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른
Churn
지표
쓰던 사용자나 돈을 내던 고객이 제품을 떠나는 현상으로, 보통 일정 기간에 얼마나 떠났는지를 비율로 재서 봅니다.
등장 배경
성장을 신규 가입 숫자로만 보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번 달에 500명이 들어왔다는 보고가 올라가고, 다음 달에도 500명이 들어왔다는 보고가 올라갑니다. 숫자만 보면 매달 500명씩 커지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반년 뒤에 총 사용자 수를 세어 보면 3천 명 언저리에 그대로 멈춰 있습니다. 들어온 만큼 나간 것입니다. 이 상태를 부르는 말이 새는 양동이입니다. 수도꼭지를 아무리 세게 틀어도 바닥에 구멍이 있으면 물이 차지 않습니다. 구멍을 안 보고 있으면 대응은 늘 광고비를 늘려 수도꼭지를 더 세게 트는 쪽으로 갑니다. 그러면 사람 한 명당 드는 비용만 오릅니다.
처른은 그 구멍을 숫자로 만든 말입니다. 남은 사람을 세는 것과 떠난 사람을 세는 것은 뜻이 같은데도 둘 다 쓰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남은 쪽을 보면 제품이 어떤 사람들에게 통했는지가 보이고, 떠난 쪽을 보면 이번 달에 얼마가 빠져나갔고 그 구멍을 메우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보입니다. 보고 싶은 것이 달라서 말이 둘로 나뉜 것입니다.
계산 방법
기간 시작 시점의 고객 수를 분모에 놓고, 그 기간에 떠난 고객 수를 분자에 놓아 나눕니다. 순서대로 하면 네 단계입니다.
- 기간을 정합니다. 월 단위로 결제하는 제품은 한 달, 연 단위 계약이 많은 제품은 한 해로 잡습니다. 연 계약 고객을 월 단위로 재면 계약이 끝나는 달에만 숫자가 튀고 나머지 열한 달은 0이 나옵니다.
- 분모를 정합니다. 기간이 시작될 때 있던 고객만 셉니다. 이번 달에 새로 들어온 고객은 넣지 않습니다. 넣으면 신규가 많은 달마다 분모가 부풀어 처른율이 낮게 보입니다.
- 떠났다는 것이 무엇인지 정합니다. 돈을 받는 제품이면 해지 신청을 낸 날인지 이용 기간이 실제로 끝난 날인지를 정해야 합니다. 두 날짜는 보통 한 달쯤 떨어져 있습니다. 무료로 쓰는 제품에는 해지라는 동작이 없으므로 90일 동안 한 번도 안 들어온 상태처럼 기준을 따로 세웁니다.
- 나눕니다. 달 초에 1천 곳이 있었고 그중 30곳이 떠났으면 월 처른율은 3퍼센트입니다.
같은 30곳도 무엇으로 세느냐에 따라 다른 숫자가 됩니다. 고객사 수로 세는 것을 로고 처른, 빠져나간 금액으로 세는 것을 매출 처른이라고 합니다. 1천 곳이 내던 돈이 월 1억이고 떠난 30곳이 내던 돈이 월 1천5백만 원이었다면, 고객사 수로는 3퍼센트인데 금액으로는 15퍼센트입니다. 큰 고객 몇 곳이 빠지면 이런 차이가 납니다. 빠져나간 반복 매출만 따로 부르는 이름이 이탈 MRR입니다.
떠난 이유도 갈라 둡니다. 고객이 마음을 정해 떠난 것이 자발적 이탈, 카드 한도 초과나 카드 만료로 결제가 실패해 끊긴 것이 비자발적 이탈입니다. 둘을 합쳐 두면 제품을 고쳐야 할지 결제 시스템을 고쳐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좋은 수준의 기준
남의 숫자와 견주는 것부터 조심합니다. 월 1만 원짜리 개인 요금제와 연 2억짜리 기업 계약은 떠나기가 다릅니다. 앞쪽은 버튼 하나로 끊고, 뒤쪽은 사내 결재와 데이터 이전이 걸려 있어 마음이 떠난 뒤에도 1년을 더 씁니다. 같은 제품 안에서도 요금제별로 나눠 보는 이유입니다.
읽는 법은 기간을 늘려 보는 것입니다. 월 처른율 5퍼센트는 작아 보이지만 이 비율이 열두 달 이어지면 연초 고객의 46퍼센트가 사라집니다. 월 2퍼센트면 78퍼센트가 남습니다. 3퍼센트포인트 차이가 1년 뒤에는 고객 수 30퍼센트 차이로 벌어집니다.
그다음에 보는 것은 신규와의 크기 비교입니다. 이번 달에 50곳이 들어오고 30곳이 나갔으면 순증 20곳이고, 40곳이 들어오고 45곳이 나갔으면 마케팅 성과와 무관하게 회사가 줄어듭니다. 앞에서 말한 양동이가 이 비교로 드러납니다.
절대값보다 보아야 할 것은 시간에 따른 방향입니다. 다만 처른율은 한 달치만으로는 흔들립니다. 고객이 200곳이면 한 곳이 더 떠날 때마다 0.5퍼센트포인트가 움직입니다. 그래서 석 달 평균으로 보거나 가입 시기가 같은 집단끼리 묶어 몇 개월째에 얼마나 남았는지를 견줍니다.
실무 용례
"이번 달 로고 처른은 3퍼센트인데 매출 처른이 15퍼센트예요. 큰 곳이 빠졌습니다."
떠난 고객사 수는 적은데 그중 결제액이 큰 곳이 섞여 있었다는 뜻입니다.
"처른의 3분의 1이 결제 실패입니다. 제품 문제가 아니에요."
원인을 제품에서 찾기 전에 결제 처리부터 손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신규보다 처른이 큽니다. 이번 분기는 유입 말고 남기는 쪽을 봅니다."
들어오는 수를 늘려도 총량이 줄어드는 상태라 우선순위를 바꾸자는 제안입니다.
페이지덱이 유료 전환을 시작하고 1년쯤 지났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매달 새 팀이 들어오는데 유료 팀 수가 400곳 근처에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현우는 광고 예산을 늘리자고 했고, 지현은 먼저 떠난 곳을 세어 보자고 했습니다.
세어 보니 월 처른율이 6퍼센트였습니다. 수아가 떠난 팀 스물네 곳에 연락해 보니 절반은 결제 카드가 만료돼 끊긴 것이었고,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결제 실패 안내 메일을 사흘 간격으로 세 번 보내는 것으로 바꾸자 다음 달 처른율이 4퍼센트로 내려갔습니다. 광고비는 한 푼도 더 쓰지 않았습니다.
흔한 오해
처른을 0으로 만들어야 할 숫자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떠난 고객은 손실이니 없애는 것이 목표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어떤 제품에도 애초에 맞지 않는 고객이 섞여 들어옵니다. 혼자 쓰려고 가입한 사람이 협업 도구를 오래 쓸 이유가 없습니다. 이들까지 붙잡으려 들면 할인과 기능 추가에 돈이 나가는데 그 고객은 어차피 다음 해에 떠납니다. 볼 것은 0이 아니라 어떤 고객이 떠나는지입니다. 맞지 않는 고객이 빠지는 것은 정상이고, 잘 쓰던 고객이 떠나는 것이 신호입니다.
원인을 제품에서만 찾는 것도 자주 보입니다. 떠났다는 말은 제품이 부족했다는 뜻으로 읽히기 쉽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나눈 두 갈래 중 결제 실패로 끊긴 쪽은 제품과 상관이 없습니다. 이 비율이 전체 처른의 3분의 1까지 가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갈라 보지 않으면 기능 개선에 두 분기를 쓰고도 숫자가 그대로입니다. 정작 필요했던 것은 카드 만료 며칠 전에 보내는 안내 메일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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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