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회의
Board Meeting
관행
주주가 뽑은 이사들이 정해진 주기로 모여 경영 현황을 보고받고 회사의 주요 안건을 의결하는 자리입니다.
등장 배경
창업자 두세 명이 전부이던 시절에는 결정이 점심을 먹다가 났습니다. 서버를 늘릴지, 사람을 더 뽑을지, 가격을 올릴지를 그 자리에서 정하고 오후에 실행했습니다. 정하는 사람과 실행하는 사람이 같았으니 따로 자리를 만들 이유가 없었습니다.
투자를 받으면 이 방식이 더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돈을 넣은 쪽은 회사 안에서 일하지 않으면서도 그 돈이 어디로 가는지 알아야 하고, 창업자는 남의 돈을 쓰는 만큼 혼자 정해도 되는 범위를 줄여야 합니다. 이 간극은 대개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투자자가 반년 만에 연락해 "지난달에 사무실 옮기셨다면서요" 하고 묻고, 창업자는 "그게 문제가 되는 줄 몰랐다" 고 답하는 식입니다. 둘 다 악의는 없었지만 서로 무엇을 언제 알려야 하는지 합의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사회 회의는 그 합의를 달력에 박아 둔 장치입니다. 어떤 결정이 혼자 내려도 되는 것이고 어떤 결정은 여럿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지 미리 선을 긋고, 그 선을 넘는 일을 처리하려고 정해진 날에 모입니다. 회사의 결정 구조를 다루는 거버넌스 안에서 이 회의는 사람들이 실제로 모이는 자리 쪽에 속합니다.
진행 순서
정기 이사회 한 번은 소집 통지에서 의사록 서명까지 다섯 단계로 흐릅니다.
- 소집 통지 — 회의 1~2주 전에 일시와 장소, 다룰 안건을 이사 전원에게 알립니다. 회사의 기본 규칙을 적어 둔 정관에 통지 기한이 정해져 있고, 그 기한을 어기고 연 회의는 나중에 결정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의 빌미가 됩니다.
- 자료 사전 배포 — 이사회 자료, 즉 회사 현황과 승인받을 안건을 정리한 발표 자료를 사나흘 전에 보냅니다. 당일에 처음 읽게 하면 두 시간이 설명으로 다 갑니다.
- 경영 현황 보고 — 매출과 사용자 수, 통장에 남은 현금과 런웨이를 공유합니다. 런웨이는 지금 쓰는 속도로 버틸 수 있는 개월 수로, 이 숫자가 여섯 달 아래로 내려가면 이사회의 관심이 제품에서 자금으로 옮겨 갑니다.
- 안건 심의와 의결 — 안건마다 따로 묻고 따로 표를 셉니다. 보통 이사 과반이 참석하고 참석한 이사의 과반이 찬성하면 통과입니다. 여기서 의결권은 한 사람에게 한 표씩이라 지분이 40퍼센트든 5퍼센트든 이사 자리에 앉은 이상 표의 무게가 같습니다.
- 의사록 작성과 서명 — 누가 참석했고 어떤 안건에 누가 찬성했는지를 적어 참석 이사가 서명합니다. 등기를 바꾸거나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투자 전에 회사를 검증하는 실사를 받을 때 이 문서를 그대로 제출하게 됩니다.
참여자와 시점
참여자는 표를 던지는 이사와 자리에 앉기만 하는 배석자로 나뉩니다.
- 사내이사 — 회사에서 실제로 일하는 이사입니다. 대표가 여기 속합니다.
- 기타비상무이사 — 투자자가 지정해 보낸 이사로, 회사에 출근하지는 않지만 표는 똑같이 한 표입니다.
- 사외이사 — 회사 밖의 경험자로, 특정 투자자를 대변하지 않는 자리입니다.
- 감사 —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낼 수 있지만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습니다.
- 옵저버 — 투자 계약으로 참관할 권리만 받은 투자자입니다. 듣고 질문하되 표는 없습니다.
- 실무 배석자 — 자기 안건을 설명하러 들어왔다가 그 순서가 끝나면 나갑니다.
자리 수는 대개 투자 계약에서 정해집니다. 구성원 45명쯤 되는 회사라면 이사는 셋에서 다섯이고, 그중 하나나 둘을 투자자 쪽이 가져갑니다. 이 숫자는 사람 수가 아니라 표의 분포입니다. 이사가 셋이면 둘만 같은 편이어도 모든 안건이 통과됩니다.
시점은 정기와 임시로 갈립니다. 정기 이사회는 대개 분기에 한 번, 분기가 끝나고 실적이 정리되는 시점에 엽니다. 날짜는 분기가 시작될 때 미리 잡아 두는 편이 낫습니다. 참석자 대부분이 다른 회사 일정을 함께 들고 있어서, 안건이 생긴 뒤에 일정을 맞추려 하면 그 조율에만 2~3주가 걸립니다. 임시 이사회는 사안이 생겼을 때 며칠 안에 잡습니다. 시리즈 A 같은 투자를 받아 새 주식을 발행하거나, 대표를 바꾸거나, 회사 규모에 비해 큰 계약에 도장을 찍는 일이 여기 해당합니다. 전원이 동의하면 화상으로 열거나 서면으로 처리하기도 하지만, 그 방식이 가능한지는 정관에 적힌 대로입니다.
실무 용례
"이번 건은 5천만 원을 넘어서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대표가 혼자 결재할 수 있는 금액 범위를 벗어났다는 뜻입니다.
"다음 주 목요일 두 시로 잡았습니다. 통지 오늘 나갑니다."
날짜를 정했으니 이제 안건을 확정해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그건 이사회 안건이 아니라 주주총회로 올려야 합니다."
이사들끼리 통과시킬 수 없는 종류의 사안이라는 지적입니다.
페이지덱은 분기마다 한 번 이사회를 엽니다. 규원이 자료를 취합하는데, 제품 지표는 지현에게, 남은 현금과 이번 분기 지출은 재무 담당에게 받아 하나로 묶습니다. 자리에는 규원과 투자자가 보낸 이사 한 명, 사외이사 한 명이 앉고 옵저버로 온 투자자 한 명이 뒤쪽에 앉습니다.
이번 안건은 둘입니다. 구성원에게 나눠 줄 주식을 미리 떼어 둔 몫인 옵션 풀을 늘리는 건과, 인원이 늘어 사무실을 옮기는 건입니다. 앞의 것은 기존 주주의 지분이 조금씩 줄어드는 일이라 질문이 길어지고, 뒤의 것은 금액이 커서 올라왔을 뿐 논쟁이 없어 5분 만에 끝납니다.
흔한 오해
이사회를 투자자에게 성과를 보고하는 자리로만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시간 중 한 시간 반이 보고로 채워지고 준비하는 문서 이름도 보고 자료다 보니 그렇게 보입니다. 하지만 이 회의의 본래 기능은 의결이고, 보고는 그 판단을 위한 재료입니다. 보고회로 여기면 승인이 필요한 일을 먼저 저질러 놓고 다음 분기에 결과만 알리게 되는데, 그렇게 쌓인 안건은 나중에 실사나 등기 과정에서 의사록이 없다는 문제로 되돌아옵니다.
지분을 많이 가졌으니 이사회도 뜻대로 되리라 여기는 것도 흔한 착각입니다. 주식 수가 곧 힘이던 경험이 그대로 옮겨 오기 때문입니다. 이사회에서는 지분이 아니라 자리 수를 셉니다. 이사 세 명 중 둘이 투자자 쪽이면 60퍼센트를 가진 창업자도 안건을 통과시키지 못합니다. 그래서 투자 조건을 협상할 때 금액만큼이나 이사 자리를 몇 개 내주는지를 따져 봐야 합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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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