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

Mergers and Acquisitions

관행

다른 회사의 지분을 전부 또는 대부분 사서 두 회사를 한 덩어리로 만드는 거래를 가리킵니다.

등장 배경

회사를 키우는 방법이 직접 만드는 것뿐이라고 해 봅시다. 문서 툴 회사가 전자 서명 기능을 갖추려면 사람을 뽑고 규제를 공부하고 인증 기관과 계약하는 데 1년 반이 걸립니다. 그 1년 반 동안 이미 그 기능을 가진 회사는 고객을 계속 모읍니다. 그래서 만드는 대신 사는 길이 생겼습니다. 사람과 기술과 고객이 이미 붙어 있는 조직을 통째로 옮겨 오면 1년 반이 석 달로 줄어듭니다. 사는 쪽이 치르는 값은 대개 그 시간의 값입니다.

파는 쪽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투자 유치를 받은 회사에는 이 장면이 처음부터 예정돼 있습니다. 투자자가 넣은 돈은 지분으로 남아 있어서, 회사가 잘되는 것만으로는 현금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 지분을 사 갈 상대가 나타나야 돌아옵니다. 다른 길인 기업 공개는 주식을 시장에 올려 누구나 사고팔게 만드는 방식인데 준비에만 2~3년이 걸리고 상장 뒤에는 분기마다 실적을 공시해야 합니다. 조건을 협의해 정할 수 있고 훨씬 빠른 쪽이 인수합병이라, 실제로도 이쪽이 몇 배 흔합니다.

이름이 두 단어인 것은 법적으로 다른 두 가지를 묶어 부르기 때문입니다. 합병은 두 회사가 하나의 법인으로 녹아드는 것이고, 인수는 지분을 사서 상대를 자회사로 두되 법인은 그대로 남기는 것입니다. 절차와 세금이 달라 실무에서 구분하지만, 스타트업 거래는 대부분 뒤쪽입니다. 협상 자리에서 대등한 합병이라는 말이 오가도 값을 치르는 쪽이 정해지는 순간 결정권은 한쪽으로 쏠립니다.

진행 순서

상대를 찾는 데서 시작해 계약서에 서명하고 조직을 합치는 데까지 이어집니다. 보통 6개월에서 1년이 걸립니다.

  1. 접촉. 사는 쪽이 먼저 연락하는 경우가 많고, 파는 쪽이 자문사를 통해 후보 명단을 도는 경우도 있습니다.
  2. 조건 합의. 값과 지급 방식을 담은 의향서를 주고받습니다. 투자에서 쓰는 텀시트와 비슷하게 구속력이 없는 문서지만, 여기 적힌 값이 사실상 상한이 됩니다. 값을 정하는 근거는 기업가치 평가이고, 대금을 현금으로 줄지 사는 쪽 주식으로 줄지도 이때 정합니다.
  3. 실사. 실사는 사기 전에 회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절차로, 재무 장부와 계약서와 기술과 인사 기록과 진행 중인 분쟁까지 4~8주 동안 훑습니다. 거래가 깨지는 자리의 대부분이 여기입니다. 핵심 기술의 권리가 회사가 아니라 개인 이름으로 돼 있거나, 매출로 잡아 둔 금액에 아직 안 들어온 돈이 섞여 있으면 값이 내려가거나 협상이 멈춥니다.
  4. 본계약과 종결. 매매 계약서에 서명하고 대금을 치르며 지분이 넘어갑니다. 대금 전부를 이날 주는 경우는 드뭅니다. 일부는 나중에 문제가 드러나면 돌려받으려고 묶어 두고, 일부는 인수 뒤 실적이나 핵심 인력의 잔류를 조건으로 1~2년 뒤에 줍니다.
  5. 통합. 제품과 조직과 일하는 방식을 합치는 구간이고 실제 난도가 가장 높습니다. 서명은 끝이 아니라 여기서부터가 시작입니다.

참여자와 시점

거래를 움직이는 사람은 다섯 부류이고 들어오는 시점이 서로 다릅니다.

  1. 양쪽 대표. 처음부터 끝까지 있습니다. 1번 단계의 대화는 문서 없이 대표 둘 사이에서만 오갑니다.
  2. 투자자와 이사회. 2번 단계에서 들어옵니다. 받은 대금을 누가 얼마씩 가져가는지는 지분 비율이 아니라 투자 계약에 적힌 순서가 정합니다. 창업자와 투자자의 셈이 여기서 처음 맞춰집니다.
  3. 재무와 회계 담당. 3번 단계에 투입됩니다. 3년치 장부와 세금 신고 내역을 정리해 내놓는 일이 이 시기 업무의 대부분입니다.
  4. 법무 담당과 외부 변호사. 3번과 4번에 걸쳐 있습니다. 계약서 문장을 다투는 일보다 권리 관계 확인이 먼저입니다.
  5. 구성원 전체. 가장 늦게 알게 됩니다. 대개 발표 당일이고, 그 전까지 회사 안에서 아는 사람은 다섯 손가락 안입니다.

마지막 항목이 늦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거래는 깨지는 일이 흔하고, 미리 알렸다가 깨지면 남는 것은 동요뿐입니다. 그래서 사는 쪽은 꼭 남아야 할 사람에게 잔류 조건을 따로 걸어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무 용례

"그쪽에서 인수 의향 있다고 연락이 왔는데, 아직 테이블에 앉을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

값을 올릴 재료가 더 쌓인 뒤에 이야기하자는 뜻입니다.

"실사 들어가면 계약서를 전부 열어 봐야 해요. 지금부터라도 정리해 둡시다."

지금 서류가 흐트러져 있으면 나중에 값이 깎인다는 말입니다.

"이번 건은 인수합병이라기보다 인재 인수에 가까워요."

제품이나 고객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사는 거래라는 판단입니다.

페이지덱에서 규원이 전자 서명 기능을 가진 8명짜리 회사를 놓고 검토한 적이 있습니다. 직접 만들면 1년 반, 사 오면 석 달이라는 계산이 나왔고 제시한 값은 60억 원이었습니다. 실사에서 그 회사 매출의 40퍼센트가 계약 기간이 넉 달 남은 고객 한 곳에서 나온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값은 45억 원으로 내려갔고, 그중 12억 원은 2년 뒤 창업자 두 사람이 남아 있을 때 주기로 했습니다.

규원이 실제로 시간을 쓴 곳은 값이 아니라 그 뒤였습니다. 여덟 명을 어느 팀에 넣을지, 두 제품의 로그인을 언제 합칠지, 인수된 회사의 고객에게 무엇을 약속할지가 서명 다음 날부터 매일 올라오는 질문이었습니다.

흔한 오해

인수되면 창업자가 큰돈을 번다고 읽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매각 금액만 기사에 실리니 그 숫자가 창업자 몫처럼 보입니다. 실제로는 받은 돈을 나누는 순서가 따로 있습니다. 투자자가 받은 주식에는 대개 자기가 넣은 돈을 먼저 회수할 권리가 붙어 있어서, 100억 원에 팔린 회사에 투자자가 80억 원을 넣었다면 남은 20억 원을 창업자와 구성원이 지분 비율대로 나눕니다. 이 순서를 모르고 협상하면 서명 직전에야 자기 몫을 알게 되고, 그때는 조건을 바꿀 여지가 없습니다.

서명이 끝이라고 읽는 것도 흔합니다. 뉴스가 거기서 끝나니 거래도 거기서 끝난 것처럼 보입니다. 값을 치른 이유는 조직과 고객을 얻으려는 것인데 둘 다 사람에게 붙어 있습니다. 인수된 팀이 1~2년 안에 절반 넘게 떠나는 일이 드물지 않고, 그러면 산 것은 코드뿐이 됩니다. 통합 계획 없이 서명부터 하면 기능 하나를 두 벌 굴리는 상태가 몇 년씩 이어지고, 그 유지 비용이 처음 아낀 1년 반을 도로 먹습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용어무엇을 가리키는가인수합병과의 차이
엑싯창업자와 투자자가 지분을 현금으로 바꾸는 일 전체위쪽 개념입니다. 상장도 엑싯이고 인수합병도 엑싯의 한 방식입니다
인재 인수제품이 아니라 팀을 얻으려고 하는 인수인수의 한 종류입니다. 값의 근거가 고객이나 매출이 아니라 사람이고, 제품은 인수 직후 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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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