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E

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

산출물

회사 값을 지금 정하지 않고 돈을 먼저 받은 뒤 다음 정규 투자에서 정해진 값으로 지분을 계산해 넘기는 계약입니다.

등장 배경

아주 이른 단계의 회사에는 값을 매길 근거가 없습니다. 매출도 사용자도 없는 회사를 15억으로 볼지 30억으로 볼지는 서로의 감이고, 그 감을 맞추는 협상에 몇 주가 듭니다. 필요한 돈은 3억이고 필요한 시점은 지금인데, 그 3억을 받기 위해 값부터 합의해야 했습니다.

값을 정하고 나면 일이 더 붙습니다. 주식을 실제로 발행해야 하니 주주총회를 열고 정관을 손보고 변호사에게 서류를 맡깁니다. 엔젤 투자자가 3,000만 원을 넣겠다고 한 건에 수백만 원의 절차 비용이 드는 셈입니다. 게다가 그때 정한 값은 다음 투자까지 회사를 묶습니다. 근거 없이 낮게 정해 놓으면 프리 시드 단계의 판단 하나가 몇 년을 따라옵니다.

그래서 값을 정하는 일을 뒤로 미루는 문서가 만들어졌습니다. 2013년에 한 초기 투자사가 표준 양식을 공개하면서 널리 퍼졌습니다. 지금은 값을 정하지 않고 돈만 받고, 값이 실제로 정해지는 다음 투자 때 그 값을 기준으로 지분을 계산해 넘긴다는 약속입니다. 비슷한 일을 하던 전환사채가 형식상 빌린 돈이라 만기와 이자가 따라붙는 것과 달리, 이 문서는 빚이 아니라 미래의 주식을 받을 권리로만 남습니다.

구성 항목

SAFE 한 장에 채우는 항목은 다섯이고, 그중 둘이 나중 지분율을 사실상 결정합니다.

  1. 투자 금액 — 지금 입금되는 돈입니다. 한 장에 한 건으로 쓰고, 여러 투자자에게 받으면 장을 따로 만듭니다.
  2. 밸류에이션 캡 — 나중에 지분으로 바꿀 때 적용할 회사 값의 상한입니다. 캡을 20억 원으로 적어 두면 다음 투자가 40억 원으로 정해져도 이 투자자는 20억 원 기준으로 주식을 받습니다. 3,000만 원을 넣은 사람의 지분이 0.75퍼센트가 아니라 1.5퍼센트가 되는 식입니다. 이 한 줄이 협상의 대부분입니다.
  3. 할인율 — 다음 투자에서 정해진 값을 얼마 깎아 적용할지입니다. 20퍼센트 할인이면 40억 원 라운드에서 32억 원을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캡과 할인이 함께 적혀 있으면 투자자에게 유리한 쪽이 적용됩니다.
  4. 전환 시점 — 지분으로 바뀌는 사건을 적습니다. 값이 정해지는 다음 투자, 회사 매각, 상장 셋이 보통이고 만기는 없습니다. 다음 투자가 없으면 이 계약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5. 부가 권리 — 최혜 조항이 자주 들어갑니다. 이 투자 뒤에 더 좋은 조건의 SAFE 가 나가면 그 조건으로 바꿔 받을 권리입니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로 두 종류가 갈립니다. 요즘 표준인 포스트 머니 방식은 캡을 SAFE 가 전부 전환된 뒤의 전체 지분을 기준으로 읽습니다. 그러면 투자자 지분율이 서명 시점에 확정되고, 이후에 들어온 SAFE 때문에 생기는 지분 희석은 창업자 쪽이 떠안습니다. 예전 프리 머니 방식은 그 희석을 SAFE 투자자들도 나눠 졌습니다. 같은 캡 20억 원이라도 어느 방식인지에 따라 창업자 지분이 몇 퍼센트포인트 달라집니다.

작성자와 독자

쓰는 쪽은 대개 회사입니다. 표준 양식을 그대로 꺼내 금액과 캡, 할인율만 채워 보내면 되므로 창업자가 직접 쓰고 변호사에게는 조항이 아니라 숫자만 확인받는 일이 많습니다. 한 건을 두 주 안에 끝낼 수 있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읽는 쪽은 셋이고 각자 다른 곳을 봅니다.

  1. 지금 돈을 넣는 투자자는 캡과 할인율을 봅니다. 값을 정하지 않은 대신 나중에 정해질 값보다 유리한 기준을 확보하려는 것이라, 이 두 줄이 사실상 투자 조건 전체입니다.
  2. 다음 라운드의 투자자와 실사 담당자는 SAFE 를 모아 놓은 표를 봅니다. 몇 장이 나갔고 총액이 얼마이며 캡이 각각 얼마인지를 확인해, 전환 뒤 주주명부가 어떤 모양이 되는지를 먼저 계산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드러나면 시리즈 A 조건 협상이 그 계산부터 다시 시작됩니다.
  3. 창업자 자신이 세 번째 독자입니다. SAFE 는 전환되기 전까지 주주명부에 주식으로 보이지 않는데, 전환되면 한꺼번에 나타납니다. 그래서 나간 장수와 총액, 캡을 한 표에 모아 두고 지금 기준으로 몇 퍼센트인지를 계산해 두어야 합니다.

실무에서 지키는 선은 둘입니다. 캡을 장마다 다르게 쓰지 않는 것과, SAFE 총액이 다음 라운드 규모에 비해 커지지 않게 관리하는 것입니다.

실무 용례

"이번 건은 SAFE 로 받을게요. 캡 20억, 할인은 없이 갑니다."

값을 정하지 않고 상한만 걸어 빠르게 마무리하자는 제안입니다.

"SAFE 가 다섯 장인데 캡이 다 달라요. 전환하면 합쳐서 몇 퍼센트인지 계산해 봤어요?"

장마다 기준이 달라 전환 후 지분을 따로 계산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그 SAFE 는 포스트 머니 기준이라 이후 희석이 전부 우리 쪽입니다."

투자자 지분율이 고정돼 추가 희석을 창업자가 진다는 뜻입니다.

페이지덱은 프리 시드 때 SAFE 넉 장으로 3억 원을 받았습니다. 네 장 모두 캡을 20억 원으로 맞춰 두었고, 규원은 그 표를 주주명부 옆에 두고 전환 후 지분율을 함께 적어 관리했습니다.

시리즈 A 협상에서 투자자가 가장 먼저 물은 것이 전환 뒤 창업자 지분이었는데, 표가 있으니 그 자리에서 답이 나왔습니다.

흔한 오해

값을 정하지 않았으니 지분도 줄어들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서명한 달에 주주명부가 그대로이니 그렇게 보입니다. 하지만 지분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전환하는 날로 미뤄진 것입니다. 3억 원을 캡 20억 원으로 받아 두었다면 전환 시점에 15퍼센트 남짓이 한꺼번에 나타나고, 그 희석이 새 투자자의 몫과 겹쳐 같은 달에 함께 옵니다. 미룬 계산을 해 두지 않으면 협상 자리에서 처음 자기 지분을 확인하게 됩니다.

표준 양식이라서 협상할 것이 없다고 여기는 것도 흔한 오해입니다. 조항이 이미 정해져 있고 고칠 칸이 몇 개뿐이라 그렇게 보입니다. 그러나 그 몇 개가 전부입니다. 캡을 20억 원으로 쓸지 30억 원으로 쓸지에 따라 같은 3,000만 원이 1.5퍼센트가 되거나 1퍼센트가 됩니다. 문서가 짧은 것과 조건이 가벼운 것은 다릅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용어법적 성격SAFE 와의 차이
전환사채빌려준 돈, 즉 채권입니다만기와 이자가 붙습니다. 만기까지 지분으로 바뀌지 않으면 갚아야 하는 빚으로 남고, SAFE 는 그런 상환 의무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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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