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매출 유지율
Gross Revenue Retention
지표
한 해 전에 있던 고객들이 내던 반복 매출 가운데 해지와 요금제 하향으로 잃지 않고 남은 비율입니다.
등장 배경
매출이 매달 오르는 회사에서는 새는 곳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새 고객을 데려오는 속도가 기존 고객이 빠져나가는 속도보다 조금만 빨라도 합계는 계속 오르기 때문입니다. 한 숫자에 데려온 몫과 지킨 몫이 섞여 있으니 어느 쪽이 잘되는지 가릴 수 없습니다.
페이지덱이 그 상태였습니다. 규원이 이사회에서 우상향 그래프를 띄웠는데 투자자 한 사람이 "작년 이맘때 계약돼 있던 고객들만 놓고 보면 지금 얼마를 내고 있나요" 하고 물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아무도 답하지 못했습니다. 며칠 뒤 명단만 따로 뽑아 보니 작년 이맘때 월 1억 원을 내던 고객들이 지금은 8천2백만 원을 내고 있었습니다. 합계가 오르는 동안 그 아래는 줄고 있었던 겁니다.
총 매출 유지율은 이 질문에 답하려고 만든 숫자입니다. 계산에서 새 고객을 통째로 빼고, 기존 고객이 내던 돈이 얼마나 남았는지만 봅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늘어난 금액마저 빼는 것이 이 지표의 규칙입니다. 잃은 것만 남겨 두면 새는 구멍의 크기가 다른 무엇으로도 가려지지 않습니다.
계산 방법
한 해 전 고객들이 내던 매출을 분모에 두고, 거기서 해지와 하향으로 빠진 금액을 뺀 값을 분자에 둡니다. 네 단계로 나뉩니다.
- 기준 시점을 정하고 그때 있던 고객을 명단으로 고정합니다. 보통 12개월 전 같은 달입니다. 그 뒤에 들어온 고객은 이번 계산에서 통째로 빠집니다.
- 그 명단의 시작 금액을 더합니다. 월 반복 매출, 곧 매달 반복해서 들어오는 매출 기준으로 1억 원이라고 해 봅니다.
- 잃은 금액을 뺍니다. 두 종류입니다. 고객이 아예 떠나 사라진 이탈 MRR이 500만 원, 남아 있되 더 싼 요금제로 내려간 다운그레이드와 좌석 수를 줄인 축소가 합쳐 300만 원입니다.
- 남은 금액을 시작 금액으로 나눕니다. 9천2백만 원을 1억 원으로 나누면 92퍼센트입니다.
같은 명단의 고객이 좌석을 늘리거나 상위 요금제로 올라가 1천5백만 원을 더 냈더라도 이 계산에는 한 푼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더하는 항목이 아예 없으니 이 값은 100퍼센트를 넘을 수 없고, 넘었다면 계산이 틀린 겁니다. 상한이 막혀 있다는 점이 이 지표의 쓸모입니다. 새 고객이 아무리 들어와도, 남은 고객이 아무리 써 줘도 새는 양이 가려지지 않습니다.
기간은 보통 12개월로 잡습니다. 월 단위로 재면 큰 고객 한 곳의 갱신일이 이번 달인지 다음 달인지에 따라 숫자가 흔들려 추세를 읽기 어렵습니다.
좋은 수준의 기준
파는 상대에 따라 통과선이 갈립니다. 소규모 팀에 파는 회사는 연 85~90퍼센트면 무난한 편이고, 기업 고객을 파는 회사는 95퍼센트 위를 봅니다. 작은 팀은 폐업이나 담당자 퇴사처럼 제품과 무관한 이유로 떠나는 일이 잦아 새는 양이 크고, 기업 고객은 한 곳이 연 1억 원을 내기도 해서 한 곳만 떠나도 몇 퍼센트포인트가 사라집니다.
80퍼센트 아래는 경고로 읽습니다. 매년 다섯 곳 중 한 곳어치를 잃는다는 뜻이고, 그 속도가 5년 이어지면 처음 고객이 내던 돈의 3분의 1만 남습니다. 이 구멍을 새 고객으로 메우려면 영업은 매년 같은 자리로 돌아오기 위해 뛰어야 합니다.
숫자 자체보다 쪼개 보는 쪽이 중요합니다. 같은 92퍼센트라도 빠진 8퍼센트포인트가 해지에서 온 것인지 하향에서 온 것인지에 따라 할 일이 다릅니다. 해지는 제품을 떠난 것이라 되돌리려면 다시 팔아야 하고, 하향은 남아 있되 덜 쓰는 상태라 쓰는 범위를 넓히는 쪽으로 손을 씁니다.
고객사 수로 센 이탈인 로고 처른과 나란히 놓으면 한 겹 더 보입니다. 금액 기준은 92퍼센트인데 고객사 수 기준이 80퍼센트라면 작은 고객이 여럿 떠나는 중이고, 반대로 금액이 85퍼센트인데 고객사 수가 95퍼센트라면 큰 고객 한 곳이 빠진 겁니다. 앞의 경우는 도입 과정을, 뒤의 경우는 그 한 곳의 갱신 자리를 봅니다.
실무 용례
"GRR 이 88퍼센트예요. NRR 이 105라 안 보였는데 밑에서는 새고 있습니다."
전체 매출은 자라고 있지만 기존 고객은 매년 12퍼센트어치씩 잃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이번 분기 떨어진 건 해지가 아니라 좌석을 줄인 쪽이에요."
고객은 남아 있으니 다시 파는 대신 쓰는 범위를 넓히는 일로 대응하자는 뜻입니다.
"기업 고객만 따로 뽑아서 GRR 내주실 수 있나요."
전체 평균이 고객 규모별 차이를 가리고 있으니 나눠 보자는 요청입니다.
페이지덱은 이사회 질문을 받은 뒤 이 숫자를 매달 쟀습니다. 처음 석 달치가 92퍼센트, 90퍼센트, 88퍼센트로 내려가는 중이었고, 빠진 금액의 3분의 2가 해지가 아니라 좌석 축소였습니다. 계약은 유지되는데 실제로 쓰는 사람이 줄고 있었던 겁니다.
수아가 축소한 고객 열두 곳에 전화를 돌려 보니 여덟 곳에서 같은 말이 나왔습니다. 도입할 때 부서 전체 좌석을 샀는데 실제로 쓰는 건 두세 팀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다음 분기부터 계약 두 달째에 실제 사용 인원을 확인하는 자리를 넣었고, 반년 뒤 이 숫자가 91퍼센트로 돌아왔습니다.
흔한 오해
100퍼센트를 넘을 수 있는 숫자로 읽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옆에 늘 붙어 다니는 순 매출 유지율이 110퍼센트 같은 값을 내니 같은 종류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계산에는 더하는 항목이 없어서 100이 천장입니다. 이걸 모르고 확장 매출, 곧 기존 고객이 더 쓰면서 늘어난 매출을 섞어 넣으면 숫자가 부풀고, 이사회에 보고한 뒤 투자자가 같은 정의로 다시 계산했을 때 값이 맞지 않습니다. 이름은 같은데 회사마다 다르게 세는 일이 흔해서, 숫자를 내놓을 때 무엇을 뺐는지 한 줄로 적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유지율이 높으면 제품이 좋다고 읽는 것도 흔합니다. 고객이 남아 있으니 만족한다고 보는 셈인데, 이 값은 계약 구조만으로도 올라갑니다. 3년 약정에 중도 해지 위약금이 붙어 있으면 떠나고 싶은 고객도 그 기간에는 숫자에 그대로 남습니다. 그래서 높은 값이 만족이 아니라 잠김일 수 있고, 약정이 한꺼번에 끝나는 해에 여러 곳이 동시에 나가면서 95퍼센트가 한 번에 70퍼센트대로 내려앉습니다. 계약 구조가 비슷한 고객끼리 묶어 따로 재 보면 그 위험이 미리 보입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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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