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퍼널

Marketing Funnel

개념

제품을 모르던 사람이 돈을 내기까지 지나는 길을 인지·관심·고려·구매 구간으로 잘라, 어느 구간에서 몇 명이 빠지는지 세게 만든 모형입니다.

등장 배경

알리는 일을 한 덩어리로 보던 시절에는 결과도 한 덩어리였습니다. 이번 달에 돈을 얼마 썼고 가입이 몇 건 늘었다, 이 두 숫자 사이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가입이 늘면 잘한 것이고 줄면 못한 것인데, 왜 늘었고 왜 줄었는지는 아무도 답하지 못했습니다. 다음 달에 무엇을 다시 하고 무엇을 그만둘지도 따라서 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회의가 늘 같은 자리에서 멈췄습니다. 대표가 "광고비를 두 배 썼는데 유료 고객은 왜 그대로입니까" 하고 물으면 마케터가 "노출은 세 배 늘었습니다" 하고 답합니다. 둘 다 사실인데 서로 다른 지점을 말하고 있어서 대화가 이어지지 않습니다. 광고가 눈에 띄는 순간과 카드 번호를 넣는 순간 사이에 문이 몇 개나 있고 사람들이 어느 문 앞에서 돌아서는지를 아무도 세어 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퍼널은 그 사이를 구간으로 잘라 구간마다 사람 수를 세어 두자는 발상입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남는 사람이 줄어드니 모양이 깔때기를 닮았고 이름도 거기서 왔습니다. 광고를 본 사람 10,000명 가운데 사이트에 들어온 사람이 400명, 가입한 사람이 60명, 돈을 낸 사람이 6명이라고 해 봅시다. 이 네 숫자가 한 줄로 놓이는 순간 "성과가 안 난다" 라는 한마디가 세 개의 다른 진단으로 갈립니다. 10,000에서 400으로 줄어드는 자리가 유독 얇으면 광고에서 한 말과 사이트 첫 화면에 쓰인 말이 어긋난 것이고, 400에서 60이 문제면 가입 절차가 무거운 것이고, 60에서 6이 문제면 써 보긴 했는데 돈 낼 이유를 못 찾은 것입니다. 처방이 각각 다릅니다. 첫 번째에는 광고 문구를 고쳐야 하고, 두 번째에는 가입 단계를 줄여야 하고, 세 번째에는 제품이나 가격을 건드려야 합니다.

나누면 따라 나오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구간마다 상대하는 사람의 상태가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제품 이름을 처음 듣는 사람에게 할인율을 들이밀면 창을 닫고, 두 달째 후보를 비교 중인 사람에게 "이런 제품이 있습니다" 를 또 보내면 서로 시간만 씁니다. 한 덩어리로 보면 이 둘에게 같은 메시지가 나갑니다.

분야 구성

마케팅 퍼널 아래 묶인 말들은 여섯 갈래로 갈립니다. 길을 몇 칸으로 자르는가(구간), 그 칸에 어떤 이름을 붙이는가(모형), 칸 안에 들어와 있는 사람을 뭐라 부르는가(대상), 그 사람을 어떻게 골라내고 키우는가(운영), 수요 자체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가(활동), 사람을 어느 방향에서 만나는가(접근)입니다.

구간은 가장 기본이 되는 나눔입니다. 깔때기를 위·중간·아래 셋으로 자릅니다.

  1. TOFU — 넓은 상단입니다. 여기 있는 사람은 제품 이름을 모르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가 겪는 불편에 이름이 붙는다는 것도 모릅니다. "회의록이 어디 있는지 매번 못 찾는다" 를 검색창에 치는 사람이 이 자리에 있습니다. 그래서 상단에서는 제품 이야기를 하지 않고 그 사람이 겪는 문제 이야기를 합니다.
  2. MOFU — 중간입니다. 해결책이라는 게 세상에 있다는 걸 알았고 이제 후보를 늘어놓고 비교합니다. 기능 비교표를 열어 보고, 가격을 확인하고, 이미 쓰고 있는 사람의 후기를 찾습니다. 여기서 필요한 건 "우리가 왜 저 제품과 다른가" 입니다.
  3. BOFU — 바닥입니다. 후보를 두세 개로 좁혀 놓고 마지막 확인을 합니다. 도입 사례, 무료 체험 계정, 견적서, 보안 문서처럼 결정을 밀어 주는 자료가 이 구간에서 쓰입니다.

모형은 그 칸을 몇 개로 나누고 무엇이라 부를지 정한 틀입니다. AIDA 는 주의·흥미·욕구·행동 네 단계로 나눈 오래된 틀이고, 광고 한 편이나 메일 한 통의 문장 순서를 짤 때 아직도 그대로 쓰입니다. 해적 지표는 획득·활성화·유지·추천·수익 다섯 단계로 나눕니다. 구매 이후에 두 칸을 더 잡아 둔 것이 차이입니다. 한 번 팔고 끝나는 물건과 달리 매달 돈을 받는 구독 제품에서는 결제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서, 들어온 사람이 계속 쓰는지와 남을 데려오는지까지 같은 그림 안에 넣습니다. 다섯 단계의 영문 앞 글자를 이으면 AARRR 이 되고, 해적이 내는 소리를 닮았다고 붙은 별명이 해적 지표입니다.

대상은 퍼널 안에 들어와 있는 사람을 부르는 이름입니다. 같은 사람인데 아래로 내려갈수록 이름이 바뀝니다.

  1. 리드 — 연락처를 남긴 사람입니다. 자료를 받으려고 이름과 메일 주소를 적어 낸 순간부터 우리 명단에 들어옵니다. 익명 방문자와 리드를 가르는 선은 연락할 수단이 있느냐 하나입니다.
  2. MQL — 그 명단 가운데 마케팅이 보기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리드입니다. 가격 페이지를 세 번 열어 봤다거나 회사 메일 주소로 자료를 받아 갔다면 여기로 올립니다.
  3. SQL — 영업이 직접 전화를 걸 가치가 있다고 확인한 리드입니다. 마케팅이 넘긴 것을 영업이 받아 한 번 더 거르는 자리이고, 두 팀이 가장 자주 부딪히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마케팅은 넘긴 숫자로 성과를 세고 영업은 받은 것 중 만날 만한 게 몇 개인지로 세기 때문입니다.
  4. PQL — 말이 아니라 제품 사용 기록으로 확인된 리드입니다. 무료 플랜에서 문서를 50개 만들고 팀원 8명을 초대했다면 물어보지 않아도 살 준비가 된 사람입니다. 제품을 먼저 써 보게 한 다음 파는 회사에서 특히 씁니다.

운영은 그 명단을 다루는 손입니다. 이름만 쌓아 두면 명단은 그냥 목록이고, 아래로 내려보내려면 두 가지 일을 합니다. 리드 스코어링은 리드마다 점수를 매겨 줄을 세웁니다. 가격 페이지 방문에 10점, 회사 메일 주소에 20점, 구성원 50명 이상인 회사면 30점 같은 규칙을 미리 정해 두고 합계가 기준을 넘으면 영업에 넘깁니다. 규칙이 없으면 영업은 하루에 들어온 서른 건을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전화하다가 시간을 다 씁니다. 리드 너처링은 아직 점수가 낮은 사람을 버리지 않고 키웁니다. 지금 살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몇 주 간격으로 읽을 만한 자료를 보내면서 그 사람의 검토 시점이 올 때까지 기억에 남아 있는 일입니다. 기업 고객은 예산 주기가 있어서 오늘 관심이 없던 사람이 넉 달 뒤에 사는 일이 흔합니다.

활동과 접근은 퍼널에 사람을 들여보내는 방법입니다. 디맨드 젠은 이미 찾고 있는 사람을 데려오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수요 자체를 만듭니다. 아무도 검색하지 않는 문제를 먼저 이야기해서 "이게 문제였구나" 를 깨닫게 만드는 쪽이고, 그래서 성과가 몇 달 뒤에야 잡힙니다. 접근은 방향의 문제입니다. 인바운드 마케팅은 글과 검색 결과를 깔아 두고 고객이 스스로 걸어 들어오게 만듭니다. 시간이 걸리는 대신 한 번 자리 잡으면 계속 사람이 옵니다. 아웃바운드 마케팅은 반대로 이쪽에서 먼저 문을 두드립니다.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걸고 행사장에서 명함을 받습니다. 오늘 시작하면 오늘 반응이 오지만 멈추면 그날로 유입도 멈춥니다.

여섯 갈래는 따로 놀지 않고 한 줄로 이어집니다. 접근과 활동이 사람을 데려오면 그 사람이 구간 어딘가에 놓이고, 모형이 그 구간에 이름을 붙여 세게 하고, 대상 이름이 그 사람의 현재 위치를 가리키고, 운영이 그를 아래 칸으로 옮깁니다. 한 갈래만 잘해도 숫자는 잠깐 오릅니다. 상단만 열심히 채우면 리드 수가 늘고, 운영만 조이면 넘기는 건수가 늘어납니다. 다만 그 숫자가 결제까지 이어지는지는 여섯 갈래가 다 맞물려야 확인됩니다.

실무 용례

"MQL은 지난달보다 40퍼센트 늘었는데 SQL은 그대로예요."

위쪽 숫자만 부풀었다는 지적입니다. 넘기는 기준이 느슨해졌거나 상단에 데려온 사람이 우리 고객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번 캠페인은 퍼널 상단을 채우는 게 목적이라 이번 분기 매출로는 안 잡힐 겁니다."

지금 들어온 사람이 결제까지 오는 데 몇 달이 걸리니, 이 캠페인을 이번 분기 매출로 평가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입니다.

"가입 페이지까지는 잘 오는데 거기서 절반이 나갑니다. 중간을 손봐야 해요."

유입을 더 늘리는 대신 이미 온 사람이 빠지는 한 구간을 고치겠다는 말입니다.

페이지덱에서는 월요일 아침마다 현우가 지난주 퍼널을 펴 놓습니다. 광고 노출, 사이트 방문, 무료 가입, 유료 전환 네 줄이 나란히 있고 각 줄 옆에 지지난주 대비 증감이 붙습니다. 지난달에는 방문이 3할 늘었는데 무료 가입은 그대로여서, 현우가 광고 예산을 더 넣는 대신 첫 화면 문구를 바꾸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기업 문의는 중간에서 갈라집니다. 회사 이름과 인원수를 남긴 문의가 들어오면 현우가 수아에게 넘기고, 수아는 그중 실제로 미팅까지 간 건수를 되돌려 줍니다. 열 건을 넘겼는데 미팅이 한 건이면 두 사람이 넘기는 기준을 다시 맞춥니다. 분기 회의에서 규원이 보는 것도 총 유입이 아니라 이 구간별 숫자입니다. 지현에게는 다른 쪽이 넘어갑니다. 무료 가입 뒤 일주일 안에 문서를 하나도 만들지 않은 사람이 절반이라는 숫자가 나오면, 그건 광고로 풀 문제가 아니라 제품 안에서 풀 문제라서 그대로 제품팀 몫이 됩니다.

흔한 오해

퍼널을 실제 고객이 걸어가는 길이라고 읽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그림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화살표라 순서대로 지나간다고 믿기 쉽습니다. 실제 사람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친구에게 추천을 받아 비교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결제하기도 하고, 가격 페이지까지 갔다가 반년 뒤에 돌아와 처음부터 다시 훑기도 합니다. 퍼널을 경로로 믿으면 데이터가 순서대로 안 나올 때 측정이 잘못됐다고 결론 내리고, 순서를 강제하려고 앞 단계를 안 거친 사람에게 뒤 단계 화면을 막아 버리는 일까지 생깁니다. 퍼널은 사람이 걷는 길이 아니라 사람을 세기 위해 그어 둔 칸입니다. 칸이 있어야 어느 칸에서 줄었는지 보입니다.

두 번째 오해는 위를 넓히면 아래도 그만큼 늘어난다는 생각입니다. 깔때기 그림을 보면 입구가 커질수록 나오는 양도 늘 것 같습니다. 구간 전환율이 그대로일 때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방문 400명에서 가입 60명, 결제 6명이 나오는 퍼널에 광고비를 두 배 넣어 방문을 800명으로 만들면 결제는 12명이 됩니다. 그런데 광고를 늘리면 대개 덜 맞는 사람까지 데려오게 되어 전환율이 같이 떨어지고, 800명에서 결제 9명이 나오는 일이 흔합니다. 한 건당 비용은 오히려 올라갑니다. 같은 돈으로 방문에서 가입으로 가는 비율을 15퍼센트에서 20퍼센트로 올렸다면 방문은 400명 그대로여도 결제는 8명이 됩니다. 어느 쪽이 싼지는 구간별 숫자를 봐야 알 수 있고, 그 숫자가 없으면 팀이 할 줄 아는 일은 예산을 늘리는 것 하나만 남습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용어무엇인가마케팅 퍼널과의 차이
퍼널 분석단계별로 몇 명이 남고 몇 명이 빠졌는지 세어 보는 분석 기법퍼널이 칸을 그어 둔 모형이라면 이쪽은 그 칸에 숫자를 채워 어디가 새는지 읽는 작업입니다. 칸이 없으면 분석할 대상도 없습니다
고객 여정 지도고객이 제품을 알고 쓰고 떠나기까지 겪는 경험을 시간순으로 그린 그림퍼널은 구간마다 몇 명이 남는지를 세고, 여정 지도는 그 사람이 무엇을 느끼고 어디서 막혔는지를 적습니다. 하나는 숫자, 하나는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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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흐름을 숫자가 아니라 경험으로 그린 그림이라 나란히 보면 경계가 선명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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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