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인사 책임자
Chief Human Resources Officer
역할
채용과 보상, 평가, 조직 구조를 한 사람 아래 묶어 회사가 사람을 어떤 규칙으로 쓰는지 정하는 경영진 자리입니다.
등장 배경
구성원이 열 명일 때는 인사가 따로 없습니다. 대표가 모두의 이름과 실력과 연봉을 알고, 누구를 더 뽑을지도 머릿속에서 정리됩니다. 사람 수가 늘어도 한동안은 버팁니다. 일이 밀리면 인사 담당자를 한 명 두고 근로계약과 급여, 휴가를 맡기면 됩니다.
금이 가는 지점은 회사가 쉰 명을 넘길 즈음입니다. 같은 직군에서 비슷하게 일하는 두 사람의 연봉이 1천만 원 차이 난다는 사실이 어느 날 드러납니다. 한 명은 이직 제안을 들고 와서 올려 받았고, 다른 한 명은 들고 오지 않았을 뿐입니다. 이런 건별 결정이 2년 쌓이면 회사에는 설명할 수 없는 연봉표가 남습니다. 인건비는 보통 이런 회사 비용의 절반을 훌쩍 넘는데, 그 절반이 어떤 기준으로 정해졌는지 아무도 답하지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최고 인사 책임자는 이 결정들을 건별에서 규칙으로 옮기려고 두는 자리입니다. 한 사람의 연봉을 정하는 대신 레벨마다 급여 범위를 정하고, 한 자리를 급하게 채우는 대신 내년에 어느 조직에 몇 명이 필요한지를 먼저 셉니다. 다른 임원이 제품과 매출을 들고 경영 회의에 들어온다면 이 사람은 사람과 인건비를 들고 들어옵니다.
하루 업무
하루는 개별 사안을 처리하는 시간보다 규칙을 정하는 시간이 깁니다. 한 해를 돌며 반복되는 일을 늘어놓으면 다섯 가지입니다.
- 인력 계획. 내년에 어느 조직에 몇 명이 더 필요한지를 정하고 인건비 총액을 냅니다. 개발 다섯 명을 더 뽑겠다는 요청이 올라오면 그 다섯이 없을 때 무엇이 늦어지는지를 따져 셋으로 깎거나 승인합니다.
- 보상 체계. 보상은 매달 나가는 기본급과 성과에 따라 얹는 성과급, 회사 지분으로 주는 주식 보상으로 이뤄집니다. 레벨마다 급여 범위를 정해 두고 그 안에서만 제안하게 만듭니다. 범위가 있으면 협상을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가 1천만 원까지 벌어지지 않습니다.
- 조직 개편. 조직 구조를 다시 짭니다. 직군끼리 묶을지 제품별로 묶을지, 관리자 한 명이 몇 명까지 맡을지를 정합니다. 관리자 한 명이 12명을 맡으면 격주 30분 개별 대화만으로 한 달에 열두 시간이 나갑니다.
- 평가 주기 운영. 성과 관리의 한 바퀴를 돌립니다. 직접 손대는 것은 캘리브레이션 회의입니다. 평가자마다 후한 정도가 달라, 같은 수준으로 일한 두 사람이 팀장에 따라 다른 등급을 받는 일을 조정합니다.
- 경영진과 이사회 보고. 이직률, 채용 진척, 인건비 집행 상황을 숫자로 냅니다. 이 숫자가 다음 분기 채용 승인의 근거가 됩니다.
다섯 가지는 한 줄로 이어져 있습니다. 급여 범위가 없으면 채용 협상이 매번 다른 결과를 내고, 평가 등급이 흔들리면 성과급도 함께 흔들립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
직속으로는 인사 조직의 네 자리가 있고, 밖으로는 대표와 재무, 각 조직의 장이 상대입니다.
리크루터는 채용만 전담해 후보자를 찾고 면접을 돌립니다. 인사 담당자는 근로계약과 급여, 휴가처럼 매달 돌아가는 일을 맡습니다. 피플 옵스는 같은 영역을 제도 쪽에서 보아 입사 첫 주 절차나 평가 주기를 설계합니다. HRBP는 특정 조직에 붙어 그 본부의 채용과 이탈 문제를 본부장과 함께 풉니다. 최고 인사 책임자는 네 자리 중 무엇을 먼저 둘지 정합니다. 한 해 스무 명 넘게 뽑기 시작하면 리크루터가 먼저 떨어져 나오고, 특정 본부에서 사람이 계속 나가면 HRBP를 붙입니다.
밖에서 가장 자주 마주 앉는 상대는 재무입니다. 최고 재무 책임자는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전 과정을 보는데, 인건비가 그중 가장 큰 항목이라 인력 계획은 사실상 예산 협상입니다. 인사가 열 명을 부르면 재무는 여섯 명을 부르고, 그 차이는 어느 자리가 없을 때 무엇이 늦어지는지로 메웁니다.
각 조직의 장과는 이해가 어긋납니다. 조직장은 자기 팀에 필요한 사람을 지금 뽑고 싶어 하고, 이 자리는 회사 전체에서 그 자리가 지금 순서인지를 봅니다. 한 본부의 요청을 들어주면 다른 본부도 같은 요청을 들고 오므로 답은 기준으로 나갑니다.
실무 용례
"내년 인력 계획은 CHRO가 들고 갑니다."
조직별 채용 요청을 모아 총액을 맞추는 일을 인사 쪽에서 주관한다는 뜻입니다.
"그건 밴드 밖이라 예외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정해 둔 급여 범위를 벗어난 제안이니 규칙대로 결재를 밟으라는 말입니다.
"이번 분기 이직률이 한 팀에 몰려 있어요. 전사 문제가 아니라 그 팀 문제입니다."
숫자를 회사 전체가 아니라 조직 단위로 쪼개 봐야 원인이 보인다는 지적입니다.
페이지덱에서는 규원이 대표를 맡으면서 인사까지 직접 보고 있습니다. 구성원이 45명이 되자 연봉 조정 요청이 개별로 올라오고, 본부마다 채용 요청이 따로 오고, 같은 레벨의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조건으로 들어와 있다는 것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규원이 먼저 한 일은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레벨과 급여 범위를 적는 것이었습니다. 직무마다 세 단계를 두고 범위를 정하자 범위 아래에 놓인 세 명이 눈에 띄어 그 셋을 먼저 조정했고, 그다음에야 내년 채용 계획을 짰습니다. 최고 인사 책임자라는 자리가 처음 하는 일이 대개 이 순서입니다.
흔한 오해
채용 총괄의 다른 이름으로 읽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인사에서 가장 자주 눈에 띄는 일이 채용이니 그렇게 보입니다. 하지만 채용은 이 자리가 맡는 아홉 갈래 중 하나입니다. 채용만 아는 사람을 앉히면 뽑는 속도는 빨라지는데 들어온 사람이 1년 안에 나가는 비율은 그대로입니다. 그 비율을 움직이는 것은 급여 범위와 평가 기준과 조직 구조 쪽이라서, 채용의 앞뒤를 함께 보지 않으면 같은 자리를 매년 다시 채우게 됩니다.
인사 조직이 구성원 편이라고 여기는 것도 자주 나옵니다. 상담을 받아 주고 제도를 안내하는 자리라 그렇게 느껴집니다. 실제로는 회사와 구성원 사이에 규칙을 세우는 자리라, 정리해고나 성과가 낮은 사람에 대한 판단처럼 한쪽에 불리한 결정도 이 사람이 설계합니다. 편이라고 믿고 조직 내 갈등을 털어놓았다가 그 내용이 절차를 타고 조직장에게 전달되는 일이 여기서 생깁니다. 이 자리가 지키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기준입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 용어 | 무엇을 맡는가 | 최고 인사 책임자와의 차이 |
|---|---|---|
| 인사 담당자 | 채용 공고, 근로계약, 급여, 휴가 | 정해진 규칙 안에서 건별로 처리합니다. 최고 인사 책임자는 그 규칙 자체와 인건비 총액을 정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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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