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사채

Convertible Note

개념

지금은 빌려주는 돈으로 처리하고 나중에 지분으로 바꿀 선택권을 붙인 채권으로, 회사 값을 정하기 어려운 초기에 투자를 받을 때 씁니다.

등장 배경

투자를 주식으로 받으려면 회사 값부터 정해야 합니다. 3억 원을 받고 지분 10퍼센트를 넘기기로 했다면 그 회사를 30억 원짜리로 합의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제품이 막 나왔고 매출이 0인 회사의 값을 정할 근거가 어디에도 없다는 데 있습니다. 기업가치 평가는 보통 매출이나 이익 같은 숫자를 밟고 올라가는데, 그 숫자가 아직 없습니다.

그래서 초기 투자 협상은 근거 없는 줄다리기로 흘렀습니다. 창업자는 40억 원을 부르고 투자자는 15억 원을 부르는데, 양쪽 다 상대를 설득할 자료가 없으니 결론은 버티기로 났습니다. 페이지덱도 첫 투자에서 이 자리에 3주를 썼습니다. 그동안 통장 잔고는 줄었고, 규원이 계산해 보니 협상에 쓴 3주가 런웨이에서 그대로 빠져나간 3주였습니다.

전환사채는 이 매듭을 푸는 대신 미루는 방법입니다. 지금은 값을 정하지 않고 돈만 먼저 옮겨 둡니다. 그리고 다음 정규 투자에서 기관들이 값을 정하면, 그때 정해진 값을 기준으로 앞서 넣은 돈을 지분으로 환산합니다. 값을 매길 근거가 생길 때까지 결정을 뒤로 넘기는 구조입니다.

작동 방식

일단 돈을 빌려주는 형태로 주고받되, 다음 정규 투자가 일어나는 시점에 그 라운드에서 정해진 회사 값을 기준으로 지분으로 바꿉니다. 계약서에서 실제로 협상하는 항목은 넷입니다.

  1. 밸류에이션 캡. 나중에 회사 값이 아무리 높게 매겨져도 지분 환산에 쓰는 값의 상한을 미리 못 박아 둔 숫자입니다. 캡이 50억 원인데 다음 라운드가 100억 원에 성사되면, 먼저 넣은 돈은 100억이 아니라 50억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5억 원을 넣었다면 50억 기준으로 10퍼센트를 받습니다. 위험을 먼저 진 사람에게 보상을 주는 장치입니다.
  2. 할인율. 다음 라운드 값에서 일정 비율을 깎아 주는 조건이고 15~25퍼센트가 흔합니다. 100억 원에 20퍼센트를 깎으면 80억 기준이 됩니다. 캡과 할인율이 둘 다 있으면 투자자에게 유리한 쪽, 그러니까 지분이 더 많이 나오는 쪽을 적용합니다. 위 예에서는 캡 쪽이 10퍼센트, 할인 쪽이 6.25퍼센트라 캡이 이깁니다.
  3. 이자. 빌려준 돈이므로 이자가 붙고 연 2~8퍼센트가 흔합니다. 현금으로 받아 가는 대신 원금에 더해 함께 지분으로 바꾸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5억 원에 연 5퍼센트로 2년이 지나면 5억 5천만 원어치가 전환 대상이 됩니다.
  4. 만기. 보통 1~2년으로 잡습니다. 이 기간 안에 다음 투자가 성사되지 않으면 전환할 기준값이 생기지 않고, 계약서상으로는 돈을 갚아야 하는 시점이 옵니다. 실제로는 만기를 연장하거나 그 시점의 값에 합의해 전환하는 쪽으로 정리하는 경우가 많지만, 갚으라고 요구할 권리가 투자자에게 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전환이 일어나면 새 주식이 발행되므로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내려갑니다. 이 지분 희석은 다음 라운드에서 한꺼번에 나타나는데, 전환사채를 여러 건 쌓아 두면 그 합이 얼마인지 잊기 쉽습니다. 발행할 때마다 주주명부에 전환 후 예상 지분까지 같이 적어 두는 이유입니다.

쓰이는 곳

값을 매길 근거가 없는 가장 이른 단계에서 자주 나옵니다. 프리 시드와 시드가 그 자리이고, 금액이 크지 않아 정식 계약에 드는 변호사 비용과 기간을 아끼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정규 라운드 사이를 메울 때도 씁니다. 브리지 라운드가 그 경우인데, 시리즈 A를 받기에는 숫자가 조금 모자라고 잔고는 석 달 남은 상황에서 기존 투자자에게 소액을 더 받아 여섯 달을 법니다. 이때 값을 다시 매기면 지금의 부진한 숫자가 그대로 반영되므로, 값 정하기를 미루는 이 방식이 회사 쪽에 유리합니다.

협상이 길어질 때 먼저 돈부터 옮기는 용도로도 쓰입니다. 조건 합의에 두 달이 걸릴 상황에서 일부를 전환사채로 먼저 받아 두고 나머지를 본계약에서 정리하는 식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이 도구가 값 정하기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미룬다는 것입니다. 미뤄 둔 계산은 다음 라운드에서 한 번에 돌아옵니다. 캡을 낮게 여러 건 발행해 두면 다음 투자에서 새 투자자의 몫이 남지 않아 협상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실무 용례

"이번엔 캡 50억에 할인 20퍼센트로 갑시다."

지분 환산 기준 상한과 깎아 줄 비율을 제안하는 말이고, 실제 지분율은 다음 라운드 값이 나와야 확정됩니다.

"만기가 여섯 달 남았는데 다음 라운드가 안 보여요."

전환할 기준값이 생기지 않아 상환 요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뜻입니다.

"전환사채 세 건이 다 전환되면 우리 지분이 얼마나 남죠?"

쌓아 둔 계약의 희석 효과를 합쳐서 확인하자는 요청입니다.

페이지덱이 시리즈 A를 준비하던 시기의 장면입니다. 잔고가 넉 달치로 줄었는데 실사와 서명까지 다섯 달이 필요했습니다. 규원은 기존 투자자에게 5억 원을 전환사채로 받아 시간을 벌기로 했습니다. 조건은 캡 50억 원, 할인 20퍼센트, 연 5퍼센트, 만기 18개월이었고 계약은 열흘 만에 끝났습니다.

넉 달 뒤 시리즈 A가 100억 원 값으로 성사되자 그 5억 원은 캡 기준으로 계산돼 약 10퍼센트의 지분이 됐습니다. 100억 기준이었다면 5퍼센트였을 몫입니다. 먼저 돈을 넣어 위험을 진 대가가 그 차이로 돌아온 것입니다.

흔한 오해

투자를 받은 것이니 갚을 일은 없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장에 돈이 들어오고 상대를 투자자라고 부르니 자연스러운 오해입니다. 그런데 이 계약의 법적 형태는 빚이고, 만기까지 전환이 일어나지 않으면 원금과 이자를 갚으라고 요구할 권리가 투자자에게 남습니다. 다음 라운드가 늦어지는 회사일수록 현금이 없는 상태에서 이 요구를 만나게 되므로, 만기는 다음 투자를 받아 낼 수 있는 기간보다 넉넉하게 잡아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캡을 회사 값으로 읽는 것도 흔합니다. 캡 50억 원에 계약했으니 우리 회사가 50억 원짜리로 인정받았다고 소개하는 식인데, 캡은 값이 아니라 상한선입니다. 다음 라운드가 30억 원에 성사되면 계산은 30억 기준으로 갑니다. 캡을 값으로 착각하면 다음 투자자에게 부를 값을 실제보다 높게 잡게 되고, 협상이 처음부터 어긋납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용어법적 형태전환사채와의 차이
SAFE지분을 나중에 받기로 한 약정빚이 아닙니다. 그래서 만기도 이자도 없고 상환 의무가 생기지 않습니다. 대신 다음 라운드가 끝내 오지 않으면 투자자는 돌려받을 근거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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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