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마케팅 책임자

Chief Marketing Officer

역할

마케팅 조직 전체의 방향과 예산과 사람을 맡고, 그 결과를 경영진 자리에서 대표해 설명하는 역할입니다.

등장 배경

마케팅을 알리는 일로만 보던 시절에는 이 자리가 없어도 됐습니다. 광고를 맡은 사람, 글을 쓰는 사람, 행사를 여는 사람이 각자 있고 대표가 필요할 때 한 명씩 불러 물으면 됐습니다.

갈래가 늘어나면서 그 방식이 막혔습니다. 페이지덱의 월요일 회의가 그 모양입니다. 현우가 광고 성과를, 콘텐츠 담당이 지난달 글에서 들어온 유입을, 메일을 맡은 사람이 열어 본 비율을 보고합니다. 셋 다 숫자가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규원이 "그래서 다음 분기에는 어디에 돈을 더 넣어야 하죠" 하고 물으면 답할 사람이 없습니다. 각자 자기 칸의 숫자만 알고, 그 칸들을 견줘 본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답할 사람이 없으면 예산은 작년 배분을 그대로 이어받습니다. 잘된 채널에 더 넣고 안 된 채널을 접는 결정이 한 해 동안 한 번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같은 주에 광고와 기사와 메일이 같이 나갔다면 늘어난 가입 300건을 세 담당자가 각각 자기 성과로 보고하는 일도 생깁니다. 최고 마케팅 책임자는 갈래 사이의 배분과 결과의 귀속을 한 사람이 책임지게 만들려고 둔 자리입니다. 그래서 마케팅 축에 속하면서 동시에 경영·전략의 의사결정 구조에 걸쳐 있습니다.

하루 업무

하루는 대부분 숫자를 보고 배분을 바꾸는 결정으로 채워집니다. 직접 광고를 집행하거나 글을 쓰는 시간은 거의 없습니다.

  1. 아침에 지표를 확인합니다. 채널별로 들어온 가입 건수, 가입 한 건에 든 비용, 세일즈에 넘긴 유효 문의 수를 봅니다. 분기 예산 2억 원 중 1억 2천만 원이 유료 광고에 걸려 있다면, 가입당 비용이 3만 원에서 4만 5천 원으로 오른 주에는 그날 안에 결정이 필요합니다.
  2. 예산을 옮깁니다. 이 자리의 결정은 채널 하나의 문구가 아니라 갈래 사이의 비중을 바꾸는 쪽입니다. 유료 광고에서 5천만 원을 빼 콘텐츠 마케터 자리에 붙이는 결정이 그렇습니다. 광고는 끄는 날 유입도 멈추고 콘텐츠는 반년 뒤에야 효과가 나오니, 이 결정에는 분기가 아니라 1년 단위의 판단이 들어갑니다.
  3. 사람을 정합니다. 어느 갈래에 한 명을 더 둘지, 빈자리를 채용으로 메울지 대행사로 메울지를 정합니다. 갈래마다 기술이 전혀 달라서 퍼포먼스 마케터를 뽑을 자리에 브랜드 마케터를 앉히면 둘 다 불행해집니다.
  4. 다른 조직과 바깥을 맞춥니다. 세일즈와는 이번 분기에 넘길 문의 건수를, 제품팀과는 새 기능의 출시 시점을 맞춥니다. 대행사 계약과 행사 참가, 언론 대응도 이 자리에서 정합니다.

분기에 한 번은 이사회에 마케팅 숫자를 직접 설명하는 자리가 붙습니다. 여기서는 채널별 성과가 아니라 "돈을 이만큼 써서 매출로 얼마가 돌아왔는가" 한 줄로 답해야 합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

안으로는 마케팅 갈래를 하나씩 맡은 사람들, 밖으로는 대표와 세일즈와 제품팀입니다.

안쪽에서는 마케팅 매니저가 계획과 실행을 총괄하고, 그 아래로 유료 광고, 글과 영상, 브랜드 인식, 실험, 기존 고객 메시지를 맡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실험으로 획득과 전환을 개선하는 그로스 마케터와 이미 확보한 고객에게 보낼 메시지를 다루는 CRM 마케터는 같은 사용자의 다른 시점을 봅니다. 도구와 데이터 흐름을 운영하는 마케팅 오퍼레이션은 이들이 각자 보는 숫자를 같은 정의 위에 올려놓는 자리입니다. 배분을 바꾸려면 먼저 이쪽이 제대로 돌아가야 합니다.

바깥은 셋입니다. 대표인 규원과는 분기 목표와 예산 규모를 정하고, 세일즈인 수아와는 넘긴 문의 중 몇 건이 계약으로 이어졌는지를 두고 매달 마주 앉습니다. 마케팅은 문의 500건을 넘겼다고 하고 세일즈는 말이 통한 건 80건뿐이었다고 하는 식인데, 끝은 "넘길 만한 문의" 의 기준을 둘이 다시 적는 것이어야 합니다. 제품 쪽에서는 지현과 출시 일정을 맞춥니다. 기능이 2주 밀리면 그 기능을 앞세운 캠페인도 같이 밀어야 하는데, 이미 잡아 둔 광고 지면은 무르지 못합니다.

실무 용례

"그건 최고 마케팅 책임자 자리에서 정할 일이에요. 채널 하나 예산이 아니라 배분 전체가 바뀌니까요."

한 갈래 안에서 끝나지 않고 다른 갈래의 몫을 줄여야 하는 결정이라는 뜻입니다.

"이번에 최고 마케팅 책임자를 뽑는데, 브랜드보다 파이프라인 쪽 경험을 먼저 봅니다."

지금 회사에 필요한 것이 인식을 쌓는 일이 아니라 세일즈에 넘길 문의를 늘리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마케팅 숫자는 최고 마케팅 책임자가 이사회에서 직접 설명합니다."

성과 보고가 대표를 거치지 않고 이 자리에서 바로 올라간다는 뜻입니다.

페이지덱에는 아직 이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마케팅에 속한 다섯 명을 규원이 직접 보고 있습니다. 문제가 드러난 건 유료 광고를 늘린 분기였습니다. 가입은 분명히 늘었는데 세 달 뒤 남아 있는 비율이 낮았고, 수아 쪽에서는 넘어온 문의의 질이 떨어졌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필요한 판단은 광고를 잘 돌리는 기술이 아니라, 지금 늘려야 할 것이 가입 건수인지 계약 건수인지를 정하고 광고와 콘텐츠와 행사의 비중을 다시 짜는 일이었습니다. 규원이 대표 일을 하면서 매주 이 판단까지 내리기는 어려웠고, 다음 분기 채용 계획에 이 자리가 들어갔습니다.

흔한 오해

마케팅을 가장 잘하는 사람이 올라가는 자리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직함이 조직의 꼭대기를 가리키니 제일 잘하는 사람이 앉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쓰는 기술은 실행 기술이 아니라 배분과 조직 운영입니다. 광고를 가장 잘 돌리는 사람을 앉히면 회사가 얻는 것은 잘 돌아가는 광고 계정 하나뿐이고, 광고와 콘텐츠 사이에서 돈을 옮기는 결정은 아무도 내리지 않은 채로 남습니다.

브랜드만 보는 자리라는 오해도 흔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활동이 광고와 행사와 홍보라서 회사의 얼굴을 다듬는 일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이 자리가 분기마다 받아 드는 숫자에 세일즈로 넘길 문의 건수와 그 문의가 만든 매출이 들어 있습니다. 여기를 오해하면 채용에서 인식을 잘 만드는 사람만 보게 되고, 반년 뒤 브랜드 조사 점수는 올랐는데 계약은 그대로인 채로 자리를 다시 비우게 됩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용어맡는 결정의 범위최고 마케팅 책임자와의 차이
마케팅 매니저정해진 예산과 방향 안에서의 계획과 실행무엇을 어떻게 할지를 맡고, 예산 규모와 조직 구성 자체는 위에서 받습니다. 결과도 마케팅 안에서 설명하고 이사회에 직접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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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