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B

Series B

단계

검증된 사업 모델을 더 큰 조직과 새 시장으로 넓히는 데 쓰려고 받는 투자로, 국내에서는 보통 100억 원대 규모입니다.

등장 배경

라운드 이름은 원래 서류에서 왔습니다. 투자자에게 넘기는 주식을 발행한 순서대로 A종, B종으로 부르던 것이 그대로 라운드 이름이 됐습니다. 그래서 이름 자체에는 얼마를 받는다거나 회사가 얼마짜리라는 뜻이 없습니다.

그런데 순서를 가리키는 이름이 쓰이다 보니 단계마다 묻는 질문이 다르다는 사실이 이름에 눌러앉았습니다. 이것이 없을 때 생기던 불편은 기대가 어긋나는 일이었습니다. 회사는 다음 투자라는 한 단어로 준비하는데 투자자는 이미 다른 것을 보고 있습니다. 시드 단계에서는 쓴 사람이 돌아오는지를 묻고, 시리즈 A에서는 돈을 써서 고객을 데려오면 그보다 많이 돌려받는지를 묻습니다.

그 차이를 모르고 나간 자리는 대개 같은 모양으로 끝났습니다. 대표가 고객이 잘 유지되고 있다고 답하는데 상대가 알고 싶었던 것은 영업 담당을 세 배로 늘려도 같은 성사율이 나오는지였습니다. 두 사람이 같은 회사를 놓고 다른 질문을 주고받은 셈입니다. 시리즈 B 라는 이름은 이 구간에서 묻는 것이 모델이 되느냐가 아니라 규모가 되느냐라는 사실을 미리 알려 주는 표지입니다.

구간의 특징

시리즈 B 는 무엇을 팔면 되는지가 이미 정해진 회사가 그것을 더 크게 파는 데 쓰는 돈입니다. 그래서 자금의 쓰임이 제품에서 사람과 시장으로 옮겨 갑니다.

  1. 금액과 지분 — 국내에서는 100억 원에서 300억 원 사이가 흔하고, 그 대가로 넘기는 지분은 15에서 25퍼센트 선입니다. 기업가치는 수백억 원에서 2,000억 원대까지 벌어집니다.
  2. 투자자 — 기관인 벤처캐피탈이 중심이 됩니다. 가장 큰 금액을 넣는 리드 투자자가 회사의 주요 결정을 감독하는 기구인 이사회에 자리를 요구하는 것이 보통이고, 그때부터 주요 결정에 외부의 승인 절차가 붙습니다.
  3. 검증 방식 — 실사의 범위가 넓어집니다. 지표를 어떤 기준으로 셌는지 다시 계산해 보고, 주요 고객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계약 조건과 만족도를 확인합니다.
  4. 숫자 — 관행상 연 반복 매출이 50억 원에서 100억 원 구간, 순 매출 유지율이 100퍼센트 이상, CAC 회수 기간이 18개월 안쪽일 때 이 구간의 대화가 성립합니다. 기존 고객이 떠나는 만큼을 기존 고객의 증액으로 메우고 있는지를 두 번째 숫자가 보여 줍니다.
  5. 조직 — 구성원이 50명 선에서 150명 선으로 늘어나는 구간입니다. 대표가 한 사람씩 뽑던 방식이 관리자를 뽑고 그 사람이 팀을 꾸리는 방식으로 바뀝니다.

이 구간에서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곳은 영업과 마케팅 조직입니다. 제품 개발만으로는 200억 원을 쓸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투자 자료의 절반이 채용 계획과 그 사람들이 만들 매출 계획으로 채워집니다.

다음 구간의 조건

시리즈 C 로 넘어가려면 이 구간에 쓴 돈이 예측 가능한 성장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야 합니다. 성장률 자체보다 그것이 반복되는지가 기준입니다.

  1. 영업이 사람 수에 비례하는지. 담당 한 명이 몇 달째에 목표를 채우는지가 정해져 있고, 인원을 두 배로 늘렸을 때 그 값이 유지되면 다음 라운드의 계획이 계산으로 서게 됩니다. 늘린 뒤 성사율이 반으로 떨어지면 그것은 확장이 아니라 인원 증가였습니다.
  2. 두 번째 축이 도는지. 한 시장이나 한 제품에만 매출이 붙어 있으면 규모의 상한이 이미 정해집니다. 새 지역이나 새 제품에서 첫 매출이 아니라 반복되는 매출이 나와야 합니다.
  3. 태운 돈 대비 성장이 나아졌는지. 시리즈 A 때보다 번 멀티플이 좋아졌으면 돈을 쓰는 방식을 배웠다는 신호이고, 나빠졌으면 같은 성장을 더 비싸게 사고 있다는 뜻입니다.
  4. 대표 없이도 돌아가는지. 주요 결정마다 대표가 들어가야 하는 회사는 인원을 세 배로 늘려도 처리량이 세 배가 되지 않습니다.

이 조건이 덜 갖춰진 상태에서 잔고가 먼저 줄면 브리지 라운드로 몇 달을 벌거나, 값을 낮춘 다운 라운드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실무 용례

"시리즈 B 준비 중인데 투자자들이 두 번째 시장 숫자만 계속 물어요."

한 시장의 성과로는 이 구간의 질문에 답이 안 된다는 상황입니다.

"이 조건이면 시리즈 B 라고 부르기 어렵죠. 사실상 브리지예요."

금액과 조건이 정규 라운드의 모양이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시리즈 B 는 사람 쓰는 돈이에요. 제품 개발만으로 이 금액을 쓸 수 없습니다."

자금의 용도가 조직 확장에 있다는 설명입니다.

페이지덱은 시리즈 A 를 받은 직후라 아직 이 구간에 있지 않습니다. 다만 규원은 18개월 뒤를 겨냥해 지금부터 두 번째 축의 숫자를 쌓기로 정했습니다. 개인과 소규모 팀에서 나오는 매출 외에 기업 고객 쪽 매출이 따로 세어져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그래서 수아가 기업 고객 계약을 따로 관리하고, 지현은 그 고객이 요구하는 권한 관리 기능을 로드맵 앞으로 옮겼습니다.

흔한 오해

라운드 이름이 금액이나 회사 값을 정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시리즈 B 라고 하면 얼마쯤이라는 감각이 이미 생겨 있으니 그렇게 읽힙니다. 하지만 순서를 붙인 이름일 뿐이어서, 같은 100억 원이 어떤 회사에서는 시리즈 A 이고 다른 회사에서는 시리즈 B 입니다. 무엇을 증명했는지가 구간을 정하고 금액은 그 결과로 따라옵니다. 이름을 기준으로 삼으면 모델을 증명하지 못한 회사가 금액만 맞춰 B 라고 부르게 되고, 다음 라운드에서 앞 구간의 질문을 다시 받습니다.

시리즈 B 까지 왔으면 위험한 구간을 지났다고 여기는 것도 흔한 오해입니다. 돈이 들어왔고 조직이 커졌으니 안정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 구간의 실패는 앞선 구간보다 비쌉니다. 사람을 세 배로 늘린 뒤 성장률이 기대에 못 미치면 되돌리는 데 돈과 시간이 함께 듭니다. 서른 명이던 회사가 방향을 바꾸는 일과 150명인 회사가 같은 일을 하는 것은 규모가 다릅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용어무엇을 증명하는 구간인가시리즈 B 와의 차이
시리즈 A돈을 써서 고객을 데려오면 그보다 많이 돌려받는지모델이 성립하는지를 묻습니다. 시리즈 B 는 그 모델이 인원과 시장을 늘려도 같은 비율로 도는지를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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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