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방식

Sales Motion

개념

어떤 고객을 누가 어떤 경로로 만나 팔지를 회사 차원에서 정해 둔 영업의 형태를 뜻합니다.

등장 배경

한동안 영업은 덩어리 하나였습니다. 사람을 뽑아 전화를 돌리게 하고 미팅을 잡아 오게 하면 그게 영업이었고,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만 있었습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를 구독으로 파는 회사가 늘면서 같은 회사 안에서 계약 금액이 수백 배씩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한쪽에는 카드로 월 9천 원을 결제하는 1인 사용자가 있고, 다른 쪽에는 연 2억 원짜리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대기업이 있습니다. 두 고객에게 같은 방식으로 다가가면 어느 한쪽은 반드시 어긋납니다.

어긋나는 모양은 두 가지입니다. 월 9천 원짜리 고객에게 담당자가 붙어 미팅을 두 번 하면 그 두 번의 인건비가 고객이 평생 낼 돈을 넘습니다.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데 매출은 늘어나니 한참 뒤에야 알아차립니다. 반대쪽 어긋남은 연 2억짜리 고객에게 가입 화면 하나만 내미는 경우입니다. 그 회사는 결제하기 전에 보안 심사를 받아야 하고, 법무 검토자가 계약서를 뜯어봐야 하고, 실제로 쓸 부서 셋의 동의를 모아야 합니다. 가입 버튼은 그중 무엇도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페이지덱도 이 자리에서 한 번 헤맸습니다. 분기 회의에서 규원이 성사율이 왜 절반으로 떨어졌느냐고 묻자 수아가 자기 달력을 열어 보였습니다. 구성원 세 명짜리 회사와 300명짜리 회사가 같은 30분 미팅 칸에 나란히 들어가 있었습니다. 앞쪽은 미팅 없이도 결제할 사람이었고 뒤쪽은 30분으로는 아무것도 정할 수 없는 상대였습니다. 수아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누구를 어떻게 만날지가 정해져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회사들은 고객을 규모나 업종으로 나눈 뒤 갈래마다 다른 경로를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경로 하나하나에 붙은 이름이 영업 방식입니다. 무엇을 고를지는 취향이 아니라 평균 계약 규모가 정합니다. 평균 계약 규모는 거래 한 건에서 들어오는 평균 금액으로, 이 값이 한 건에 사람을 몇 시간까지 붙일 수 있는지를 곧바로 정해 줍니다. 계산은 단순합니다. 연 600만 원짜리 계약에 담당자가 스무 시간을 쓰면 시간당 30만 원짜리 시간을 판 셈인데, 그 계약에서 회사가 한 해에 남기는 돈은 대개 그보다 적습니다.

분야 구성

이 이름 아래 묶인 용어는 두 갈래입니다. 고객을 어디서 어떻게 만나는지가 한쪽(형태)이고, 만나서 무엇을 어떤 순서로 말하는지가 다른 쪽(접근)입니다. 두 갈래는 서로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형태에서 하나를 고르고 접근에서 하나를 골라 겹쳐 씁니다.

형태는 만나는 경로와 거래 크기로 나뉩니다.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1. 인사이드 세일즈 — 고객사를 찾아가지 않고 전화와 화상 회의로만 진행합니다. 담당자 한 명이 하루에 대여섯 건까지 미팅을 잡을 수 있어 중간 규모 계약을 여럿 다루기에 맞습니다. 연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사이 계약이 주로 이 방식으로 돌아갑니다.
  2. 필드 세일즈 — 담당자가 고객사로 직접 찾아갑니다. 이동에 반나절이 들기 때문에 하루 두 건이 한계이고, 그 비용을 감당하려면 계약 금액이 그만큼 커야 합니다. 공장이나 지점처럼 현장을 봐야 이야기가 되는 업종, 결정권자가 화상 회의에 잘 나오지 않는 업종에서 여전히 씁니다.
  3. 엔터프라이즈 영업 — 대기업을 상대로 길게 진행합니다. 첫 접촉부터 서명까지 여섯 달에서 열여덟 달이 걸리고, 그동안 상대하는 사람이 계속 바뀝니다. 실무 부서, 정보보안, 법무, 구매 부서가 차례로 들어오고 각자 다른 것을 묻습니다. 한 건에 전담 인력 여럿이 붙는 대신 한 건의 금액이 다른 방식의 수십 배입니다.
  4. 트랜잭셔널 영업 — 금액이 작고 결정이 빠른 거래를 다룹니다. 통화 한 번이나 메일 몇 통으로 끝나고, 상대도 길게 고민하지 않습니다. 고객이 아예 혼자 가입해 결제까지 끝내는 자가 가입 창구가 이 방식의 끝단이고, 결제 직전에 막힌 사람에게만 사람이 붙는 식으로 섞어 쓰기도 합니다.
  5. 채널 영업 — 우리가 직접 팔지 않고 파트너사를 통해 팝니다. 파는 사람 수를 늘리는 방법이라, 우리 사람을 보내기 어려운 지역이나 이미 고객 관계를 쥔 업체가 있는 시장에서 씁니다. 대가로 판매 금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넘기기 때문에 같은 계약이라도 들어오는 돈이 줄고, 고객과 우리 사이에 한 사람이 끼어 요구사항이 늦게 전달된다는 점도 함께 받습니다. 파트너가 우리 제품만 파는 것도 아니라서, 파트너의 영업 담당자가 우리를 먼저 꺼내게 만드는 일 자체가 별도의 과제가 됩니다.

접근은 대화의 짜임을 정하는 갈래입니다. 세 가지가 있습니다.

  1. 컨설팅형 영업 — 제품 이야기를 뒤로 미루고 상대의 상황부터 묻습니다. 첫 미팅을 질문으로만 채우는 경우도 흔합니다. 지금 이 일을 어떤 순서로 하는지, 어디서 시간이 새는지, 그 손실이 한 달에 얼마인지를 함께 세어 본 다음 제품을 꺼냅니다.
  2. 솔루션 셀링 — 기능 목록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팝니다. 실시간 공동 편집과 권한 관리와 버전 기록을 각각 소개하는 대신, 같은 문서를 세 명이 고쳐 서로 다른 파일이 세 개 생기는 상황을 먼저 꺼내고 그 문제가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보여 줍니다. 앞의 접근과 겹쳐 보이지만 무게가 다릅니다. 컨설팅형은 묻는 데 무게가 있고, 솔루션 셀링은 답을 엮어 내미는 데 무게가 있습니다.
  3. 랜드 앤 익스팬드 — 처음부터 전사 계약을 노리지 않고 한 팀 열 석으로 작게 들어간 뒤 옆 팀으로 넓혀 갑니다. 첫 계약의 문턱을 낮춰 결정권자 여럿을 설득할 필요를 없애는 장치이고, 넓히는 일은 계약 뒤에 고객사를 맡는 담당자가 이어받습니다. 대신 첫 계약이 작으니 그 한 팀이 실제로 제품을 쓰지 않으면 넓힐 자리가 생기지 않습니다.

두 갈래를 겹치면 실제 회사의 모습이 나옵니다. 중견기업을 인사이드 세일즈로 만나면서 대화는 컨설팅형으로 끌고 가는 회사가 있고, 대기업을 찾아가면서 작게 시작해 넓히는 회사가 있습니다. 무엇을 겹칠지 고르는 기준은 앞서 말한 평균 계약 규모입니다. 한 건에서 들어오는 돈이 연 100만 원 아래면 사람이 붙는 순간 적자라 자가 가입과 트랜잭셔널 쪽으로 가고, 수천만 원 구간이면 인사이드가 맞고, 억 단위로 올라가면 찾아가는 방식과 긴 호흡이 필요해집니다. 구간마다 다른 것은 경로만이 아닙니다. 뽑는 사람, 쓰는 자료, 한 사람이 들고 가는 고객 수, 성과를 세는 주기가 전부 함께 바뀝니다. 자가 가입 구간은 담당자 수가 아니라 가입 화면이 성과를 가르고, 억 단위 구간은 한 사람이 동시에 스무 곳을 쥘 수 없습니다.

회사 전체가 어느 쪽에 힘을 싣느냐는 이보다 한 단계 위의 선택입니다. 영업 조직이 앞장서 매출을 만드는 쪽을 영업 주도 성장이라 부르고, 제품을 써 본 경험 자체가 확산과 구매를 이끄는 쪽을 제품 주도 성장이라 부릅니다. 앞쪽을 택한 회사는 담당자 수를 늘려 매출을 늘리고, 뒤쪽을 택한 회사는 가입 흐름과 무료 구간을 고쳐 매출을 늘립니다. 한쪽을 골랐다고 다른 쪽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제품으로 들어온 팀이 커지면 결국 계약서를 쓰는 자리가 생기고, 그 자리는 영업이 받습니다.

실무 용례

"이 고객은 인사이드로 가기엔 규모가 커요. 다음 주에 찾아가는 일정으로 잡겠습니다."

같은 제품이라도 상대 규모에 따라 다른 경로를 태워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우리 영업 방식이 아직 안 정해졌습니다. 지금은 같은 제품을 세 가지로 팔고 있어요."

담당자마다 다른 경로로 굴리고 있어 무엇이 통했는지 비교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채널로 돌리면 들어오는 돈이 20퍼센트 줄어듭니다. 대신 지방 고객사마다 우리 사람을 보내지 않아도 됩니다."

수수료와 인건비를 맞바꾸는 선택이라는 말입니다.

페이지덱은 시리즈 A 를 받은 직후 이 선을 처음 그었습니다. 규원과 수아가 지난 1년 계약을 금액순으로 늘어놓고 보니 서른 석 아래 계약이 전체 건수의 70퍼센트인데 금액으로는 15퍼센트였습니다. 그 70퍼센트에 수아가 쓴 시간은 절반이 넘었습니다. 두 사람은 서른 석을 기준으로 선을 긋기로 했습니다. 아래는 가입 화면과 결제 페이지로만 받고 문의가 오면 도움말 문서로 답하고, 위로는 수아가 직접 붙습니다.

선을 그은 뒤에 달라진 것은 수아의 달력만이 아니었습니다. 지현이 붙잡고 있던 과제의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서른 석 아래 고객이 사람 없이 넘어가려면 가입 직후 화면에서 팀을 초대하는 흐름이 막힘없이 돌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영업 방식을 정한다는 것은 영업팀 안의 일로 끝나지 않고 제품이 무엇을 먼저 만들지까지 흔듭니다. 그 분기에 지현이 잡은 첫 과제는 새 기능이 아니라 초대 메일 문구를 고치는 일이었습니다.

흔한 오해

가장 흔한 오해는 이것을 담당자의 성격이나 스타일로 읽는 것입니다. 누구는 발로 뛰고 누구는 전화로 푼다는 식의 이야기와 섞이기 쉽습니다. 실제로는 회사가 정하는 구조입니다. 고객 한 명에게 몇 시간까지 쓸 수 있는지, 그 시간을 누가 쓰는지, 어디까지 사람 없이 굴러가야 하는지를 숫자로 정한 결과이고, 그 숫자는 계약 단가와 고객 수가 내놓습니다. 개인의 선택으로 두면 같은 회사 안에서 담당자마다 다른 경로가 돌아가고, 무엇이 통했는지 비교할 근거가 사라집니다. 성사율이 떨어져도 방식 탓인지 사람 탓인지 가릴 수 없고, 다음에 누구를 뽑아야 하는지도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하나를 고르면 끝이라고 보는 것도 자주 나오는 오해입니다. 이름이 하나씩 붙어 있으니 택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자리 잡은 회사는 대개 두세 가지를 동시에 굴립니다. 작은 고객은 자가 가입으로 받고, 중간은 화상 회의로 만나고, 큰 곳만 찾아가는 식입니다. 나뉘는 선과 넘기는 절차를 정해 두는 일이 그래서 함께 따라옵니다. 이것을 안 하면 두 방향으로 샙니다. 큰 고객이 자가 가입 창구로 들어와 아무도 모르게 무료 플랜에 머물러 있거나, 작은 고객에게 담당자가 붙어 한 건에 쓴 인건비가 그 고객이 낼 금액을 넘습니다. 둘 다 매출표에서는 보이지 않고, 담당자별 시간 기록이나 계약 규모별 수익을 따로 세어 봐야 드러납니다. 그래서 선을 그은 회사는 선 자체보다 넘기는 절차를 더 공들여 정합니다. 자가 가입으로 들어온 계정이 어느 조건에서 담당자에게 넘어가는지, 넘길 때 무엇을 함께 넘기는지를 미리 적어 두지 않으면 선은 첫 달에만 지켜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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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