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스 모델

Growth Model

개념

사용자와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를 덧셈과 곱셈으로 적어 둔 식으로, 어디를 건드려야 숫자가 움직이는지 고를 때 씁니다.

등장 배경

성장을 두고 말로 다투던 시절이 길었습니다. 사용자를 늘리자는 데는 모두 동의하는데,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에서 갈렸습니다. 마케팅은 광고를 더 돌리자고 하고, 제품은 가입 첫날 경험을 고치자고 하고, 세일즈는 큰 고객 한 곳을 붙잡자고 했습니다. 셋 다 틀린 말이 아니어서 더 어려웠습니다.

페이지덱에서도 분기 목표를 정하는 자리는 늘 같은 모양이었습니다. 규원이 다음 분기에 활성 사용자를 두 배로 만들자고 하면, 현우는 광고 예산을 세 배로 올려야 한다고 답하고, 지현은 들어온 사람의 절반이 첫 주에 사라지니 그쪽부터 막아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두 주장은 같은 회의에서 나왔지만 겨룰 방법이 없었습니다. 어느 쪽이 얼마나 효과가 큰지 재는 공통 자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대개는 목소리가 크거나 직전 분기에 성과를 낸 쪽의 안이 채택됐습니다.

말로 겨룰 수 없던 이유는 성장이 한 가지 원인으로 생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번 달 활성 사용자는 지난달에 있던 사람 중 남은 사람에 새로 들어온 사람을 더한 값입니다. 남는 비율과 새로 들어오는 수는 서로 다른 팀이 서로 다른 방법으로 건드리는 숫자인데, 결과는 한 칸에 합쳐져 나옵니다. 합쳐진 숫자만 보면 어느 쪽이 얼마나 기여했는지 알 수 없고, 알 수 없으니 다음에 무엇을 할지도 정해지지 않습니다.

식으로 적어 두면 이 비교가 가능해집니다. 활성 사용자 1만 명, 한 달 뒤까지 남는 비율 70퍼센트, 신규 유입 2,000명이라는 세 숫자를 넣어 보겠습니다. 다음 달 활성 사용자는 1만 명의 70퍼센트인 7,000명에 2,000명을 더한 9,000명입니다. 두 배로 늘리자는 목표는커녕 오히려 줄어드는 중입니다. 여기서 신규 유입만 3,000명으로 올리면 1만 명이 되어 겨우 제자리를 지킵니다. 반대로 유입은 그대로 두고 남는 비율만 80퍼센트로 올려도 똑같이 1만 명입니다. 두 방법의 결과가 같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회의의 질문이 "어느 쪽이 맞는가" 에서 "어느 쪽이 더 싸고 빠른가" 로 바뀝니다. 광고비 1억 원과 온보딩 화면 개편 3주를 나란히 놓고 고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로스 모델은 이 식에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성장을 다루는 분야 전체에서 이 갈래가 맡는 자리는 어디를 건드릴지 정하는 쪽입니다. 퍼널이 과정을 칸으로 끊어 보여 주고, 실행이 한 번의 시도를 돌리고, 측정이 결과를 읽는다면, 모델은 그 앞에서 어느 칸을 건드릴 값이 있는지부터 가려냅니다.

분야 구성

그로스 모델 아래 묶인 용어는 두 갈래입니다. 성장이 어떤 모양으로 굴러가는지를 나누는 갈래(구조)와, 굴러가지 않는 상태를 한 장면으로 보여 주는 갈래(비유)입니다.

구조는 다섯으로 나뉘고, 가르는 기준은 무엇이 다음 바퀴의 연료가 되느냐입니다.

  1. 그로스 루프 — 산출물이 다시 입력으로 돌아와 스스로 굴러가는 구조입니다. 나머지 네 갈래의 뼈대라서 여기부터 봅니다. 새 사용자가 들어와 무언가를 만들고, 그 결과가 또 다른 사용자를 데려오고, 그 사용자가 다시 무언가를 만드는 식으로 끝이 처음에 붙습니다. 퍼널과 다른 점이 여기 있습니다. 퍼널은 위에서 아래로 한 번 흐르고 끝나 매달 위에서 사람을 새로 부어 넣어야 하지만, 루프는 한 바퀴의 결과가 다음 바퀴의 재료가 되어 같은 돈을 넣고도 두 번째 달이 첫 달보다 커집니다.
  2. 바이럴 루프 — 기존 사용자가 새 사용자를 데려오는 순환입니다. 문서를 함께 보려고 동료를 초대하면 그 동료가 계정을 만들고, 그 동료가 또 자기 팀을 부릅니다. 이 갈래가 도는지는 한 사람이 평균 몇 명을 데려오는지로 봅니다. 한 명이 0.4명을 데려오면 100명이 40명을, 그 40명이 16명을 데려와 점점 잦아들고, 1.2명을 데려오면 같은 100명이 120명을 부르고 그 120명이 144명을 불러 손을 대지 않아도 커집니다. 1 을 넘느냐 못 넘느냐가 갈림길입니다.
  3. 콘텐츠 루프 — 사용자가 만든 콘텐츠가 검색 유입을 만드는 순환입니다. 누군가 공개해 둔 회의록 서식이 검색 결과에 걸리고, 그것을 찾아온 사람이 가입해 자기 서식을 또 공개합니다. 바이럴 루프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직접 건너간다면 이쪽은 검색 엔진을 한 번 거쳐 갑니다. 그래서 느립니다. 글 하나가 검색 상단에 오르는 데 서너 달이 걸리는 대신, 한 번 자리를 잡으면 광고비 없이 몇 해를 데려옵니다.
  4. 유료 루프 — 벌어들인 돈을 다시 광고에 넣어 굴리는 순환입니다. 앞의 둘이 사용자의 행동을 연료로 쓴다면 이쪽은 돈을 연료로 씁니다. 도는지 안 도는지는 한 명을 데려오는 데 쓴 돈, 곧 고객 획득 비용을 그 사람이 남기는 돈이 언제 넘어서느냐로 갈립니다. 한 명에 3만 원을 쓰고 그 사람이 넉 달 만에 3만 원을 내면 다섯 달째부터 다음 사람을 데려올 돈이 나오지만, 회수에 스무 달이 걸리면 그 스무 달을 버틸 현금이 따로 있어야 합니다.
  5. 복리 성장 — 쌓인 결과가 다음 성장을 키우는 방식입니다. 앞의 세 루프가 제대로 돌 때 나타나는 모양이라 결과에 가깝습니다. 매달 5퍼센트씩 늘면 첫 달에는 1만 명이 1만 500명이 되어 눈에 띄지도 않지만, 열두 달을 같은 비율로 가면 1만 8,000명이고 스물네 달이면 3만 2,000명입니다. 초반의 밋밋한 구간을 견디지 못하고 방향을 바꾸는 팀이 많은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비유는 하나입니다. 새는 양동이는 들어오는 만큼 빠져나가 성장이 멈춘 상태를 가리킵니다. 위에서 물을 붓는데 바닥에 구멍이 있어 수위가 오르지 않는 그림입니다. 이 자리에 비유를 하나 둔 이유는 식만으로는 잘 전달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매달 신규 가입 3,000명이라는 숫자는 분명 커 보이는데 활성 사용자가 반년째 1만 명에서 멈춰 있다면, 같은 기간 3,000명이 조용히 떠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상태에서 광고비를 두 배로 올리면 빠져나가는 양도 함께 늘어 수위는 그대로입니다. 구멍을 막는 일, 곧 떠나지 않고 남는 비율인 리텐션을 올리는 일이 먼저라는 판단이 이 한 장면에서 나옵니다.

다섯 구조 가운데 무엇을 고를지는 제품이 쓰이는 동안 무엇을 만들어 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사용자가 여럿이 함께 써야 쓸모가 생기는 제품이면 초대가 자연스럽게 일어나 바이럴 쪽이 먼저 돌고, 혼자 쓰는 도구인데 결과물이 밖에 공개되는 성격이면 콘텐츠 쪽이 먼저 돕니다. 둘 다 아니면 남는 길이 유료뿐이라 광고비가 곧 성장 속도가 됩니다. 페이지덱처럼 문서를 함께 보는 제품은 첫 번째에 가깝고, 그래서 초대 화면 한 곳을 고치는 일이 광고 예산을 두 배로 늘리는 일과 같은 무게로 다뤄집니다.

두 갈래는 쓰임이 다릅니다. 구조는 무엇을 만들지 정할 때 쓰고, 비유는 지금 만들면 안 되는 때를 알아볼 때 씁니다. 양동이가 새는 중에 루프를 새로 붙이면 들어오는 물만 늘리는 셈이라, 대개는 구멍을 먼저 막고 루프를 나중에 답니다.

실무 용례

"이번 모델에서 가장 민감한 변수는 4주차 잔존율이에요. 여기 1퍼센트포인트가 유입 500명보다 큽니다."

식에 숫자를 넣어 보니 두 손잡이의 효과 차이가 드러났고, 작은 쪽 손잡이는 이번 분기에 놓자는 제안입니다.

"유입을 30퍼센트 늘려도 다음 분기 활성 사용자는 5퍼센트밖에 안 늘어요."

지금 구조에서는 유입을 늘리는 방법의 한계가 이미 보인다는 뜻이고, 대개 새는 양동이를 의심하라는 신호입니다.

"모델에 넣을 숫자가 없습니다. 초대 링크로 들어온 사람을 따로 세고 있지 않아요."

식은 세웠는데 그 칸을 채울 기록이 제품에 남지 않는다는 말이라, 다음 할 일이 분석이 아니라 기록 붙이기가 됩니다.

페이지덱에서 이 식은 스프레드시트 한 장으로 존재합니다. 현우가 관리하는 시트에는 줄이 다섯 개뿐입니다. 지난달 활성 사용자, 한 달 뒤 남는 비율, 신규 유입, 초대로 들어온 비율, 유료 전환율입니다. 오른쪽으로는 앞으로 열두 달 칸이 있고, 왼쪽 칸의 숫자를 바꾸면 열두 달치가 전부 다시 계산됩니다.

분기 계획 회의는 이 시트를 띄우고 시작합니다. 규원이 연말까지 활성 사용자 3만 명을 부르면, 현우가 그 숫자가 나오려면 어느 칸이 얼마여야 하는지를 거꾸로 채웁니다. 지난 분기에는 남는 비율 68퍼센트를 그대로 두고 유입만 늘리는 경우 매달 신규가 9,000명이어야 한다는 답이 나왔습니다. 지금이 3,200명이니 세 배입니다. 같은 자리에서 남는 비율을 78퍼센트로 올리면 신규 4,500명으로 같은 목표에 닿았습니다.

이 두 줄이 나오자 대화가 바뀌었습니다. 지현이 첫 주에 팀원을 초대한 계정과 혼자 쓴 계정의 한 달 뒤 잔존율 차이를 가져왔고, 태오가 초대 화면을 손보는 데 드는 기간을 셋째 주로 잡았습니다. 결정은 광고 예산을 지난 분기와 같게 두고 초대 흐름을 고치는 쪽이었습니다. 시트가 없었다면 같은 회의에서 누구 말이 더 그럴듯한지를 두고 한 시간을 썼을 이야기입니다.

흔한 오해

가장 흔한 오해는 이 식을 미래를 맞히는 예측표로 읽는 것입니다. 열두 달치 숫자가 소수점까지 찍혀 나오니 그렇게 보일 만합니다. 하지만 식에 들어가는 값은 지난 몇 달의 평균이고, 그 평균은 다음 달에 얼마든지 달라집니다. 모델이 실제로 하는 일은 같은 가정 위에서 두 가지 안을 나란히 놓고 어느 쪽이 큰지 비교하는 것입니다. 예측표로 읽기 시작하면 석 달 뒤 실제 숫자가 예상과 다를 때 모델 자체를 틀린 것으로 치고 버리게 되는데, 버려지는 것은 예측이 아니라 비교하는 습관입니다. 그다음 분기 회의는 다시 목소리 큰 쪽이 이깁니다.

정교할수록 좋은 모델이라는 생각도 자주 어긋납니다. 변수를 늘리면 현실에 가까워질 것 같지만, 칸이 마흔 개인 시트는 세 가지 문제를 함께 안고 옵니다. 첫째, 칸마다 숫자를 채워야 하는데 절반은 제품에 기록이 남지 않아 추정값이 들어갑니다. 둘째, 결과가 바뀌어도 어느 칸 때문인지 짚어 내지 못합니다. 셋째, 만든 사람 말고는 아무도 열지 않습니다. 실제로 쓰이는 모델은 대개 변수가 서넛에서 다섯입니다. 손잡이를 줄이는 것이 모델의 목적이지 현실을 복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흔 개짜리를 만든 팀은 반년 뒤 아무도 갱신하지 않는 파일 하나를 갖게 되고, 회의는 시트를 열지 않은 채 진행됩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용어무엇을 적는가그로스 모델과의 차이
비즈니스 모델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주고 어떻게 돈을 버는지의 구조지금 회사가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말로 적습니다. 그로스 모델은 그 구조가 시간에 따라 얼마나 커지는지를 숫자로 적으니,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을 파는지라면 그로스 모델은 얼마나 빨리 커지는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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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