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M 마케터
CRM Marketer
역할
이미 이름과 연락처를 확보한 고객에게 무엇을 언제 보낼지 설계하고 그 성과로 다음 발송을 고치는 역할입니다.
등장 배경
새 고객을 데려오는 데만 사람을 붙이던 시절에는 이미 들어온 고객에게 말을 거는 일이 비어 있었습니다. 광고를 맡은 사람은 오늘 들어온 가입 수를 보고, 콘텐츠를 맡은 사람은 이번 달 방문자를 봅니다. 가입하고 이틀 만에 발길을 끊은 사람 3,000명은 누구의 숫자도 아니었습니다.
협업 문서 제품에서 이 빈자리는 이렇게 드러났습니다. 한 달에 1,000명이 새로 가입하는데 그중 한 번이라도 다시 돌아오는 사람이 300명입니다. 나머지 700명의 주소는 데이터베이스에 그대로 남아 있지만 아무도 그들에게 무엇을 보낼지 정하지 않았습니다. 보내는 메일이라고는 신규 기능이 나올 때 전체 가입자에게 한 번에 쏘는 공지뿐이었고, 그 메일이 나갈 때마다 수신거부가 몰렸습니다. 획득에 쓰는 돈은 매달 늘어나는데 정작 확보한 명단은 소진되고 있었습니다.
이미 확보한 고객에게 메시지를 보내 관계를 관리하는 활동을 CRM 마케팅이라고 하고, 그 일을 맡는 자리가 CRM 마케터입니다. 이 역할이 다루는 대상은 제품을 아직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한 번은 들어와 본 사람입니다. 그래서 잘하면 새로 데려오는 것보다 훨씬 싸게 사용자를 되살릴 수 있고, 잘못하면 이미 가진 고객까지 잃습니다.
하루 업무
하루는 어제 나간 메시지의 성적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보낸 메일 중 열린 비율인 오픈율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열고 나서 실제로 제품에 들어왔는지와 수신거부가 몇 건 늘었는지까지 한 줄로 놓고 봅니다. 오픈율이 40퍼센트인데 들어온 사람이 20명이면 제목만 좋고 내용이 헛돈 것입니다.
그다음 일은 대체로 이렇게 나뉩니다.
- 대상 정하기 — 누구에게 보낼지를 조건으로 씁니다. "가입 후 7일이 지났고 문서를 하나도 만들지 않은 사람" 처럼 기준이 분명해야 발송 목록이 만들어집니다. 한동안 활동이 없는 휴면 고객도 이 단계에서 따로 묶입니다.
- 메시지 쓰기 — 대상마다 할 말이 다릅니다. 문서를 하나도 안 만든 사람에게는 첫 문서를 만드는 길을, 혼자 쓰는 사람에게는 동료를 초대하는 길을 보여 줍니다.
- 흐름 짜기 — 한 번 보내고 끝내지 않고 정해진 간격으로 이어 보내는 드립 캠페인으로 묶습니다. 가입 1일 차, 3일 차, 7일 차에 각각 다른 메일이 나가되 중간에 문서를 만들면 그 뒤 메일은 멈추게 하는 식입니다.
- 자동으로 돌리기 — 이 흐름을 조건에 따라 자동 실행하는 도구인 마케팅 자동화에 올립니다. 올린 뒤에는 조건이 의도대로 걸리는지 실제 계정으로 확인합니다. 조건 하나를 잘못 걸면 같은 사람에게 같은 메일이 세 번 나갑니다.
- 실험하기 — 제목이나 보내는 시각을 두 가지로 나눠 보내 결과를 비교하는 A/B 테스트를 걸어 둡니다.
분기 단위로는 떠난 고객을 다시 데려오는 캠페인이나 요금제를 올리도록 권하는 캠페인을 따로 설계합니다. 이 역할의 성과는 보낸 건수가 아니라 쓰던 사용자가 계속 돌아오는 정도인 리텐션으로 확인합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는 자리입니다. 보낼 대상을 만드는 데이터도, 보낼 통로도, 보내도 되는지에 대한 판단도 다른 사람 손에 있습니다.
- 마케팅 오퍼레이션 — 도구와 데이터 흐름을 운영하는 마케팅 오퍼레이션 담당자와 가장 자주 붙습니다. "문서를 만들지 않은 사람" 이라는 조건이 실제 기록으로 뽑히는지가 여기서 정해집니다. 기록이 남지 않는 행동은 조건으로 쓸 수 없습니다.
- 퍼포먼스 마케터 — 유료 광고를 맡는 퍼포먼스 마케터와는 대상이 겹치지 않게 조율합니다. 이미 가입한 사람에게 광고비를 또 쓰면 같은 사람을 두 번 사는 셈입니다.
- 프로덕트 매니저 — 제품 안에서 할 일과 메일로 할 일을 나눕니다.
- 디자이너 — 메일 템플릿과 앱 알림 문구를 함께 다듬습니다.
- 법무와 규제 담당 — 고객 데이터를 마케팅에 쓸 때 지켜야 하는 규칙인 마케팅 개인정보 규제를 확인합니다. 동의를 받지 않은 주소로 보내면 과태료가 나오는 자리라 발송 전에 거칩니다.
실무 용례
"이번 건은 전체 발송 말고 7일 차 미사용자로 좁혀서 보냅시다."
대상을 좁혀야 메시지가 구체적이 되고 수신거부도 줄어든다는 제안입니다.
"오픈율은 올랐는데 전환이 그대로면 제목만 바뀐 거예요."
열게 만드는 것과 행동하게 만드는 것을 나눠 보자는 말입니다.
"이 안내는 메일 말고 제품 안에서 해야 해요. 메일로 가면 하루 뒤에 읽습니다."
채널을 상황에 맞게 고르자는 판단입니다.
페이지덱에서는 현우가 광고와 함께 이 일을 겸하고 있었습니다. 가입 후 일주일 안에 문서를 만들지 않은 사람에게 나가던 메일이 하나뿐이었는데, 현우가 이를 세 통으로 나누고 문서를 만든 시점에 멈추도록 바꿨습니다. 두 달 뒤 가입자 중 첫 문서를 만든 비율이 31퍼센트에서 44퍼센트로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에 수신거부는 오히려 줄었습니다. 전체 가입자에게 돌리던 기능 공지를 관련 있는 사용자에게만 보내도록 바꾼 결과입니다.
흔한 오해
메일을 많이 보낼수록 성과가 오른다고 보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발송 건수와 클릭 수가 함께 늘어나는 구간이 실제로 있어서 그렇게 보입니다. 하지만 관심 없는 사람에게 보낸 메일은 수신거부와 스팸 신고로 돌아오고, 그것이 쌓이면 보낸 메일이 받은편지함에 닿는 비율 자체가 떨어집니다. 그러면 정작 읽어야 할 사람에게 보낸 메일까지 스팸함으로 갑니다. 한 번 망가진 발송 평판을 되돌리는 데는 몇 달이 걸립니다.
CRM 마케터를 메일 문구를 쓰는 사람으로 보는 오해도 많습니다. 결과물이 글이라 그렇게 보이기 쉽습니다. 실제로 시간을 많이 쓰는 쪽은 누구에게 언제 보낼지를 정하는 일이고, 문구는 그 결정이 끝난 뒤에 나옵니다. 이 순서를 뒤집으면 잘 쓴 메일을 잘못된 사람에게 보내게 됩니다. 채용에서도 같은 착오가 생깁니다. 글 잘 쓰는 사람을 뽑아 놓고 데이터를 다룰 도구를 주지 않으면, 그 사람은 매주 전체 발송 한 통을 쓰는 자리에 갇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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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