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 매도 요구권
Drag-along Right
개념
정해진 비율 이상의 주주가 회사를 팔기로 하면 반대한 소수 주주까지 같은 조건으로 따라 팔게 만드는 권리입니다.
등장 배경
회사를 통째로 사는 쪽은 지분 전부를 원합니다. 95퍼센트만 사서 낯선 주주 몇 명과 한 회사를 굴리려는 인수자는 드뭅니다. 남은 주주가 나중에 장부 열람을 요구하거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인수한 회사를 자기 조직에 합치는 일도 그만큼 복잡해집니다.
그런데 주식은 각자의 재산이라 파는 결정은 원칙적으로 각자가 합니다. 이 두 가지가 부딪히는 자리에서 거래가 멈춥니다. 매수자가 실사를 끝내고 계약서 문구까지 맞춰 둔 시점에, 삼 년 전에 나간 공동창업자가 가진 2퍼센트가 걸립니다. 연락이 닿지 않거나, 닿더라도 남들과 같은 값으로는 못 팔겠다고 합니다. 나머지 주주 전원이 찬성해도 그 한 사람 때문에 거래가 미뤄지고, 미뤄지는 동안 매수자 쪽 사정이 바뀌면 거래 자체가 사라집니다.
소수 주주 한 명이 회사 전체의 엑싯을 붙잡아 둘 수 있다는 구조를 그대로 둘 수 없었기 때문에, 이 조항은 그런 상황이 오기 훨씬 전에 미리 합의해 둡니다. 투자를 받는 시점에 계약서에 넣어 두고, 실제로 꺼내 쓰는 것은 몇 년 뒤 매각 자리입니다.
작동 방식
정해진 비율 이상의 주주가 매각에 찬성하면 그 결정이 반대한 주주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조항은 네 부분으로 이뤄집니다.
- 발동 요건. 누가 몇 퍼센트를 모아야 발동되는지를 적습니다. 전체 주주의 과반으로 두는 경우도 있고, 우선주를 가진 투자자의 과반과 보통주를 가진 창업자 쪽의 과반을 둘 다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선주는 투자자가 받는 형태로 배당이나 회수 순서에서 앞서는 권리가 붙어 있고, 보통주는 창업자와 구성원이 갖는 기본형입니다. 양쪽 과반을 모두 요구하는 쪽이 한 편의 독주를 막습니다. 여기에 이사회 승인을 더 얹기도 합니다.
- 조건 동일성. 끌려가는 주주는 앞장선 주주와 같은 조건을 받습니다. 같은 주당 가격, 같은 지급 방식, 같은 기한입니다. 이 문장이 없으면 대주주만 현금을 받고 소수 주주는 매수자 회사 주식을 받는 식의 차별이 가능해집니다.
- 따르는 의무. 발동되면 반대한 주주도 주주총회에서 찬성하고, 주식 양도 서류에 서명하고, 매수자가 요구하는 진술서에 이름을 올려야 합니다. 서명을 미루는 경우에 대비해 대표나 지정된 주주가 대신 서명할 수 있게 위임 문구를 함께 넣습니다.
- 방어 장치. 끌려가는 쪽을 위한 조건도 같이 적습니다. 회사 값이 일정 금액을 넘을 때만 발동하게 하는 하한선이 대표적입니다. 300억 원 이상일 때만 발동한다고 정해 두면, 사정이 급한 대주주가 150억 원에 서둘러 넘기는 상황을 막습니다. 매각 뒤 몇 년간 같은 업을 못 하게 하는 의무를 소수 주주에게는 지우지 않는다는 문구도 자주 들어갑니다.
지분 2퍼센트를 가진 사람이 300억 원짜리 매각에 끌려가면 6억 원을 받습니다. 값을 못 받는 것이 아니라 파는 시점을 스스로 고르지 못하는 것이 이 조항의 내용입니다.
쓰이는 곳
세 자리에서 다뤄집니다.
- 투자 조건을 협상하는 자리입니다. 텀시트는 투자 조건을 한두 장으로 요약해 먼저 합의하는 문서인데, 여기에 이 조항이 들어갑니다. 협상의 초점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발동 요건입니다. 임계값을 낮추면 매각이 쉬워지고 높이면 소수 주주의 발언권이 커집니다.
- 실제 매각을 진행하는 자리입니다. 매수자 측 변호사가 주주 명단을 받으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 중 하나가 이 조항의 유무입니다. 없으면 주주 한 명씩 찾아다니며 동의를 받아야 하고, 그 과정이 거래 일정을 몇 달 늘립니다.
- 주주 수가 늘어나는 시점입니다. 스톡옵션을 행사한 퇴사자나 초기에 소액을 넣은 개인 투자자가 쌓이면 주주명부의 줄이 수십 개가 됩니다. 각자 몇 퍼센트씩이라 결정에는 영향이 없지만 서명은 전원에게 받아야 하므로, 이 조항의 값어치는 주주 수에 비례해 커집니다.
실무 용례
"이번 라운드 계약서에 동반 매도 요구권 넣을 거예요. 나중에 파실 때 서로 편합니다."
투자자가 매각 시점의 걸림돌을 미리 없애자고 제안하는 말입니다.
"발동 요건을 우선주 과반만으로 하면 저희가 반대해도 팔리는 구조인데요."
임계값을 낮추면 창업자 쪽 결정권이 사라진다는 반론입니다.
"그 2퍼센트 주주는 연락 안 돼도 됩니다. 조항 있어요."
거래를 붙잡을 사람이 없다는 확인입니다.
페이지덱은 시리즈 A를 받으면서 이 조항을 계약서에 넣었습니다. 규원이 협상에서 신경 쓴 부분은 조항의 존재가 아니라 발동 요건이었습니다. 투자자 쪽 과반만으로 발동되는 안을 받아들이면 창업자가 반대하는 매각도 진행될 수 있어서, 보통주 과반 동의를 함께 요구하는 쪽으로 바꿔 넣었습니다. 매각 금액 하한선도 이때 같이 적었습니다.
그 조항이 실제로 필요해지는 순간은 몇 년 뒤입니다. 그사이 스톡옵션을 행사하고 퇴사한 구성원이 늘어 주주명부의 줄이 서른 개를 넘고, 그중 절반은 회사와 연락이 뜸해집니다. 조항이 없었다면 그 서른 명 전원의 서명을 받아야 매각이 성립합니다.
흔한 오해
대주주가 마음대로 싼값에 넘길 수 있게 하는 조항으로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해도 끌려간다는 문장만 보면 그렇게 보입니다. 하지만 같은 조건으로 판다는 문장이 함께 붙어 있어서 앞장선 주주가 자기만 좋은 값을 받는 구조는 만들지 못합니다. 대주주도 같은 주당 가격을 받기 때문에 값을 낮출 이유가 없고, 여기에 발동 임계값과 매각 금액 하한선이 더해집니다. 이 세 가지를 빼고 조항만 넣으면 그때는 정말 위험한 문장이 되므로, 협상에서 볼 곳은 조항의 유무가 아니라 이 조건들입니다.
창업자를 지키는 조항으로 아는 것도 흔한 착각입니다. 매각을 매끄럽게 만든다는 설명을 들으면 회사를 파는 쪽에 유리해 보입니다. 그런데 발동 요건을 어떻게 적느냐에 따라 창업자 본인이 끌려가는 쪽에 설 수 있습니다. 지분이 희석돼 창업자 몫이 30퍼센트 아래로 내려간 상태에서 투자자 과반만으로 발동되는 조항이 걸려 있으면, 더 키우고 싶은 창업자가 지금 팔자는 결정에 서명하게 됩니다. 조항을 넣을 때 창업자가 볼 것은 발동에 자기 쪽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지 한 줄입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 용어 | 누구를 위한 장치인가 | 동반 매도 요구권과의 차이 |
|---|---|---|
| 동반 매도 참여권 | 소수 주주 | 대주주가 팔 때 소수 주주가 같은 조건으로 따라 팔 수 있는 선택권입니다. 이쪽은 다수가 소수에게 팔라고 요구하는 의무이고, 방향이 정반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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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