했지만, 그 뒤로 페이지덱은 발표 주간에 나가는 모든 게시물을 한 사람이 모아 확인하는 절차를 넣었습니다. 홍보에서 사고는 대개 밖에서 오지 않고 내부에서 순서가 어긋나며 생깁니다.

흔한 오해

홍보의 성과를 기사 건수로 재는 오해가 가장 흔합니다. 셀 수 있는 숫자가 그것뿐이라 보고서에 적기 쉽습니다. 하지만 같은 한 건이라도 우리 고객이 읽지 않는 매체에 실린 기사와, 도입을 검토하던 담당자가 결재 문서에 링크로 붙인 기사는 값이 다릅니다. 건수를 목표로 걸면 팀은 실리기 쉬운 곳으로 움직입니다. 반년 뒤에 기사 40건을 보고하면서 정작 계약 회의에서 인용할 기사는 한 건도 없는 상태가 여기서 나옵니다. 세는 편이 낫습니다만, 세는 대상을 매체와 맥락까지 붙여 봐야 합니다. 페이지덱은 기사 건수 대신 세 가지를 같이 적습니다. 어느 매체에 실렸는지, 우리가 말하려던 문장이 기사 안에 남았는지, 그 기사가 영업 자료나 결재 문서에 인용됐는지입니다.

홍보를 사고가 났을 때만 부르는 기능으로 이해하는 오해도 자주 봅니다. 눈에 띄는 순간이 사과문이 나갈 때라 그렇게 보입니다. 실제로는 평소에 쌓아 둔 관계가 그날의 대응 속도를 정합니다. 기자 명단도 없고 연락해 본 적도 없는 회사가 장애 당일에 처음 연락하면, 회사가 하고 싶은 설명은 기사에 들어가지 않고 사용자 불만 게시물만 인용됩니다. 그대로 두면 위기 대응이 매번 처음부터 시작되고, 한 번 굳은 인상은 다음 발표 때까지 따라옵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용어무엇을 겨냥하는가홍보와의 차이
디지털 PR온라인 매체의 언급과 그 언급에 딸려 오는 링크성과를 검색 순위와 유입으로 읽습니다. 홍보는 오프라인 지면과 방송까지 포함하고 성과를 인식과 신뢰로 읽으므로, 링크가 걸리지 않는 기사도 성과로 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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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